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한글 전용론이 신문지상에 나오고, 그것을 어기는 이들은 매국노처럼 취급을 받는 모습을 보고 난 솔직히 충격을 받았다. 특히 대화 중에 영어나 외국어를 쓰는 이들을 존경스럽게 보거나 혹은 경멸하거나 하는 극단적인 모습에선 아예 기겁을 한다.
물론 남이 모르는 단어를 입에 올리며 깔보는 행동이야 말로 가장 천박한 지식인의 전형이다만은 적어도 딱 맞는 한글이 없다면 용인해줘야 마땅하고 배우려 해야 하지 않는가.
주로 영어로 씨부리지만, 몇가지 나라 말을 배우며 느낀 건... 한글을 그 나라 말로 옮기면 그 많던 문장이 몇줄로 줄어들고 그 나라 말을 한글로 번역하면 몇줄 안되던 문장이 왜 이리 길어지냐...
솔직히 언어학자적인 식견은 없지만 표의가 아닌 한, 함축적인 표현은, 비꼬는게 아닌 이상, 상당히 불편한 언어란 점이다. 게다가 요즘은 영화에서조차 첨단기술 속에 사는 세상으로 그려지는 대한민국이다만은 십수년 전만해도 뭐든 따라하는, 요즘 짱개들 욕하는게 부끄러울 정도로, 베끼기 대장 아니였던가.
그러다 보니 당연히 외국어를 받아 들여야 하는데도 사실은 받아들였으면서도 겉으론 그것을 배척하는 기괴한 모순들을 저지르고 있다. 이 글만 해도 그렇다. 한글과 한자의 비중을 따져 보기 바란다. 조사, 형용사 일부와 부사 빼곤 거의 전부 한자다. 난 매국노인가? 그렇다면 그 단어들을 대체하는 단어를 전파하지 못한 한글학자들의 무능탓인가, 아니면 민도 낮은 국민성 탓인가?
왜 굳이 다른나라에선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고 그들만의 것으로 만들려 노력하는데 도대체 이 땅에선 이해못할 일들이 상식처럼 벌어지는지 모르겠다.
왜 애들에게 한자는 나중에 배우라고 하는가? 그렇게 한글 사랑하라고 외쳐대며 한쪽에선 젓도 안뗀 애들에게 영어 동화를 틀어주고 영어로 밥 먹으라고 엄마들은 속삭이지 않는가?
그리고 배우기 쉽다니? 노란색은 Yellow 하나로 끝내도 될 일을 노랗다, 노르스럼하다, 노리끼리하다, 샛노랗다, 누르스럼하다, 누리끼리하다. 노리끼리와 누리끼리의 차이는 뭔가? 나도 모르겠다. 이걸 도대체 외국인이 어떻게 쉽게 배우나? 참으로 달 보고 짓는 개소리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Yellowable, Yellowtic, Yellowablly, Yellowtically 등등 없는 단어를 만들어서 번역해 봐라. 다 노랗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아, 한가지 뛰어난 점은 있다. 욕하기엔 아주 딱이다. 예전에 업무 때문에 외국인들과 자주 싸웠는데 밤새 연구한 욕을 영어로 싸질러 놨더니 FBI와 인터폴에 신고한다나 어쩐대나. Sons of virginia. 이래도 다 알아 듣더만, 흄!!!
다음을 영어로 번역해 보시오.
'니미 씨팔, 개 좃같은 새끼가 어디서 썩은 존물 나오는 씹소리를 지껄이고 처자빠져 있냐. 요 개 젓만한 쉽새끼의 옥수수를 전부 뽑아 주까? 아니면 개구리 십창나도록 허벌나게 처발라 줄까, 아니면 창자를 전부 꺼내서 빨래줄로 만들어 주까? 왜 잘 안들리니? 귓구멍에 좃 박았냐? 개썅너마.'
(잘 보면 전부 위협이고 실제 행동으로 절대 옮길 수 없는 허언들입니다.)
이걸 완벽하게 번역하시는 분, 있을까요?
'세상 이야기 > 길 위에서 묻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와 우리... (0) | 2018.02.22 |
---|---|
다들 늙어갈 텐데... (0) | 2018.02.15 |
Me Too 2.. (0) | 2018.02.11 |
이해가 아직도 가지 않음... (0) | 2018.01.28 |
할 말 있습니다.. (0) | 2018.0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