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길 위에서 묻다

전직 첩보원한테 무슨 망발을...

운산티앤씨 2021. 3. 1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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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 자랑 좀 하려고 합니다. 토 쏠리면 보지 마쇼.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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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언급한 내용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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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방위지만 탈영병 체포를 담당했습니다. 당시 헌병놈들이 얼마나 못돼 처먹었냐 하면 말이죠, 탈영병 보고가 올라가면 대뜸 욕지거리 내뱉으며 우리 보고 잡아 오라고 했습니다. 그리곤 잡아서 데려가면 탈영병은 탈영병대로 두들겨 패고, 데리고 간 난 나대로 두들겨 맞고. 거의 한달에 한번 꼴로 탐문, 잠복, 체포, 서류 작성, 죄수 이송?? 까지 다 했네요. 그래봤자 그넘들을 좌우로 끼고 시내버스로 헌병대까지 가는게 전부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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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번 두들겨 맞고 나니 얼마나 짜증이 나던지 그 다음부터는 보고 시한인 48시간을 충분히 활용해서 잡아온 후 영내에서 굴리는 방향으로 했습죠. 여하튼 그러다 보니 탈영병의 평소 언행과 습관, 그리고 남겨진 기록물에서 단서를 찾아내는 방법, 가족이나 친구를 유도 심문하는 방법, 그리고 퇴로를 막고 체포하는 법까지 두루 익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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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회사에선 품질관리한답시고 (주로 동남아 담당이었지만) 전 세계를 아우르며 서류 농간, 업무 농단 등등을 색출하며 방위병 시절 익힌 각종 기술을을 더욱 발전시켰더랬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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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회사 망하고 보험 세일즈한 건 다 아실테고. 3년 동안 종신 보험 400건 넘게 체결했으니 여기에 곱하기 3하면 만난 사람 숫자가 나오죠. 1,200명 넘습니다. 이들을 상대로 사랑, 욕망, 갈망, 애증, 수치 등등의 웬갖 감정이 깃든 속을 뒤지며 돈을 벌었으니 그야말로 벚꽃이 만개한 셈입니다. 덩달아 기억력도 아주 좋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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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판매한지 꽤 지난 시디플레이어 구매자. 구입 후 딱 한번 플레이했는데 중간에 튄답니다. 순간 뭐라고 해야할지 조금 막막하더군요. 보통 문제가 생기면 1주일 이내 전화가 오는데 이건 좀 너무 과하지 않나. 하여 이젠 더이상 하지 않는, 수리점을 소개할테니 보내라. 입으론 아무런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내심으론 수리비 정돈 부담할 생각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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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 통화 후 시디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문자에 대뜸 걸려 온 전화. 참고로 시디피 말썽이라는 항의에 수리점 보냈던 경험상 7-80% 문제가 없었습니다. 요지는 비슷한 가격대의 스피커로 바꿔주면 안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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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웃으며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꽤 시간이 지났는데 역지사지, 입장 바꿔 선생님 같으면 그런 요구가 합당하다고 보시느냐. 갑자기 화를 버럭내며 옥션에서 구매하려고 했는데 내가 블로그로 유혹해서 (?) 구매하게 했답니다. 본인이 현찰하면 더 싸지 않냐고 해서 블로그를 소개했는데 이 무신... 그리고 2월 27일 구매, 3월 2일 인수했는데 옥션 같으면 받아주는데 왜 안받아 주느냐. 매일 새벽에 틀어야 해서 차라리 새로 구입할 작정인데 왜 내 손해를 인정하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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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서 모순점을 찾아봐야겠지요?

- 옥션에서 구매하더라도 14일 이내 반품을 해야 보호를 받습니다. 그런데 3월 2일 인수를 인정하더라도 오늘은 3월 19일. 많이 지났죠? 그리고 옥션이라도 중고품인 경우 마음대로 그 룰은 적용하지 않습니다. 판매자가 인수못하겠다고 하면 안되는 겁니다? 한편 신품의 경우 박스 개봉 후엔 반품불가임을 판매처에서 명기하고 있습니다. 난 이 조항을 들이대는 분들이나 법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무려 14일 동안 써보고 반품해도 된다란 어구는 판매자의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고 그건 어디까지나 각 판매자의 선택입니다. 또 역지사지. 만약 독자께서 그런 경우가 생기면 어쩌시겠습니까? 입가에 썩소를 머금고' 불편 끼쳐 죄송합니다앙~~ 고객님. 반품을 기쁜 마음으로 받고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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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개소릴 지껄이는 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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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구매 후 1번 플레이했다고 하시다가 마지막엔 매일 같이 새벽에 틀어야 한다? 이건 그동안 신나게 돌려 보셨다는 뜻, 아닌가요? 매일 그 시간이 고작 2시간이었다 하더라도 난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시디 픽업 렌즈는 턴테이블의 바늘과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에 복사 시디, 아무데나 나뒹굴던 시디 넣고 빽빽 돌려 보세요. 시디 눈알 터진다는 표현이 딱 맞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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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락내 이어지는 주장은 난 믿어도 된다입니다. 이는 넌 못믿을 인간이다라는 전제를 항상 깔고 있는 거죠. 판매자가 심사가 뒤틀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진의를 의심받거나, 또는 넌 도적놈이란 전제를 깔고 먼저 언성을 높일 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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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도끼 가지고 사기친 양반도 마찬가지죠. 처음엔 사이즈 오류라고 했다가 나중에 날이 상했고 도끼 자루가 흔들린다고 주장했습니다. 거기가 아마 공방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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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런 생각도 들 때가 많습니다. 난 먹고 살자고 그 냄새 나고 먼지 뒤덮인 물건들을 꺼내서 닦고 조이고. 그런데 당신들은 그야말로 취미로 하는 거 아니냐. 비록 모자람이 있어도 너그럽게 용서하며 차라리 훗날 더 받을 생각을 하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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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경우 많습니다. 몇달이고 지나서 지난 번 이런 문제가 있었는데 내가 알아서 고쳤다. 혹은 그 정도는 봐줄만 한데 신경을 조그만 더 써주면 좋겠다. 솔직히 깍아달란 소리보다 더 무거운 중압감을 주는 멘트들이죠. 내 경우엔 이런 분들이 더 무섭습니다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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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자의 세일즈 기술은 구매자의 구매 기술과 서로 반응하며 발전합니다. 엿같은 거래의 연속은 판매자를 장똘뱅이로 만들 뿐이고 당신 뒤에 오는 낯선 이들까지 오물 뒤집어 쓰게 만듭니다? 그쯤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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