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동명의 제목을 가진 단편 소설은 소설가 이문열 씨의 작품일 게다. 워낙 글 읽기를 싫어하는 내가 그나마 끝까지 읽어 본 몇 안되는 소설 중 하나.
주인공이 아마 엄상태였나, 반을 주름 잡는 카리스마와 뛰어난 머리는 알고 보니 전부 주변을 착취하고 갈취하는 모사꾼의 전형이었다. 결국엔 몰락을 거듭하며 사라졌고. 그리고 소설의 첫 머리에서 사기꾼으로 체포되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를 요즘에 붙여 해석하기엔 전혀 무리가 없으니, 그리고 우리에겐 부지불식간에 너무도 많이 보아 온, 익숙하다 못해 식상한 장면이 아닌가? 그리고 지금 우리 모두는 그런 사기와 모사, 계략의 정수와 종말을 보고 있는 셈이다.
일전에도 이야기했다만 1970-80년대, 샐러리맨이 이 시대 최고의 아버지이자 남자의 모델이었던 시절, 가난을 뚫고 마치 개천의 용인 양 굴지의 대기업의 최고 자리에 올랐고, 메트로 시티의 수장을 거쳐 이 나라를 호령하기까지 그야말로 한편의 신화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지만 그가 몰락하기 전부터 난 그런 그의 행진이 정상적인 사고와 이성적인 행동으로 과연 가능했을까라는 의문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니까 유 모 씨가 주연했던 극의 매 편마다 나온 영웅적인 행동과 사고가 그 당시 실정에 비춰봐서 과연 통할만한 상식이었는지를 물어보는 건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천상에서나 통할 법한 이상이었지 현실은 아니었단 점이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시구문 밖 깡패 두목의 미화극보다 풍성한 허풍과 거짓으로 가득 차 있지 않나 싶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프레임을 적절히 활용해서 최고의 자리에 등극한 점은 앞으로도 두고두고 연구해야 할 과제임은 분명할 터.
이제 그의 수족이 되었던 불독의 날카로운 이빨은 그의 목덜미를 바야흐로 물려 하고 있다. 상납, 이거 누구 꺼, 비비큐를 거쳐 땅속 보물 찾기와 강물 속까지... 들여다볼수록 가관이고 점입가경이 따로 없다.
예전 모 대학 심리학과 교수란 자가 논 두렁이란 단어를 사용해서 누군가를 바위 끝으로 몰고 간 기억을 우린 아직도 아프게 갖고 있다. 이제 측근도 등을 돌리고 머리 조아리던 권력도 아침 안개처럼 흩어졌고, 그나마 남은 이용 가치를 활용해 보려던 이들마저 심각한 부담이라고 손사래를 치는데.
고립무원, 진퇴양난, 그리고 끝을 모를 추락이 기다리고 있는 데다 주변에선 차라리 혼자 다 이고 지고 가주셨으면 하고 바랄 거다. 그것이야말로 이 모든 논란을 일거에 잠재울 수 있는 신의 한 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503이나 이 자는 그럴 용기도 없으며 머릿속엔 또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옛말을 고인 간직하고 있을 터.
버티면 버틸 수록 결국엔 그동안 우리 사회를 지탱해왔지만 썩어버린 거대한 프레임이 완전히 붕괴되는 단초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땅은 한동안의 극심한 혼란기를 겪기야 하겠지만 결국은 모두가 살 수 있는 프레임이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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