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길 위에서 묻다

관심법 (觀心法)

운산티앤씨 2018. 9. 7. 22:49

----------------


The Godfather – Orchestral Suite. - The Danish National Symphony Orchestra (Live)



마음을 꿰뚫어본다는 이 술법은 후삼국 궁예를 열연한 김영철 씨가 알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하지만 진위는 누구도 모릅니다. 왕건의 작당인지 따르던 졸개들의 충정인지. 손글씨로 쓴 사료의 정확성을 누가 장담할까요?

석기시대나 별 차이 없던 일천년 전에 등장해선 생사람 잡던 이 관심법이 요즘엔 개나 소나, 게나 고둥이나 하고 있으니 문제입니다. 그중에 나도 포함됨은 너무도 자명합니다.

너쯤이야 내가 척 보면 알거든.
니가 뛰어봐야 손오공 손바닥 위의 부처님이지 (ㅋㅋ)
우린 연인 사이니까, 부부니까 눈빛만 봐도 통하지.
친구잖아, 니가 왜 이러는지 다 알아.

정말 그런가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데 그게 과연 삶이 팍팍해서이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503과 쥐박이 때문인가요?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에 돈만이 유일한 이유라면, 그야말로 단세포적인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대화의 단절인가요? 그렇다면 대화가 왜 단절되었나요? 버릇없는 애들의 반항 때문인가요, 아니면 대책 없는 꼰대들의 꼬장 때문인가요? 혹은 또 503과 쥐박이가 이렇게 사회를 어지럽혀서?


전부 개소리입니다. 원인은 단 하나 관심법 때문입니다. 나는 네가 아니고 너는 내가 아니며, 그는 그녀가 아니고 그는 그녀가 아니니,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아닌데 누가 누굴 알겠어? 즉 무슨 근거로 넌 이랬어, 그는 그랬어라고 감히 단정하나 모르겠습니다.


한술 더 떠서 우린 넌 이리 살아야 해, 그넘은 그렇게 살면 결국엔 망하게 되어 있어. 그런데 망하지 않으면? 분명 꼼수가 있을 거야라고 또 단정을 하고 말죠.


요즘 티브이를 보면 심리학 전공이니 범죄학 전공이니, 어디 먹물인지는 몰라도 범죄자의 마음을 꼴리는 대로 재단하고 결론을 내립니다. 프로파일링이 그렇게 쉽다면 난 이미 범인 수백 명을 잡았겠다. (몇 년 전 해병 초소 습격 사건과 강호순 사건에서 난 추론으로 당시 대세였던 프로파일링 결과와 정반대의 상을 그려냈고 결국 내 추론이 맞았음을 증명한 바 있습니다.)


예로부터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치 사람 속은 모른다 했습니다. 사람은, 인간의 마음 저변엔 여러 가지 욕구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마음의 병에 대한 진단은 그 욕구의 파악이 첫 단추입니다. 그가 자라온 환경이나 굳어진 생각은 부차적인 문제죠.

젊은 애들이 내려다보기만 해도 무서운 고층 빌딩에서 뛰어내리고 충분히 결백을 입증할 수 있는 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누가 그 마음을 들여다보았나요?

멀리 보실 것 없습니다. 당장 당신 주변부터 보세요. 그리고 무릎을 꿇고 그와 같거나 낮은 눈에서 같이 세상을 보십시오. 그들이 왜 그리하는지 알 수 있을 겝니다.

이러는 나도 오늘에야 깨달았습니다. 말이 좋아 눈높이고 역지사지였지 실제론 그리해본 바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는 증거일 겁니다.

난 이제 자신이 생겼습니다. 적어도 내 주변은 지킬 수 있는 길을 찾았으니 말입니다.



'세상 이야기 > 길 위에서 묻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발이 너무해  (0) 2018.09.11
난 너희들에게 바라는 바 없으니...  (0) 2018.09.08
신입 사원을 채용했습니다. ㅎㅎ   (0) 2018.09.05
역지사지   (0) 2018.09.02
화나네...  (0) 2018.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