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즐거운 하루

사골도 아니고, 그만 좀 우려 먹어라.

운산티앤씨 2018. 7. 28.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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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ghty Sam McClain - Don't Worry About Me


내가 어렸을 때 받은 유일한 칭찬이 아마 가정적이다. 그땐 몰랐고 나이 들어서도 몰랐지만 요즘은 그 뜻이 뭔지 감이 잡힙니다. 표면적인 의미는 가정에 충실한, 내 여자와 자식만 바라보는 그런 스타일이라는 거겠지요.

풉... 내 스스로 생각해도 절대 그런 스타일 아닌데... 흠.. 몇번을 돌이켜 생각해 봐도 그건 내 속에 도도히 흐르는, 남자라면 당연히 가지는 본능적인 색기와 탕기를 잠재우고자 했던 여자 어른들의 기망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야둥둥 그 새빨간 기망 덕에 한눈 팔지 않고 존나게 한 길만 피똥 싸며 걸어왔습니다만 어느 듯 뒤를 힐끔거릴 나이가 되니 억울하기 짝이 없고, 남은 건 병든 영육과 살아 생전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빚, 그리고 아직도 포육 기간 속에 있는 자식들과 무자비한 파운딩 밖에 없네요.

머.. 요즘 페미니즘이니 시월드니 전적으로 공감 합니다. 박봉에 손톱으로 여물 썰듯 살림하며 지 부모도 아닌 남의 부모를 지극 정성으로 모셨고 자식 전담하며 꽃 같은 청춘 다 보냈으니 얼마나 한이 많을까, 그래서 개 뭣같은 성질 죽이며 그런 무자비한 파운딩을 견디고 있는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니만 세월 조졌고, 난 평생 하하호호거리며 살았냐는 억울라이스한 생각이 살포시 듭니다. 그 정도 좇뺑이는 나도 밖에서 깠는데. 개코도 아닌 놈들에게 대가리 숙이며 환관처럼 살며 번 돈 족족 다 갖다 바쳤고 몇년이나 지난 양복 하나로, 남자가 옷 탐하면 불알 떨어진단 속설대로 거렁뱅이도 울고 갈 패션으로 일관했는데.

버는 돈 중 일부라도 떼서 기분 좀 낼라치면 주제를 알아라? 내 주제가 어때서? 그리하여 꼴랑 1만원, 2 만원 걷어 회사 뒷골목에서 똥술 퍼마시고 다음날 또 똥개처럼 발발거리며 나갔잖냐.

그렇다고 골프에 취미가 있나, 설사 관심이 있다 해도 돈이 있나. 장비 사고 필드 나가며 질알하기엔 어림 반푼어치도 없을 재정상황이라. 하여 짬짬이 모은 돈으로 음악이나 좀 듣고자 했더니 이런 뒌장. 집에 귀신 같은 거 끌고 오지 마라. 그런데 쓸 돈 있으면 애들 과외비나 주지. 간만에 폼잡고 음악 좀 감상할라 치면 옆에서 난데 없이 꺼어들어 있지도 않은 첫사랑 들먹이며 그년 생각하냐며 비웃질 않나. 증말 조까튼 경우를 들자면 달나라까지 줄 서겠네.

일전에도 설파한 적이 있는데, 왜 그러냐 하면 일단은 남자의 관심이 자신과 가정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지는게 싫은 것이고 이단은 마땅히 내 소유여야 할 관심을 받는 상대는 무조건, 더더욱 싫은 것이고, 삼단은 내 인생, 이리 꼬이게 한 주제에 무슨 육갑이냐, 너도 나랑 같이 주저 앉으라는 고약한 물귀신 심뽀의 무자비한 작동이겠습니다. 연속극 같이 안본다고 징징거리지 않던가요?

하여 적당히 타협하며 공간을 공유하는 절충안을 제시해 보았지만 이후의 증언들에 의하면 소용없는 헛짓이랍니다. 무조건 안돼, 갖고 오지마, 그럴 시간 있으면 돈이나 벌어와. 집안 일이나 거들어. 애들이 뭐하는지나 알고는 있어 등등, 도저히 항거 불가능한 이유들로 파운딩을 치니 결국엔 이거 어디 쫌 팔 데 없을까요?

흠...갖고 오지 마셔요. 나도 팔게 산더미여. 받는 순간 빚이고.

그런 고로 난 드디어 이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젠 내 삶을 찾을 때가 되었다고. 어차피  육백만불의 사나이식 슬로모션 보일 나이 되면 있는 눔이나 없는 눔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때 되서 나 이리 살았노라 자랑해봐야 누군 금송아지 키운 적 없냐는 식의 도토리 키재기 말싸움밖에 없을 것이고 더 나아가 비럭방에 똥칠 할 나이가 되면, 나는 누구냐,그리고 넌 또 누구냐.

즐길 수 있을 때 즐겨라. 사정이 허락하는 한 즐겨라. 얼마 전 어떤 분은 과하다 못해 파산까지 간 경우도 있는데 그 정도도 아닌, 내 용돈 아껴 하는 취미라면 더이상 가족들의 양해를 구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아닌 말로 어떤 노무시키처럼 괘념치 마라며 개주접을 떨었나, 또 어떤 시키처럼 관리비도 안보태고 재미를 봤나. 음악으로 영혼 좀 정화하고 다른 세상을 간접적으로나마 꿈꾸는게 그리 욕먹을 짓은 아니며 설사 그것 좀 한다고 마누라를 개무시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니 당당하게 내 삶의 한부분에 편입시켜라.

그리고 그게 그렇게 우불합리하다면 명품 가방, 장신구에 환장하는 당신은 뭐냐? 돈 한푼 되지 않을 게임과 아이돌에 환장하는 니들은 또 뭐고? 그 정도 키워주고 밀어주었다면 충분한 거 아니냐? 그리고 내 이런 취미가 가정 경제에 금을 가게 할 정도 아니면 조용히 입 다물어라.

남자들 삶이 그렇게 팍팍한 이유는 혼자 만의 공간과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디오를 통한 음악 감상은 지금의 남자들에겐 어쩌면 유일하게 법적 요건을 갖춘 일탈일 겁니다.

그러니 더이상 타협하지 마시고 그로 인한 갖가지 고민들을 재미나게 즐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