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길 위에서 묻다

안타깝지만..

운산티앤씨 2018. 7. 15. 17:20




개인적으로 생이 조금 많이 꼬여버린 탓은 IMF 직전 무리하게 구입한 아파트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눈을 뜨면 오르는 아파트 가격, 당장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하는 강박감. 그러나 이미 조짐은 여기저기서 보이고 소리를 냈지만 나 같은 사회 초년병이 뭘 알까.

시쳇말로 꼭지 잡고 쓰러진 데다 회사까지 날아갔으니 개인이 극복하기엔 너무도 큰 파도였습니다.

이 세상엔 무한은 없습니다. 있다면 끝을 알 수 없는 시간과 우주 공간뿐. 나머진 모든 시작과 끝을 명확히 혹은 어렴풋이 짐작만 하고 있습니다. 정상에 도달하면 내려갈 일만 남았듯이 일단 오르고 나면 아무리 내려가지 않으려 해도 뒤에서 보이지 않는 힘이 밀어내 버립니다.

잘은 모르지만 경제 역시 그러하지 않나 싶습니다. 부동산 하나만 놓고 본다면 불패의 신화를 쉼 없이 이어가선 쉬었다 또 오르고 또 조정 받다가 오르고. 그 목표지점까지 밀어붙이자는 세력들이 간간이 보였습니다만 이미 전체 경제 붕괴의 주범으로 낙인찍힌 이상, 더 이상 막후 세력으로 남긴 어렵지 않나.

주식에서 시세를 조종하는 세력이 없다면? 시장가격이 정직하게 반영됩니다. 살 사람이 없으면 아무리 금싸라기를 안고 있어도 똥주에 불과할 뿐.

언젠가 강남의 땅값은 3천을 돌파한다는 소문이 떠돌았고 이젠 1억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건 조정하는 세력을 밀어주는 뭔가가 존재할 때나 가능한 이야기입니다만 이젠 똥다리 받쳐줄 토건세력마저 없어지는 추세입니다. 국민의 심판 때문이 아니라 어차피 사라질 세력들이었다고 봅니다.

아니라고 부인한들 소용없습니다.

이미 인구 급감에 노동력을 상실하고 소비력마저 반감된 노인 세대들이 점령한 부동산 시장, 신규 진입할 인력이 갈수록 줄어드는데 상권이 확장될리 만무합니다. 모델 하우스만 열면 인산인해를 이루던 모습 역시 보이지 않을 겁니다. 왜? 이젠 재미 못 볼게 뻔한데 부동자금이 기웃거릴 이유가 없습니다.

금리를 낮춰 집을 사라고 해도 살 사람이 없습니다. 살 사람은 다 샀고 이젠 자식 세대만 남았는데 있는 집 팔아 쪼개줄지언정 새로 계속 사줄 자금줄은 가늘어지게 마련.

남쪽에서 시작된 굴뚝산업의 붕괴는 곧이어 우리가 자랑하는 첨단산업, 선진국에선 이미 버린 반도체와 표시장치 산업으로 시나브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양자 컴퓨터, DNA 기반의 새로운 두뇌를 찾아 움직이는데 여전히 핸드폰이나 데스크탑에 이용될 칩 생산이라면 이미 볼짱 다 본 셈입니다.

일단 노동 능력이 있는 세대의 노동력 상실로 인한 부의 상실은 곧바로 부동산의 처분으로 이어질 테고 그것은 곧 개인과 은행의 신용 고리가 끊어지며 금융권 전체로 부도가 확산될 것입니다. 자금줄 막힌 대기업들, 이미 경쟁력 없는 상태에서 서민들 피빨아 겨우 연명하던 그들마저 나자빠지면 그나마 남은 직장도 없어지고 돈은 더욱 돌지 않을 테지요?

그야말로 일본이 겪었던 수렁보다 더 험난하고 빠져나오기 힘든 구덩이로 내몰리게 될 겁니다. 이상은 내가 넘어졌던 1997년이고 올해는 그 20주년이죠. 돌아가는 모습이 너무도 같지만 이번엔 일본의 전례처럼 노동력과 소비력 상실이 같이 하니 더욱 걱정스럽습니다.

한줄기 희망이 있다면 남북의 교류입니다. 물자와 인력이 완전히 자유스러운 경로의 터짐이 유일한 희망이겠지만 처음과 같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곧 이루 지리라 예상되던 종전선언은 한없이 늦춰지는 양이고 언제 다시 냉기 흐르는 국면으로 돌아갈지 모릅니다.

이런 판국에 여기저기서 개기고 뻗댑니다. 오냐, 선거만 와라, 니들이 보여줬던 그대로 돌려주마하고 이를 박박 가는 세력들. 같이 힘을 합쳐도 어려울 판에 사촌이 논 사면 배 아프다는 식으로 딴지 걸고 발목 잡습니다.

사실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모든 탓을 뒤집어 쓰도 모자란데 이젠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이니 이런 근성을 버리지 못한다면 앞날은 정해져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 시점이 언제일까. 어제 강남 부동산 시장에 이상한 기류가 흐른다고 나왔습니다. 업자들은 급매물이 다 소진되었다고 하는데 실제론 거래 실종이라고 하더군요.

20년 전에도 그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