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길 위에서 묻다

물론 억울하긋지, 허나...

운산티앤씨 2018. 7. 19.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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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VIS - And I Love You So


그제 가족끼리 저녁 회식하다가 기절초풍했습니다. 딸래미왈....

'난 양성애자야.'
'헉.....................................................................................'

이기 무신 소리고? 내 슬하에 리수 하가 나오나? 내가 뭘 잘못했지? 혹시 예전에 나랑 원수 진 뇬들 중에 누가 죽어 저 인간에게 귀신으로 씌었나? 술이 확 깨더군요.

'왜 그냐? 갑작시럽게. 아빠 깜딱 놀랐다야.'

사연인 즉, 수업 중에 어떤 슨상님께서 동성애자들은 한마디로 드럽다 라고 했답니다. 우리 집 애들은 성격이 교차로 물려 받았습니다. 아덜은 어미, 딸래미는 나로 부터. 그러다 보니 기집애가 성격이 꼭 남자 같아 또래 사이에서 대장질도 하고 나름 의협심도 발휘하나 봅니다.

그리고 이젠 대가리가 굵어지자 나름 이너넷에서 얻은 허접 정보를 바탕으로 세상 보는 눈이 조까 생기기 시작했나 본데. 동물 학대, 동성애자 평등, 페미니즘 따위 같은 거죠.

하지만 표현 방식이 격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존나는 기본이고 니미는 조사격이라. 보고 있자니 저걸 대체 어케 교육을 하나, 한숨만 푹푹 나오네요.

그렇다고 딸래미 잡고 나도 입에 담기 싫어하는 동성애 이야기를 하자니 그렇게 설득은 더더구나. 에혀....

사실 내가 고딩때도 지금처럼은 아니지만 은연 중 그런 유행이 퍼졌었습니다. 유니 섹스 모드란게 전 세계를 휩쓸었고 당시 두발 자유화에 맞물려 사내자식들이 핑클 파마를 하지 않나, 뽕 들어간 블라우스를 입질 않나. 가관이 아니었습죠. 하다 못해 뒷골목 양아치부터 논두렁 밭두렁까지 사내인지 기집애인지 모를 정도로 치장들을 하고 다녔으니 아마 그 나이가 되면 상대의 성에 대한 관심이 지나쳐 본인에게도 투영되었지 않았나.

게다가 심심찮게 꺼추 달린 녀석들끼리 요상한 짓들을 하는 눈치였지요.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많은 동성애 유사품들 중에 진품으로 발전한 케이스는 딱 한명 밖에 없었습니다.

난 누가 누구를 어케 사랑하던 씹던 별로 관심 없습니다. 그건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이고 특히나 아랫도리 문제는 법으로든, 관습으로든 가로 막아선 안된다고 생각하는 주의니까요.

하지만 소수가 달리 소수겠으며, 원래부터 다수 속에 살자니 약간의 불편함은 있기 마련입니다. 하여 다수는 그런 소수의 불편함을 알고 비켜 가주는 정도의 예의만 차리면 되지 않나 싶지요. 하지만 그걸 뭐 대문짝 만하게 공개하고 커밍 아웃을 해서 주변을 발칵 뒤집어 놓고, 그것도 모자라 시청 앞을 점령하고 시위를 하는 대목에선 절로 눈쌀이 찌프려 집니다.

더더구나 성정체성에 혼란을 겪을 유사품들이 자칫 자신도 그런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고 실제 그 길로 빠져들게 분위기 조성을 해선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아무리 내 삶이 소중하다 해도 그 중요함은 더불어 살며 생기는 것이지, 타인의 삶 속의 기초질서마져 강간하며 옳다 강변함은 마땅치 않다는 겁니다. 이젠 어느 정도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법도 관심을 가지는 단계에 이르렀고.

복무 중엔 내무반에 여친 끌어들여 떡치는 놈 없습니다. 걸리면 영창 가야지요. 그러만큼 군대내에서도 눈 앞에 꼴리는 잠지 있다고 함부로 비비적거리면 안되겠지요? 그렇다면 굳이 난 동성애자야 라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일반 사회도 마찬가지. 난 아니니 당연히 나에게 관심 안가지고 지들끼리 논다면야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입양도 가능하게 해달라. 가능한 일입니다. 남자끼리, 여자끼리 결혼해서 불쌍한 애들 입양해서 잘 키우면 그만이죠.

하지만 이런 큼직한 주제의 성취에는 절차란게 있습니다. 떼거리로 길거리에 쏟아져 나와 속 비치는 빤쓰 입고 요상한 기구 팔지 않아도 연합회 결성해서 대정부 압력 가하며 유권자로써 정당하게 요구하면 그만이죠.

그렇지 않습니까? 내 말이 틀렸습니까? 이리 말하면 내 딸의 그런 성향을 비난하거나 병으로 보는 것 아니냐... 솔직히 그걸 기꺼이 받아들이거나 조장할 부모가 어디 있습니까? 나도 그런 저런 갑남인데 말이지요.

그만 좀 해요. 욕 나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