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는 분이 오셔서 할 말 있다며 술 한잔 걸치자..
사연인즉 아파트 전기 업무를 하도 보니 별일을 다 당하더라는 거죠. 첫 번째는 도어록이 고장 났는데 와서 고쳐달라는 요청이었답니다. 하여 그건 거주자께서 해결하셔야 하다고 했더니 오라고 해선 대문 밖은 내 집이 아니니 관리소에서 수리해야 한다고, 즉 공용 공간에 있는 물건이니까. 아니 머 이런 씨X넘이 다 있습니까?
두 번째는 날이 춥다 보니 베란다에 둔 세탁기가 얼었는데 와서 좀 녹여라.. 여기까지 들으니 내가 더 화가 나더군요. 사람을 무슨 개호구로 보는 것도 아니고, 아니 씨BAL 지 집구석에서 쓰는 물건이 고장 났는데 왜 관리소 직원을 불러 고치라고 하냐 이겁니다. 기기마다 붙어 있는 AS 전번은 폼이냐?
갑질, 갑질하길래 뭔가 했더니 이런 천하디 천한 인간들이 저지르는 만행이더군요. 가끔 천민자본주의라는 단어를 나도 사용하는데, 천민이란 단어 그 자체가 사람을 계급으로 나누는 뉘앙스라 영 마땅치 않습니다만 체면도, 예의도, 매너도, 심지어는 사고능력마져 부재인 씨상놈 중의 상놈 출신들이 돈푼깨나 만지니 눈깔에 뵈는 게 없나 봅니다. 더더구나 아무리 때려잡아도 두더지처럼 솟아 오르는 집값은, 어쩌다 지른 소 뒷걸음질로 잡은 쥐깜도 못되건만, 어느덧 수십억을 호가하니 느닷없이 티브이 연속극에 나오는 공갈 재벌 흉내라도 내고 싶은지.
쪽팔리지도 않습니까? 나잇살이나 처먹고 자기보다 좀 낮다, 없어 보인다 싶으면 그 자리에서 뭉개는 본인 얼굴이 얼마나 개기름으로 번질거리며 느끼한 지 거울이나 한번 보나 몰라.
하여 그런 10쌔끼들은 주둥아리를 처발라 버려야 한다고 씨근벌떡했지만 천성이 워낙 착한지라 앞으로도 주욱 계속 당하고 살지 않을까 심히 걱정이 되더군요.
누군가 잃어야 또 다른 누군가가 얻을 수 있는, 정글 보다 살벌한, 인간 사회의 시스템 속에서, 얻은 자는 잃은 자의 피눈물로 호의호식하니 그나마 인간의 탈을 썼다면 한 번쯤은 나로 인해 누가 아프지 않을까 걱정도 해보고 행여 그들에게 내 모습이 어찌 비칠지 우려하며 자중자애하며 베풂이 바로 요즘 개나 소나 아가리 벌려 토해내는 노블레스 오블리스?
되먹잖은 것들이 최고급 레스또랑에 처앉아 에미 젓도 띠지 못하고 눈 감은 송아지 살을 후비고, 시어빠진 식초보다 못한 포도주 기울이며 귓구멍으론 이해도 안 될 클래식 집어 넣으며 맞지도 않는 영어 단어나 주둥아리 올리며 우아한 척하는 게 아니란 겁니다. 아니 John나 웃기는 광경 아닌가요?
애들이 보고 배웁니다. 그런 새끼들 밑에 자란 애새끼들이 사회에 나와 남의 입에 똥 집어넣고 빳따치고선 콩밥 먹어도 뭐가 잘못이냐고 되려 눈까리 부라리는 법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병든 정신을 가진 애들이 바로 당신들을 고려장하는 게죠.
많이 가졌으면 자랑질 좀 그만하고 배고파 헤매는 애들 후원이나 좀 하든지, 그게 아까우면 하다못해 유기견이라도 한 마리 거두든지. 정 이도 저도 싫다면 남이 들어 싫어할 개소리나 자제하등가.
내 돈 내 마음대로 쓰고 있는 만큼 위세 좀 까기로 서니 뭐가 문제냐... 이게 바로 나도 말하기 싫은 천민자본주의 진면목이라는 걸 아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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