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길 위에서 묻다

화를 내선 얻을 게 없다.

운산티앤씨 2021. 3. 4.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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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이 있잖습니까?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설마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우리 삶 속에서 자주 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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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를 하다보면 벼라별 사람을 다 만난다고 들었고 매일 체험하지만, 그중 가장 괴로운 일은 구매자와 다투는 것입니다. 누가 이기든 패자는 마음의 상처를, 승자 또한 한쪽 구석엔 너무 심했나 하는 미안함이 들게 마련이죠. 아니라굽쇼? 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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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우는 조금 더 심합니다. 상대가 여자거나 나보다 한참 연배인, 그러니까 다툼의 대상이 되기 역부족인 이들과의 분쟁에선 아무리 내 주장이 타당했다 하더라도 어쩐지 뒤가 캥기고 껄쩍지근합니다. 마치 어린아이에게 사탕을 뺏어먹은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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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나보다 센 이는 어떨까요? 서부시대, 아니 불과 5-10년 전만 해도 일전을 각오해야 하는 케이스도 왕왕있었죠. 소위 말하는 주먹과 고래 고함이 판을 치던 이스턴 총잡이 시대죠. 그러나 요즘은? 자칫 주먹이나 입을 잘못 놀렸다간 큰코 다치죠. 그러니 나보다 힘센 이와 붙을 일은 거의 없고 대체로 나와 대등한 혹은 조금 더 우세한/본인 스스로 착각하는 이들과의 다툼 뿐입니다. 그렇다 해서 다툼에서 이긴 난 수컷의 자존심을 지킨 것처럼 득의양양할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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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올씨다. 이미 설파했듯이 친구 하나 만들긴 정말 어려워도 적 하나 만들긴 식은 죽 먹기보다 쉽고 그 적이 수십, 수백배로 불어나는 이치도 잘 알고 있으니 이긴들 마음 편치 않음은 자명합니다. 하여 거개의 선배들은 손해보지 않았으면 니가 져줘라. 그게 이기는 거다라고 충고들을 하고 나도 이견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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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가 가장 참을 수 없는 경우는 따로 있습니다. 다짜고짜 시비조 혹은 뭐라도 되는 양 상대를 위압 혹은 위협하는 행동. 이건 정말 참기 어려운게 아니라 그 자리에서 폭발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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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말에 도끼를 한 자루 팔았습니다. 보신 분들도 있겠지만 1950년대 이전 일본에서 사용하던 도끼죠. 오늘 난데 없이 '받고 보니 너무 작다. 내 실수이니 반품하고 싶다'라는 대화가 왔네요. 어라? 이거 받은지 꽤 될텐데? 글에 사이즈 다 적었는데 무슨 말씀이냐. 중고 물품을 이리 거래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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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생각해 보니 안팔리는 물건도 아니고 해서 답을 추가했습니다. 포장도 쉽지 않고 온라인 판매 시엔 반품비 받는다. 오가는 택비와 반품비로 얼마를 달라. 그리고 책임 배송해 달라. 그러면 반품 받아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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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미팅이 있었는데 전화가 두번에, 대화로 전화를 걸란 요구까지. 세번 째 전화를 받자 말자 대뜸 좋게 해결하려고 했는데... 좋게? 그럼 안좋게 해결하겠다는 건가? 또 그 방법은 뭐고? 두어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데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아 꽥 소리를 지르고 끊고선 반품 거절 버튼을 살포시 누질러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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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더욱 놀랍네요. 좋게 해결하려고 했는데 받아 보니 도끼날이 얼망이고 자루까지 흔들 거린다. 그리고선 장터 고객 센터에 동영상과 사진을 보냈더니 반품 사유가 된다더라. ?????? 이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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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이번엔 내가 전화를 했지요. 왈, '개인 간 거래 분쟁에는 개입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안내는 한 적이 없는 걸로 나옵니다.' ㅡ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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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와중에도 마음 속의 불편함은 점차 불쾌감으로 발전하더니 오후 내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고 급기야 사고까지 날 뻔 했네요. 와서 그간의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1) 도착 일로 부터 3일이나 지났다. 중고 물품은 그런 식으로 반품받지 않는다.

2) 반품비 이야기는 내 원칙이고 책임 배송은 당연한 거다.

3) 실수로 구매한 건 본인 책임이고 더하여 물품에 손상이 생겼다 하니 반품을 불가하다.

4) 더 이상 연락하지 말고 하고 싶은대로 하라. 각자의 입장이 분명한데 더 할 이야기도 없고 해봐야 싸움만 난다. 결과만 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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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통화를 했을 때 이러저러해서 실수이니 내가 어느 정도 손해를 보고 반품받아 줄 수 없겠느냐. 왜 안받겠습니까? 물건에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잔뜩 의심 품을 상황만 조성해 놓고 으름짱이라니. 이젠 그게 70년 전인지 700년 전인지 누가 아느냐. 어디 누가 이기나 해보자 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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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불 받을 수 있을까요? 나 아니라도 누가 해줄 수 있을까요? 심약한 여성이나 나이가 들어 마음이 약해진 분이라면 몰라도 나한테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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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자주 생깁니다. 멘탈 깨지는 건 당연하고 점차 악해집니다. 장사꾼 믿지 말라, 뒤통수 친다 등등 온갖 나쁜 말이 떠도는 건 사농공상이란 고리짝 사상 물든, 이런 되먹잖은 에헴의 기운이 계승되어 혹은 유전되어 오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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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했던 말이 다시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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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나느냐? 그렇다면 화를 내서 니가 얻을 수 있는게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봐라. 아마 99%는 화를 내서 개이득이 아니라 개피를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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