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즐거운 하루

I have lived in China Chapter 2-3

운산티앤씨 2018. 6. 10. 12:38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 강산에


부제: 쏘가리, 넌 내 손에 잡히면 뒈졌어.

하루가 멀다 하고 그넘의 쏘가리 타령.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습니다. 아니 청도 밑에서부터 닝보까지 직선거리가 얼마인데, 중간중간 방문한 곳까지 합하면 거진 2,500킬로 이상을 찾아 헤매지 않았나요? 덕택에 지금이라도 중국 어딜 가든 잘 먹고, 잘 싸고 다닐 자신은 생겼다만은.

급기야 웨이란 놈이 밤을 세 가며 인터넷을 뒤지더니 중국 이름을 찾았네요. 지금은 검색하면 바로 뜹니다만 그땐 우리 쏘가리 사진은 있어도 중국 쏘가리론 검색이 안되니까. 그렇다고 안면인식 프로그램이 있나, 중국 이름을 아나, 마치 수사반장처럼 수십 가지 민물 생선을 화면 가득 띄워놓고 하나씩 대조했는데 짜잔....




혹시 구분이 되시나여? 위쪽이 우리나라, 밑이 중국산입니다. 흠.. 이름은.. 桂鱼. 꾸이위라고 읽으면 되는데 입술을 돼지 똥구녕처럼 모아서 발음해야 합니다. ㅋ

드뎌.. 중국 온 지 6개월 만에 한건 하는구나.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있어. 웨이 등을 토닥거리는데 여행길에서 조우했던 폭격기형 거대 똥파리와 마치 피라미드를 연상시키는 똥 무더기가 주마등처럼 스쳐가는데 왈칵 눈물이. 그러고 보니 그넘 눈가에도 이슬 같은 것이.

사정 모르는 마눌과 아이들은 '이제 집에 있을거지' 연신 확인하며 날뛰는데, 이기 무신 대한 독립 만세도 아니고.

낡이 밝자마자 우린 길을 나섰지요. 그려, 원래 범인은 지근거리에 있는 벱, 일단 시장에 가보자.

푸헐.... 뉘미 떠그랄, 어시장 바구니마다 그 쳐죽일 쏘가리가 가득합니다. 에효... 그넘이나 나나 먹을 줄만 알았지, 이 고기가 그 궤기인지 알았남? 게다가 홀딱 벗고 밥상 위로 올라온 눔을 어찌 알아보누? 좌판 깐 여인네에게 물어보니 버스로 일곱 정거장 정도 가면 도매장이 나오는데 거기 아침 일찍 가거라잉.

아마 30원 줬나? 우리 돈으로 500원도 안 하는 시키 때문에 그 난리를 친 걸 생각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포를 뜨고 싶은 생각이. 일단 우린 냉동을 시킨 후 아이스박스에 넣어 보내려고 하는디, 오잉?

생선은 안 받아 준댜...ㅜㅜ 검역에 걸리고 어쩌고. 친구는 사진 보더니 급흥분해선 방법을 찾아라 난리고. 결국 연태에서 인천으로 가는 페리선 쿡에게 부탁을 해서 겨우 보냈습니다.

우린 신이 났지요. 마리당 20원만 남기자, 아니다 표가 나니 10원 남기자 등등. 어랍쇼? 연통이 오길 찾던 생선이 아니라네요. 확 짜증이 나서

'야, 니가 찾아라잉?'
'야, 근데 말이다, 그 생선이 한류성이라 소주 같은 남방에서 나오는 건 약간 다르다네?'
'머시라? 그럼 진작에 말을 해야지 임마. 진즉에 시베리아로 갈걸. 아놔 이  씨방새...'
'혹시 송화강이라고 들어봤냐?'
'몰러, 워뎌?'
'잘은 모르겠는데 일송정 푸른 솔 하는 노래에 나오는 지명 따라가면 나온다네?'

그래... 내가 이제 뭐가 두렵겠냐. 가자, 동북 삼성으로.

'야, 관둬라. 벌써 누가 작년부터 가져오고 있단다.'

흐미... 참 중국인들 재주 좋습니다. 그새 알을 훔쳐 와선 추운 지역에서 주욱 죽 뽑아내다니. 그러고 보니 지난번 출장에선 목포 세발 낚지 키우는데 관심 없냐며 따라 붙는 놈도 있더만요. 한때 인천항 검역장에 생물 생선들이 중국에서 건너와 엄청 퍼득거렸지요. 그러다 검역이 지체되는 바람에 몇 톤이 폐사해서 쫄딱 망한 이들이 꽤나 있었다는...

이참에 따질 건 따져야겠습니다. 너 왜 나 여기로 보냈냐 하니
'너 기리빠시라고 들어봤냐?'
'그기 머꼬?'

플라스틱 원료를 펠렛이라고 합니다. 작은 알갱이란 뜻이죠. 이걸 녹여 각종 제품을 만드는데 그중 아크릴, PMMA는 판재 형태로 사출이 됩니다. 공장에선 이걸 재단해서 쓰고 남은 건 폐기처분하는데 당시 중국인들이 여기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었지요. 워낙 신재의 가격이 킬로당 4천 원이 넘었으니, 이걸 제대루 골라내서 돌리면 돈이 쏟아지는 거라. 게다가 중간 유통 과정을 감안해도 킬로당 900원 정도였으니 남는 장사입니다. 하지만 냄새 풍기면 다 달려드는 법. 어느새 킬로당 2천 원까지 오르자 결국 중국 내 현지 공장으로 눈을 돌리는 거죠.

요는 소주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 하청 업체들이 무진장 들어가 있으니 한상회를 통해 연을 맺고 물건 좀 받아와라. ㅎㅎ 하여 인터넷을 뒤고 수소문을 하다 보니 상해로 연결이 되더군요. 전화받는 이가 뜻밖에 한국에서 온 아가씨라. 어디 학교냐 물어보니 후배네요. 반가운 마음에 혼자 용감하다, 지내기 힘들지 않느냐 물어봤더니 이 미친년이 혼자서 오해의 고속도로를 마구 질주하네요? 마치 내가 지한테 무슨 음심이라도 품은 양, 날을 세우고 답하길래 이리 말해 준 기억이 납니다.

'아가씨, 내가 할 일이 없어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후배 여자에게 껄떡대겠소? 그것도 옆에 마누라 두고. 지금 우리 마누라 옆에 있는데 바꿔 줘? 길거리 나가면 널린 게 여잔데, 여기 실정 모르는 바도 아니고, 후배라고 오냐오냐 받아줬더니 눈깔에 뵈는 게 없냐? 확 먹물을 쪽 빨아내 버릴라.'

돌대가리도 아니고, 나 참. 혹시 이 글 보거든 부끄러운 줄 알아라. 이 미친 착각의 여왕뇬아.

여하간 찾아가니... 흠.. 여기도 한국 맞습니다. 대뜸 신문 발행하는 이부터 사람을 일단 의심부터 하며 경계를 하는데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이 갑니다. 여기서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명함에 직함이 여러 개 있거나, 그 정도까진 아닌데, 하는 일이나 회사가 많다면 일단 의심부터 하셔야 합니다.

나만 보셔도 그렇잖습니까? 오디오 잘되면 담배 할 시간이 어디 있나요? 어려우니 겸업하는 법, 더더구나 외지에서 그런 이들의 상당수는 호시탐탐 타인의 호주머니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 절대 잊어선 안됩니다.

소주 한상회는 세 패거리로 나뉘더군요. 신. 구 세력. 구 세력은 인건비 따먹기 사업, 즉 가발, 신발, 하수구 관 제조업과 같은 업종의 사장님들, 신진세력은 삼성전자 휘하의 하청 졸개들, 그리고 뭐 얻어먹을 거 없나 싶어 들어온 나 같은 어중이떠중이들.

누군가 중국 당국을 상대로 대표로 나서야 하는 법, 일단 흩어진 세력을 규합해야 협상력도 올라가죠. 그리고 그 협상의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손해를, 누군가는 이익을 보는 제로썸 커뮤니티입니다. 이미 신과 구는 화합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향하는 바가 너무도 달라서? 아닙니다. 생존이란 공통분모는 같지만, 그리고 어떻게든 한인 기업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대관청 협상력과 영향력을 가져야 한다는 분자를 공유하고 있건만 이상하게도 뼈다귀 앞에 둔 개들처럼 으르렁 대기만 하더군요.

정말 해외에 나가면 모래알이라더니, 그냥 만나 행님 동생하고 공통 관심사 논의해서 어떻게든 기존 혹은 신규 진출 업체에 도움 줄 생각은 없고, 오로지 회장과 임원 자리만 두고 다투니 한심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광활한 공산주의 바다 위의 외딴섬 같은 민주주의라. 결국은 대가리 싸움이니 나 같은 어중이도 청와대 경호대장 출신 떠중이 형님도 영입 대상이 되더군요.

그리하여 하루는 여기서 술 얻어 마시고 내일은 저기서. 오라 하면 가서 머리 조아리고 행님, 한 번 하면 뭐라도 다해줄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 그건 회사의 접대비고 자기 돈 쓰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본바 없습니다.

떠중이 형님 사연은 참... 잘 계시던 보직을 왜 박차고 나오셨는진 짐작은 갑니다. 그 자리가 그리 만만하진 않지요. 이 양반, 무섭습니다. 경호원 출신이니 당연히 무술 고단자이고, 아예 대놓고 가장 잘하는 게 싸움이라고 하시더군요. 나와 같은 폐자원 재활용업도 하시는데 물건 사러 온 중국인이 개소리라도 늘어놓으면 그 자리에서 귀를 잡아 쫓아낼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 양반이니 가능한 일이지 개나 소나 그랬다간 취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 있습니다. 몇 달 후의 일입니다만 친구 녀석이 잘 아는 선배 일인이 놀러 온 적이 있습니다. 잘 대해주라 길래 가라오케 가서 몇 잔 마시고, 술이 약했던 난 귀가했습니다. 그러나 웨이는 아주 난처했던 모양이었습니다. 새벽 3시에 전화가 왔네요

화가 잔뜩 난 놈이 말하길,

'Boss. If you don't mind, I will leave him.'
'What? What's wrong?'
'This guy never stop drinking and throwing bottle, fighting with other Chinese people.'
'You shouldn't do that. Just wait. I will be there.'

에효... 무슨 레스토랑 같은 곳에 가서 술 내놓으라고 행패를 부리며 의자 던지고 병 깨고. 혼자 널브러져 중얼중얼. 이미 수십 명에 달하는 중국인들이 자다 깨서 주위를 둘러 싸고 노려 보는데 섬뜩하더라고요. 개중엔 이미 몽둥이를 든 이들도 있었는데. 연신 '뚜이부치'를 입에 달고선 겨우 숙소에 던져놓고 왔습니다.

웨이 말하길, 그냥 뒀으면 아마 소주 외곽 국도변에 시체로 발견될 거다. 여권이고 뭐고 다 없애버리면 누군지도 모르고 무연고 사망으로 처리된다. 그렇겠지요. CCTV가 있나, 경찰이 물어봐도 난 모른다 할 테니.

제발 부탁하건대, 외국에선 한국에서의 술버릇 보이지 마세요. 그러다 정말 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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