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즐거운 하루

Bungga bungga in Manila -1

운산티앤씨 2018. 6. 17. 16:50



혹시 장안의 지가를 올리다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어떤 명작으로 인해 책 판매가 많이 되자 종잇값이 오른다는 중국식 허풍 섞인 고사이올시다. 하지만 이번엔 네거티브 함으로 인해 여자 값이 올라갔음을 간증합니다.

참고로 본 글은 특정 지역이나 국가를 비하하거나 인종차별적인 내용이 아니고, 정녕 거증이오니 혹시 이의 있으시면 직접 가보시기 바랍니다.

선박 감사를 컨테이너선 즉 정기선만 하게 되면 사람 돌아 버립니다. 도대체 상륙은커녕 간만 보고 밥상 물려야 하는 식으로 육지만 바라보다 다시 바다, 바다, 바다, 니미 시발 바다, 바다, 바다..

일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갈매기는 연안에서만 볼 수 있어요. 먼 바다 나가시면 개미 새끼, 아니 피래미 한 마리도 없어요. 고래가 뛰고, 푸헐... 그건 내셔널지오그래픽 이야기고, 삼시 세끼 고기에 연어회에 배 터지게 먹고 간식으로 라면 4개를 아작내도 살이 찌질 않습니다. 그게 철판에서 양기를 앗아가서 그렇다는데 혹시 정말 다이어트하고 싶으신 분, 외항선 1년만 타 보시길 강추해요. 그리고 딸 낳고픈 분에게도 추천해욤.

선사에 컨테이너선만 있냐, 원목선도 있고, 광탄선도 있고, 곡물수송선도 있습죠. 위험도로 따지면 건조된 지 10년도 채 안 된, 최신식 설비가 장착된 컨테이너선보다 위험합니다. 그것도 아주, 대단히. 해마다 터지는 인명 사고, 침몰 사고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니까.

흠.. 원목선은 인도네시아 보르네오나 아프리카 오지, 혹은 북미 대륙에서 잘라낸 통나무를 수송하지요. 이 배는 안전할 것 같습니다. 배가 침몰해도 떠다니는 원목에 매달리면 살 수 있으니까. 정말 그럴까요? 원목 하나의 무게가 작은 건 수 톤, 큰 건 수십 톤입니다. 일단 바닷속으로 배가 가라앉으면 같이 빨려 들어갑니다. 그리고선 솟구치죠. 흠냐리.. 그런 게 수백, 수천 개가 바다 표면을 파리채처럼 때린다고 상상해 보셔요. 차라리 수장되는 편이 대가리 납작 콩알 되는 것보단 깨끗하죠.

게다가 평균 선령이 30년에 육박하는데다,  해수와 소금기 머금은 바람의 위력은 실로 대단합니다. 노출된 파이프를 만지면 부스러질 정도. 갑판 일부는 잘못 밟으면 내려앉습니다. 실로 항해가 되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래도 좋은 점은 정박 기간이 무쟈게 길다는 거죠. 워낙 들어가는 항만 시설이 작고 노후화되어서 먼저 접안한 배의 하역에만 며칠씩, 수십 척이 줄을 서 있습니다. 내항 말고, 그러니까 항만 근처는 돈을 내야 하니까, 여기도 주차료 즉 정박료가 있습니다, 해서 공해상에 1주, 2주, 심지어는 한 달도 머물고 있죠. 선사 입장에선 답답할 거 없습니다. 노는 동안 용선료 및 모든 비용은 화주가 내니까.

선원들에겐 이런 경우가 대박이죠.

곡물선으로 기억합니다. 치열하게 대가리 수 써서 경쟁자인 @과장님을 미국으로 살포시 날려 드리고 난 가까운 필리핀으로. 가자, 화라다이스~~ 미녀와 술이 기다리는 열락의 도가니로.

그런데 뭔가 좀... 영화에서 보던 화려함보단 어디 시골 같다는 느낌이 확. 일단 바로 놀러 가긴 그렇고 해서 근처 호텔에 들어갔습니다. 오호, 이건 만수르급이네요. 황금색으로 번쩍거리는 변기와 화려한 치장은 여기서 똥을 누나, 밥을 먹어야 하나의 고민을 줄 정도로 부담, 부담. 저녁을 적당히 때우고 나서 난 산책을 나섰습니다.

호텔 뒤로 가니 이건 우리나라 1950년대, 종전 직후입니다. 온통 진창에, 널린 쓰레기들하며. 그런데 박스를 쌓아둔 곳에서 뭔가 꼬물거리며 나옵니다. 보니 갓난아기부터 초등 6학년 정도까지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빤스 바람으로 혹은 홀딱 벗은 채, 쪼그리고 있더군요. 몇 날을 굶었는지 애들은 초췌하다 못해 핼쑥했습니다. 당시엔 애는 없었지만 얼마나 마음이 불편하던지요. 해서 주머니 들어 있던 몇 달러를 꺼내서 주었지요.

아놔, 이게 폭탄이었네요. 좀 있으니 애들이 와라락 몰려들더니 너도 나도 돈 달라고 하는데 아주 정신이 없더군요. 노 머니를 외치며 도망치듯 빠져나오니 이번엔 웬 아자씨가 가로막네?

'붕가붕가?'
'What?'
'Do you wanna sex with university girl?'
'What? No, I just want to walk around.'
'Which country?'
'Korea..'
'아가씨 이뻐, 가슴 커. 피부 좋아.'
'머라카노. 비끼라.고마. 시발노마.'

순간 짜증이 확 나서 나도 모르게 사투리가. ㅎㅎ 끈질기네요.
'아가씨 싫어? 아줌마 있어. 싸다.'
'(아니 이 씨버랄 넘이 언제 봤다고 반말 배워서 주댕이를 콱..)'

하지만 마음뿐이었습니다. 근디 좀 더 이상한 건 가게마다 샷건 든 제복들이 있습니다. 궁금하면 미치는지라. 가서 물어봤지요.

'Rubber, Communists.'

당시 필리핀 반 정부군 기세가 대단했습니다. 민다나오섬인가 근처에 본거지를 두고 수시로 테러와 납치가 일어났고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정도가 아니라 개나 소나 다 할 수 있어 중무장한 경비 없인 장사하기 어렵다네요? 그제서야 이거 잘못 품 잡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골로 가겠구나 싶었습니다. 하여 오던 발길 당장 접고 호텔로 직행.

아침에 되어 승선하라는 전통을 받고 출발을 하니 배는 워디메? 보트 타고 30분 정도 나가야 한답니다. 어시장 근처에서 기다리는데, 산판이라고 불리는 작은 동력선이 오더군요. 삼판인지 모르겠네. 하여간 중간에 카약같이 앏은 배가 있고 좌우로 소금쟁이 다리가 달려 있습니다. 아주 안정적이라 높은 파도에서 잘 헤쳐 나간다네요. 이 지혜는 후에 첨단 기술로 등장합니다. 고속선의 경우 이런 형태를 많이 취했으니까요.

우잉? 그런디 웬 여자들이 우르르 몰려오네요. 아니 화장도 짙게 하고선 워딜 간데? 첩첩한 바람 맞으며 3-40분 정도 달렸을까, 드디어 우리 배가 아니, 수십 척이 두둥실 떠있는 곳에 도달했습니다. 이거 뭐 캐리비안의 해적도 아니고 진짜 갖가지 철선들이 제각각 짐을 싣고 있는 모습, 실로 장관 아니겠습니까?

헌디 이 뱃사공시키 바루 가덜 않고, 만나는 배마다 세우고선 여자들을 나눠 내리네요. 그리고 다시 타는 애들도. 흠... 혹시 선상 파뤼? 그럼 우덜도 오늘? 이거 완전 땡잡았다 싶어 희희낙락하며 드디어 우리 배에 도착했습니다.

본사에서 감사 나온다니 다들 바짝 긴장해서 데크에 모여 반기길래 얼마나 민망하던지요. 나 참, 사열식 받긴 처음이네. 거수경례까증. ㅎㅎㅎ. 일단 받아 주고 선장이 자기 사무실로 안내를 하는데 이기 머꼬? 방문 하나가 열리면서 까무잡잡한 연네 하나가 톡 튀어나옵니다.

'아니, 선장님. 선상에 외부인 들이시면 어떻게 합니까?'

미스터 법대로 성격이 어디 갑니까? 그 자리에서 종이 꺼내 시간을 적자니 같이 간 과장이 웃으며 그냥 두라고 합니다. 여기 원래 그래? 뭐가 그래? 왜 배 안에 여자가 있냐고...

간단한 소개를 끝내고 점검을 시작하는데 흐미... 해도고 뭐고 제대로 갖춰진 게 없네요. 내부 점검을 위해 내부도를 보자 했는데 우잉? 1960년? 뭐여? 오늘이 1993년인데 이 배가 그럼 몇살인겨? 하여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점검을 하는데 가관이 아닙니다. 파이프를 만지니 갑판장이 살살 만지랍니다. 왜요? 세게 잡으면 부서져요. 헉.....

거긴 밟지 마세요. 내려앉아요. ㅜㅜ 아놔, 더 있다간 수장되겠네. 일단 승선하면 하선하지 않습니다. 일이 끝나야 갈 수 있으니까. 석식엔 조촐한 파티가 벌어졌습니다. 간만에 씨발스 니갈 한 잔 들이켜니 울렁 거리는 속이 출렁거리는 뱃전 따라 더욱 사람 돌게 하고. 골이 띵해 갑판으로 나와 다른 배를 보니 헐... 산판이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며 여자들을 내려주고 올려 주고. 아 저런 개썅, 살다 살다 해상 포주는 또 처음 보네요.

위스키의 취기가 더 돌자 버티기 힘들더군요, 회사 이야기나 하자는 선장 이하 사관들을 뿌리치고 방으로 들어왔는데 이거 뭐여? 넌 누구며 왜 여기 있냐? 웬 필리핀 츠자 하나가 오도카니 앉아 있습니다. 마침 지나가던 2기사에게 저년 뭐여 하니 선장님이 특별히 챙겨주신 거라네.

뭐여, 내가 시방 지금 당나라 조정에 온겨? 그런데 갑자기 아까 산판 타고 이 배 저 배 메뚜기처럼 돌아다니던 여자들이 생각나더군요.

'Where are you from?'
'What? here is Philippines, Mister!'

발음 참.. 홧, 히어르 이즈 삘리삔, 미스떠르....

'Sorry, Again asking you. Which vessels were you staying?'
'Russia, Netherlans and Korea....'

머시라 코리아? 아니 머 여기까증 와서 동족이랑 동서 먹을 일도 없고 게다가 당시 에이즈의 무서움이 익히 알려진 터라 너랑 잤다간 일내겠다 싶어 나가라고 하니 나갈 생각을 않네요? 아놔, 다시 그 2기사를 불러 하룻밤에 얼마냐고 물어보니 20달러였나? 에라 모르겠다 20달에 10달러 얹어 팁이다, 나가라고 하니 갈 데가 없답니다. 다른 방에 여자들 다 들어가 있는데 어디서 자란 말이냐. 그러지 말고 일루 와봐 하는데 와... 여자가 무서운 줄 그때 처음 알았네요.

그 머릿결, 수세미같이 뻣뻣하고 시커먼 긴 머리, 그리고 닿으면 마치 뱀의 비늘처럼 첩첩한 느낌. 순식간에 나의 거기는 아예 숨더구먼요. 훗날 난 그 모습을 링의 사다코에서 다시 보게 됩니다.

놔라, 이뇬아 하고선 조타실로 도망갔습니다. 흐미...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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