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즐거운 하루

Ziggy Ziggy in Manila - 2

운산티앤씨 2018. 6. 18. 20:43



어제 오류 하나 바로잡습니다.

붕가붕가.. 이거 아닙니다. 다시 기억을 더듬어 보니 지기지기였습니다. 정확한 어원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 선원들로부터 퍼졌으며 섹스의 은어입니다. 그걸 필리핀 애들이 알고 있었던 거죠.

한편 붕가붕가의 사전적 의미는 항문 섹스할 때 나는 소리의 의성어랍니다. 그런데 이걸 애견인들은 강아지들이 난데없는 변태 짓을 할 때 쓰던데 도대체 의미나 알고 쓰시는 건가요? 붕가붕가, 참으로 듣기 거북한 용어입니다.

요즘도 난 악몽을 꿉니다. 자다가 눈을 뜨면 필리핀 사다코의 그 무서운 눈, 으흐~~~

조타실로 가니 3항사가 근무 중이더군요. 에라, 오늘 이눔이나 잡고 노닥 거리자.

'선배님, 왜 그디 띠어 오데요?'

흠.. 이 친구 다 좋은데 혀가 좀 짧은 게 흠입니다. 일전 컨테이너 선에서 같이 20일을 지낸 적이 있고 나이 차도 꽤 있어 동생 같아 친해졌습니다. 그리고 그때 추억도 있고. 무슨 추억?

'3항사 해도 갖고 와.'
'넵(후다닥).. 해됴 여기 있뜹다.'
'야, 넌 발음 안 되냐? 해도 해봐. 다시.'
'네? 해됴.'
'아놔. 미치겠네. 너 임마 군대 대신 여기 온 거 다행으로 알아. 다시 해봐, 해해해해해해, 도도도도돗.'
'넵! 해.둇'

ㅋ.... 그 선장님, 성질이 어찌나 급한지 화가 나면 말을 더듬는 버릇이 있습니다. 게다가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던 터라, 육상 직원에게 흠을 잡히자 뿔따구 오른 모양인데 재수 없게 3항사가 걸려든 거지요. 그 선장님 세대엔 해양대가 서울대 보다 들어가기 더 힘들었죠. 아마?

여튼 나 때문에 치도곤 당하는 녀석이 우습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아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자 그 넘도 방에도 그런 귀신이 하나 눌어붙어 있답니다.

야, 근무 끝나면 바람이나 쐬러 가자. 우린 산판을 불러 상륙을 했습니다. 이젠 둘이니 그다지 겁날 것도 없고. 역시 조금 걸어 나가자 히빠리들이 붙습니다.

'지기지기, 오케이?'
'아가씨, 이뻐. 싸다. 아줌마 어때? 찌찌 커!'

어휴 배울 게 없어 저딴 것만 배웠다냐. 그중 한 노땅이 점잖게 팔을 끌더니 가봐야 돈 낭비다, 차라리 시내로 가자. 나이트 가면 쥑인다면서 유혹을 하더군요. 그려, 이게 낫지. 차라리 헌팅을 하자.

흠... 혹시 정육 공장에서 도살 후 피 뺀 고기들이 갈고리에 걸려 빙빙 돌아가는 모습 보셨나요? 솔직히 그 여자애들 눈 보니 원해서 하는 짓이 아니라는 것쯤 눈치채겠더군요. 무표정한 표정, 웃더라도 눈은 그대로인. 무대 전면에 거진 5-60명 정도의 스트리퍼들이 웃통을 벗어젖힌 채 앉아 있고 객석은 무슨 극장 마냥. 그리고 그 사이를 땅콩이랑 술, 담배 피우는 애들이 돌아다니고.

드뎌 쇼는 시작되고 하나씩 예명을 부르자 앞으로 걸어 나오며 홀딱홀딱 벗는데, 난데없이 다리 찢기는 왜 하는겨? 흐미... 가자. 돈만 날렸다. 문밖으로 나오니 예의 중년남이 기다리고 있네요?

뭐여. 아까 돈 줬잖아, 뭔 볼일 또 남은겨? 이번엔 홍콩 보내주겠답니다. 그건 또 어서 들어서, 나참...

택시를 잡아타고 가는데, 어라? 점점 이상한 골목 같은 곳으로 가더군요. 아차 싶었습니다. 너무 쉽게 봤구나. 난 택시 기사에게 차를 멈추라고 했는데, 이 기사 놈 멀뚱거리며 그 중년남 눈치만 봅니다. 그러더니 이 자식이 위협을 가하네요?

'So, you want to go back? I spent my time and got small money. How can you say so?'

그러더니 호주머니에 손을 잡으며 뭔가 길쭉한 걸 주머니 겉으로 드러내네? 원래 다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부딪히면 피하는 성격이지만 갑자기 화가 확 치솟더군요. 영어고 나발이고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욕설을 퍼부으며 나도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습니다. 그 사이에 3항사는 하얗게 질려 앉아 있고.

'You want fighting with me? Ok. I like that. Hey, driver. Stop the car. I will show you two guys real fighting.'

일단 화가 치솟아 오르니까 눈에 뵈는 게 없더군요. 호주머니에 뭐라도 들은 양 길쭉이 내밀고 앞 좌석을 냅다 발로 차며 고래고래 소릴 질러댔습니다. 이윽고 차는 서고.

'너 이 씨발럼 일루 와봐라. 오늘 제사 좀 치르자.'

달려드니 놈은 꽁무니 빠져라 튀고 택시 기사 놈도 차 몰고 도망가고.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아후, 얼마나 쪽팔리던지. 그 속에서 같은 배 선원들이 나오더군요. 뭔 일이냐고 물어보길래 그냥 좀 다퉜다고. ㅎㅎ 어찌 말하누?

지금은 농담처럼 말하지만 하마터면 그날 정말 향냄새 맡을 뻔한 사건입니다. 외국에선 절대 모르는 현지인 안내받으시면 안 됩니다?

잔뜩 쫄아 있던 3항사, 술집에 둘어가자마자 맥주를 고래처럼 들이키네요. 그만 좀 마시라고 해도 꾸역꾸역 퍼마시더니 결국 웩... 아놔 드러워 죽겠네. 이 멀리까지 와서도 술 취한 넘 수발까지 들다니. 그려, 충격이 어지간했겠냐? 나도 놀랐다, 이눔아. ㅋ

술에 만땅으로 취해 울려 퍼지는 노래.. I am saling,  I am saling,  I am saling,  I am saling..... 머여, 판 튀냐? 왜 도돌이표여. 그다음을 불러 임마.

모다요 (몰라요), 기억 음떠요 (없어요).

ㅎㅎㅎㅎ 그렇게 마닐라의 밤은 깊어갔네요.

아침에 일어나니.. 헉... 사다코가 아직도 있네요. 난 얼른 이불을 들춰 가랭이부터 점검했습니다.

'돈뜨 워리. 아이 노 타치 유.'

니미 저 웬수같은 뇬을 어떻게 하면 쫓아내지? 술도 덜 깬 채 라면이라도 먹을까 해서 식당으로 향하는데 이건 또 뭐여. 어린 배불때기 기집애가 돌아다니네요? 아니 이런 개잡끗들을 봤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임산부랑.

알고 보니 2기사 방에서 나온 여자랍니다. 그리고 그 뱃속 아기 아빠는 그눔 선배라나? 임신시켜 놓고 날랐나 본데, 여자가 먹고 살 방법이 있나. 그 몸을 해가지고 이 배 저 배 떠돌다 우리 배에 왔고 신세 한탄을 듣다가 선배의 만행을 안 2기사 녀석이 거두었다네요.

배에선 시간 외 근무수당이 짭짤합니다. 그 돈만 해도 봉급에 손댈 필요가 없죠. 더더구나 항해 중엔 돈 쓸 일이 없었으니. 하선할 때 단단히 모아두었던 돈은 가족에겐 큰 선물이었는데, 정박하던 날 올라와선 한 달째 저리 개기니 일당 20달러로 쳐도 30일, 600달러. 큰돈입니다. 완전히 깝데기를 벗겨놨더니만요. 그러고 보니 어제 쿡하고 대판 싸우던데 왜 그런 거요?

놈은 돈이 다 떨어지니 급기야 부식을 갖다 줬나 봅디다. 그러다가 신라면 한 박스 들고 가다 들켜 싸운 모양인데.

'빨리 내려보내라. 미쳤나?'
'우째 그랍니까? 아를 저래 갖고 있는데.'
'니 애냐? 그리고 돈을 그렇게 처먹었으면 썅뇬이 양심이 있어야지. 어디 부식까지 털어먹고 질알이야?'
'그래도 선물하라꼬 50달러 돌려주던데에?'
'ㅡ ㅡ;;'

에라이... 이걸 착하다고 해야 하나, 등신이라고 해야 하나.

항간에, 동남아 전역에 이런 말이 돌았습니다.

한국 남자들 때문에 못 살겠다고. 한번 훑고 지나가면 여자 값이 두 배, 세배로 뛴다네요. 기마이 좋고 현찰 박치기고. 기마이는 팁입니다. 기분 좋아 주는 팁.

그렇게 당시엔 장인의 지가 대신 동남아의 여자 값을 폭등시킨 주범이란 원성을 뒤늦게 상륙한 외쿡인으로 부터 들었다는 전설이었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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