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의 한자성어.
易 : 바꿀 역
地 : 땅 지
思 : 생각할 사
신문에 연일 나오는 끔찍한 기사 중 하나는 단연 아이들을 데리고 동반자살하는 경우입니다. 남겨진 아이들이 걱정된다는 유언들이지만 그 이면엔 여전히 아이를 인간으로 대접받아야 할 인격체가 아닌,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어른들의 그릇된 인식이 자리 잡고 있지 않아 생각하지요.
그리고 가슴 아프게도 오늘도 어디선가, 이름 모를 아이들이 죽음을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선택을 했거나 하는, 혹은 할 아이들에게 우리들이 해줄 말이라곤 의논을 해보지 그랬느냐, 죽을 용기로 살아야지, 그렇게 나약해서 어찌 이 각박하고 험한 세상을 살겠느냐 등등, 원인보단 선택에 대한 비난과 채근이 주를 이룹니다.
역지사지, 그 입장에서 보는 세상과 내 눈에 비친 세상이 과연 같을 수 있을까요? 나는 그가 아니고 그는 그녀도 아니며 그들은 너희도 아닙니다. 즉 부모인 내가 아무리 용맹해도 심성이 여린 아이에겐 그 용맹조차도 두려움일 수 있고 그렇게 다른 눈과 생각을 가진 이에겐 하찮기만 세상의 위협들이 감당 못할 공포와 두려움으로 비칠 것입니다.
한편 우린 지나치게 학교에 모든 걸 맡기려 합니다. 학교는 울타리가 될 수도 있지만 어떤 영혼에겐 감옥일 수 있습니다. 즉 외부의 위협들로부터의 보호망이자, 아이들이 어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하게끔 가두는 틀이라는 뜻입니다. 이 의견엔 아마 동조하지 않는 분도 계시겠지만 여하튼 내 생각은 그러합니다.
딸아이가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이유는 단 하나, 사람들과 부대끼며 지내는 일상이 너무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뭐야? 고작 그 이유야? 앞으로 네가 대해야 할 낯선 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그중엔 상상을 초월하는 고약한 이들도 있을 텐데, 그땐 우리도 늙거나 없어 널 보호해 주지 못할 텐데 어쩔 거냐? 참고 이겨내야지. 견뎌야지.
아마 이게 처음의 내 대답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나의 거절에 더욱 속상해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그 나이의 나로 돌아가 보았습니다. 거칠고 난폭하며 세상 알기로 개똥으로 여기는 지금의 나와는 달리, 딸아이 못지않은 심약하여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 찬 어린 고등학생이 있더군요. 그리고 극복해낸 방법, 즉 거칠고 난폭한 모습으로 돌변하는 지금의 내가 결국 그때를 벗어나기 위한 가식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우린 귀한 자식일수록 혹독하고, 강인하게 단련시켜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란 격언대로 피할 수 있는 고난도 때론 마다하지 않으면 부대껴 보았지요.
그러나... 이미 알고 있던 상황이고 결론을 내가 갖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피할 방법을 알고 있다면 훈육이란 명목하에 두 번 다신 가질 수 없는 소중한 보물에 흠이 가게 해선 안되겠지요?
학교에 있는 동안, 교통사고나 깡패, 혹은 변태 같은 인간들의 위협으로부터는 안전하겠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감당 못할 일로 생채기 입을 아이의 마음까진 보호해 줄 수 없습니다. 혹자는 언제까지 품 안에 끼고 살 것이냐고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만 내가 지켜줄 여력이 남아 있는 한, 적어도 내 눈앞에 두고 보살필 수 있으니 그리하려 합니다.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 내가 그리고 듣고 보며 공감했던 생존 방법, 역경을 뚫고 나온 경험들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이야기해 주려 합니다.
또 그리고... 기승전 대학, 기승전 대학 취업, 기승전 대학 취업 결혼, 그리고 안정된 노후라는 공식이 깨진 이 마당에 이 목표만을 위해 대가리 터지도록 경쟁하는 무리의 뒤에서 어슬렁거리느니 좀 더 빠르고 효과적이면서도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 편이 모두에게 이득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에효... 환갑 좀 지나면 은퇴하고 강아지 불알이나 주물럭 거리며 살겠거니 했는데... 셀프 정년 연장입니다. 일흔까지.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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