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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맏이와 노친네 간에 부대끼는 소리가 심상찮더니 급기야 명절엔 따로 국밥이 되고 말았다. 전언인즉 이젠 두 노친네 얼굴만 봐도 지겹다, 더 이상 부양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을 친척 누군가에게 털어놨고 그 사실을 그 미췐 인간이 더해서 전한 모양인데.
우선 내가 화가 나는 건, 설사 그런 소릴 들었다 해도 감 (減) 은 못할 망정 가 (加) 해서 옮긴 인간은 도대체 낫살을 똥구멍을 처먹었냐 싶은 것이고 두 번째는 하루하루를 허덕대며 간신히 부양에 힘을 보태는 날 보고 도당최 어쩌라고 닦달하는 노친네들이며 마지막으론 돈푼깨나 만지면서 늘그막에 뭔 새끼들한테 빌딩 하나는 줘야겠단 노욕을 부리는 맏이가 영 마땅찮은 게다.
여기에 마누라는 행여 그 책임이, 젊은 날 방탕함으로 재산깨나 축을 냈던 나로 인해, 전가될까 두려워 틈만 나면 악마의 속삭임처럼 이리 해라 저리해라 식으로 코칭 하는데 그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만은 한편으론 괘씸하기도 하다.
연전 돈만 벌어줄 테니 내가 노인네들을 모시고 산다, 그러니 나가겠다 했을 땐 차라리 보내주고 잔소리나 말 것이지 왜 바짓가랑이 붙잡아 주저 앉히고 나도 어쩌지 못할 상황을 나불대냔 말이다. 들어주기만 하는 것도 힘드냐는데 존나게 힘들다. 솔직히!!!
부모와 자식이란 관계를 왜 이토록 길고 질기게 가져가는지, 철이 들거나 때가 되면 품을 떠나야 하는 게 자식이고 보내는 이가 바로 부모여야 할 터인데, 무능해서 빌붙어 있거나 혹은 놓지 못하는 미련 때문에 다들 서로의 인생에 칡넝쿨처럼 발을 들이고 그리하여 얼기설기 엮여 하루가 멀다 하고 난장질이니 차라리 대가리 밀고 절에나 가 버릴까 싶다.
유난히 별난 모친의 성격이라 자식도 넌덜 머릴 내는데 며느리야 오죽하겠냐. 게다가 두 여자가 짜잔할 땐 강 건너 불구경 했거나 좃도 아니게 스위스 흉내를 냈거나. 진즉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영토 경계를 확실히 해서 서로 넘지 않도록만 했다면 맏이에게 그런 서러움을 받았어도 설마 우리가 모른 체할까.
그렇게 시무룩한 날 지켜보더니 딴엔 두 분 중 한 분이라도 가시면 가까운 양로원에 모시자, 그래서 교대로 찾아 뵙는 건 어떻겠느냔 타협안을 내놓는데, 영 별로다.
예전엔 노인네들 없는 자리에서 버르장 머리 없는 소릴 하면 꽥 하고 소릴 지르거나 눈알을 부라렸지만 이젠 생각해 보니 전혀 근거 없는 강짜가 아니다. 물론 내가 벌어 먹여 살렸다지만 그녀 역시 자기 할 도린 다했는데 왜 피도 섞이지 않은 이들의 노년까지 같이 책임진다 말인가.
게다가 돈이 있건 없건, 부양의 의무는 동일하지 않은가? 만약 그 돈이 부모의 편애로 비롯된 것이라면 모르되, 제가 잘 나 번 돈이라면 누가 왈가왈부할 수 있는가? 다들 똑같이 사랑받으며 자랐으나 자신이 못나 형편이 어렵다면 어려운 대로 작은 몫이라도 했다면 맏이가 그리도 화가 나진 않았을 게다. 네가 잘 사니 나가 알아서 해라도 하루 이틀이지 20년 이상이라면 설사 곳간에서 돈이 썩어가도 짜증날 법도 하다.
따지고 보면 모두가 내탓이려니.
도통 식사를 못하신다길래 그제 일 갔다 오는 길에 부러 숯불구이 치킨을 잘하는 집에서 닭 두 마리를 사들고 갔더니 참 잘 드신다. 다 빠지고 남은 이도 성한 게 없어 틀니조차 제대로 착용이 아니 되니 무던히 속이 곪으셨을 텐데. 하얀 살만 발라 입에 넣어드리나 나도 모르게 '이젠 내가 아부지 고기 찢어 드리네.'란 소리에 합죽하면 웃는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비러먹을 눈물이 쏟아질 양이라 나오지도 않는 가래를 컥컥거리며 밖에 나가 연신 담배를 빨다 들어왔다.
그래, 애 좀 먹으면 어떻나? 아직도 난, 돌발 변수만 없다면, 수십 년 더 걸어가야 하고 이젠 그들은 나와 전혀 다른 길의 입구에 서 있는데.
한편 어제 굳이 명절 날 모셔서 근처 고깃집에서 식사나 하자, 동생도 온다더라 했더니 마누라가 뾰루퉁해진다. 가뜩이나 장사 안돼 쩔쩔매는데 여기로 오면 누가 돈 내느냐, 게다가 빈손으로 가시게 할 순 없으니 전이라도 붙여야 하나 싶은 모양인데 그건 하늘에서 툭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다행이 팔린 물대가 들어와서 그걸 염두에 두고 철딱서니 없는 딸년을 붙잡고 아침부터 주방에서 난리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 나라면 저리 할까 싶네.
질알 할 때 정말 왕재수라 엎어치기를 확 해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만은 그래도 늙어 벽에 똥칠할 때 곁에 있어 기저귀 갈아 줄 정돈 되겠다 싶어 적이 안심되니 나도 세상 둘도 없는 얌체임은 분명허다.
뉘미럴 설날이고 지기미 떠그랄 한가위네. 에이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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