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길 위에서 묻다

Me Too 2..

운산티앤씨 2018. 2. 11. 20:36

노래 한 곡....



John Denver Greatest Hits | Best Songs Of John Denver

순하고 착하게만 생긴, 맑고 고운 목소리의 주인공이 사실은 극우 백인 우월주의자였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처음 글을 이어 보시는 분은 아마 떠라이 아냐, 혹은 소영웅주의에 물든 착각남 정도로 여기겠지만,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내 글재주가 없음이거나, 혹은 너무 겉만 보셨든가.

어딜 가나 권력을 쥐고 있는 세력이 있게 마련인데, 이를 두고 우리나라에선 보수라 하고 우익이라 표현한다더라만, 또한 항상 그것에 도전하는 세력역시 존재하는 바, 이를 두고 진보 혹은 좌익이라고들 하지. 물론 몇 년 지나 진보는 다시 보수가 되고 이에 도전하는 또 색상 다른 진보가 나타날 테지.

본래 공성 (攻城)보단 수성 (守城)이 어려운 법이고 정상에 도달한 자는 내려갈 일만 남아 늘 불안하니, 그러다 보면 실수를 저지르게 마련.

회사 내엔 두 세력이 존재했고 하루가 멀다 하고 피 튀기는 치열한 전투가 이어졌다. 수성은 엔지니어 출신들이, 공성은 일반학과 출신들이 맡은 셈이다. 수성 측은 수십 년간 이어온 굳건하고도 돈독한 선후배  관계를 사내는 물론 업계 전반에 걸쳐 마치 칡넝쿨처럼 뻗고 엮어 두어 어지간해선 치고 올라가기 어려워 보였다. 그리고 보수답게 그들은 변화를 두려워했고 당시의 체제에 안분자족하고자 했던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비난하기 보단, 나나 독자는 당시 그 산업계가 맞닥뜨린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시나브로 IMF가 터지기 일보 직전, 모든 경제는 놀이 공원 아이들이 불어댄 비누 거품처럼 부풀어 올라 여기저기 떠돌며 만인을 현혹했으니.

당사자도 아닌 지금 입장에서 그때를 회고해 보면 그들, 노땅, 틀딱들은 정체 모를 거대한 무언가가 이 땅을 휩쓸고 지나갈 거란 걸 본능적으로, 정확하진 않아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그건 거진 반세기가 넘는 그들의 역사 속에 구전 전설처럼 내려오던 선대의 윤회 같은 경험에서 비롯된 지독하게 정확한 예견이었음이 훗날 이 나라를 잿더미로 만든 금융참화로 입증되었고.

하지만 일천한 역사의 신진세력들은 마냥 부풀어 오르기만 희망했다. 그들도 나름대로 좁아터진 영토를 크게 확장하고 그들의 입지를 다질 기회로 잡아야만 생존할 수 잇지 않는가? 하여간 내가 엮인 일로 인해 양자 간에는 향후 수십 년 먹고 살 거리와 땅을 두고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간 게다.

한편 혹시 내가 주야장천 떠든 프레임론을 기억하시는지? 이 사회를 구성하는 단위 조직들 역시 크고 작은 프레임을 갖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결정적인 프레임, 설사 그것이 전부를 대표하진 않더라도, 하나가 무너지면 모든 프레임이 도미노처럼 넘어가게 마련. 특히나 공적인 공간에서는 도덕성이란 프레임이 무너지면 끝장인 게다.

요즘 말도 많은 두 정권의 몰락도 달리 크게 볼 것이 없다. 결국 스스로 쌓아 만든 안보와 보수, 그리고 이를 둘러쓴 우익의 도덕성이란 프레임에 먹칠과 배신을 때림으로써 민심이 이반하고 결국엔 수장 둘이 콩밥을 먹거나 먹기 일보 직전이 아닌가. 이젠 전체 조직의 와해조차 눈앞에 두고 있으니.

즉 소소한 프레임이라도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일부라면 미상불 터질 구멍을 막을 대체재의 마련 없이는 언젠가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는 방아쇠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아무리 막강한 권력을 쥐었다 해도 주인은 따로 있는 법, 국가는 국민이 주인이고 개인 회사는 오너가 주인이다. 그 눈에 벗어나는 순간, 아무리 수십 년 권력이라도 아침 이슬처럼 스러지고야 만다는 사실을 수성 측은 너무도 몰랐던 게다. 그리고 그들을 떠받들던 프레임 하나가 박살 나는데도 아까운 인재 하나 구출하자고 아둔한 작당을 벌였으니. 다시 말해서 인사위원회까지 열어선 안되었던 게다. 물론 여기엔 상한 자존심을 어떻게든 회복하려했던 그 자의 병신짓이 선도했겠지만.

또 잠시 옆길로 세서...
내가 들어간 첫 직장은 요즘 말하는 강소기업이었다. 규모는 작지만 내실 있고 탄탄한 판로를 갖춘, 그러나 내부는 친인척으로 들끓는. 진작 알았다면 아까운 1년을 허비하지 알았을 텐데.

그곳의 오너는 남다른 이였고 지금도 고인이 된 그를 난 존경한다. 이 양반이 어느 정도였냐 하면 회사 대문을 교체하는데 문과 관련된 서적을 5권을 읽고 연구해선 검토했고 회사 배지 하나 제작하는데도 재질과 가공에 관한 책을 십여 권 독파하고선 시작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는 사내에 뿌리박힌 친인척들을 너무도 싫어했고 그 대안으로 당시로썬 무리였을 정도로 거금을 들여 공채를 했고 나를 포함한 입사 동기가 30여 명에 달했다. 그리고 우리 모두를 최고의 시설에, 최고의 음식과 이름 있는 명사를 불러 교육을 시켰다.

당시 무슨 교육인진 기억나진 않지만 - 아마 지금도 살아 계시는 걸로 안다. - 숙명여대 대학원에 출강하는 양반이 왔다. 특이하게 관상과 사주를 주제로 강연을 했고 말미엔 전 교육생을 돌아보며 넌 앞으로 어떻다 식으로 농을 던지고 돌아다녔다. 하지만 내 앞에 온 그는 순간 입을 꾹 다물더니 사나운 눈빛을 하고선 돌아섰다. 나도 어안이 벙벙, 동기들도 어안이 벙벙. 물어볼 법도 했지만 자존심이 상한 난 퉤하고 돌아 서버렸다. 이후 몇 번이고 사람 좀 볼 줄 안다는 이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자넨 반골 기질이 너무 강하다, 기가 너무 강해서 순탄치 않겠다 등등. 글쎄 이 정도론 그 양반의 그날 표정을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요즘 느끼지만 그가 그날 지은 표정은 아마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사태, 즉 내가 전체가 몰살시키는 참극의 단초가 되는 상황을 미리 본건 아닌지 모르겠다.

인사팀의 유력자는 곧바로 회의를 소집해선 진상 파악에 들어갔고 그녀와 나는 번갈아 그들의 사무실로 가서 자초지종을 몇 번이고 설명해야 했다. 사태가 둍같이 흘러가기 시작하니 벼라별 일들이 다 터졌다.

그중 가장 웃긴 건 그 새끼와도 친하고 나와도 안면이 있는 자가 나서서 중재랍시고 한 짓이 다른 일지라를 알아봐 준다는 건데, 이게 결국은 내가 없는 잘못을 인정하고 나가면 조용히 끝날 텐데 뭐 하러 일을 키워 너도 다치고 앞날 창창한 임원 하나를 죽이느냐였다.

참 시발스러운 시츄에이션인데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드들겨 맞은 격이엇다. 닝기리 조뚜 별로 알지도 못하는 기집애 역성들다가 인생 참 드럽게 꼬였으니. 게다가 자칫 이 일로 그 업계에선 명함도 못 내밀 처지가 되었으니 도시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다.

아직 회사에 몸담고 있는 분이라면 반드시 명심하길 바란다. 늘 사주경계를 철저히 함은 기본이고, 언제나 남을 의심하고 테스트해야 한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고 오늘의 적은 내일의 동지이며 적의 적은 나의 동지이지만 내 동지의 적은 나와는 무관하단 철학을 늘 염두에 두길 바란다. 뭔 소리냐고? 나완 상관없는 일엔 돈 생기는 거 아니면 끼어들지 말라고...

하지만 그건 불 붙은 나에게 기름을 끼얹은 어리석음이었다. 결국엔 코너에 몰린 쥐가 된 난 너 죽고 나 죽자는 생각으로 인사팀의 유력자와 김 부장을 찾았다. 한편, 그렇게 같이 오만 잡질 다 하던 동기고 선배고 돌아보니 전부 내빼고 가까이 오지를 않았다. 세상 인심 참...

그들에게 난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다. 도대체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말이다.

'피해자 아냐? 그럼 피해자 역할만 철저하기만 하면 된다. 머리 굴리지 말고.'

?????? 그건 당연한데... 왜 당연한 이야기를 하냐고? 독자는 이해가 가는가?

마지막으로 불려간 자리에서 난 있는 그대로를 증언했고 욕설을 퍼부은 사실도 인정했다. 부풀리거나 줄이지 않고. 난 적어도 감봉이나 그 이상의 징계를 각오했는데 결과는 전혀 엉뚱했다.

여자애는 전혀 관계없는 부서로 발령이, 나에겐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 이게 도대체 뭐지?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난 전말을 알 수 있었다. 비공식적인 인사위원회는 열렸고 그 자리엔 김 부장이 나 대신 참석을 했고, 그 자리에서 대강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OO 씨가 잘못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워낙 천성이 정의롭다 보니, 그리고 욱하는 성격이 있어 그런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늘 교육하고 주의를 주었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젊은 애의 어리석은 혈기로 이해하시고 이쯤에서 덮고 가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여기서 독자는 정의롭다는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 내가 정의롭다? 그럼 상대는 정의롭지 않다? 그건 이미 이쪽에선 반대편의 큰 잘못이 있음을 알고 있다. 증거도 있다. 어쩔래? 이 일 더 키워볼까? 누가 이기나 해볼까?

참으로 무서운 사람이었다. 하찮은 말단 사원 하나를 갖고 큰 딜을 한 셈인데, 아직 이해를 못하신다면 후에 이어질 글을 더 보셔야 합죠, 눼~~

여기에 인사팀 유력자가 사건의 시초부터 마지막까지, 사실에 근거해서 다 까발렸고. 그야말로 그 부장은 천하의 부도덕한 유부남이 되었고 난...

일이 이쯤 되자 어떻게든 오너에겐 보고를 해야 하는데 사실 그대로 간다면? 그 부장과 내 모가지는 날아가고, 여자애 역시 앞으로 피곤한 삶이 이어질게 분명하다. 하지만 더 큰일은 공성 측 선봉대장의 갑작스러운 부재로 인한 균형의 깨짐이었다. 그건 그들로선 사업 확장을 눈앞에 둔 한차례 전쟁에서의 승기를 넘겨 줌이었고, 그건 지난 세월 다지고 다져온 헤게모니의 상실이 아닌가? 비주류의 삶은 참 서럽고도 서러울진대.

결국 전무 선에서 다 덮고 없던 일로 하자, 이리 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인사 유력자가 훗날 전한 바론 결국엔 오너에게 보고되었고 그로 인해 그 부장과 그를 감쌌던 임원들에게 미운 털이 박혔단다.

사실 그 부장은 진보측에서 진행하고 있던 사업 확장 프로젝트에 대해서 지극히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보수의 뎌표이자 선봉이었다. 오너의 강한 신뢰에다 멀끔한 외모에 유창한 영어, 오랜 해외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젠틀맨 이미지를 갖고 있다 보니 진보측에선 속칭 함부로 대하긴 어려운 상태였고, 게다가 엔지니어로써의 오랜 현장 경험은 일반 사무직이 대수인 진보측에서 자칫 말 잘못꺼내다간 본전도 못 건질 정도로 해박함이니 그야말로 넘사벽이고 레알 웨폰이었는데. 이제 그가 무너지고 있었다. 천진난만한 여자애 하나와 겁대가리 상실한 어린 승냥이 한 마리 때문에 말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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