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즐거운 하루

땅강아지도 아니고... ㅡㅡ;;

운산티앤씨 2018. 6. 4. 10:35


Deborah's Theme (Once Upon a Time in America)---Ennio Morricone

안 보면 그만이고 믿지 않으면 뭔 상관이겠냐 싶은 방송이 요즘 종편에서 경쟁적으로 만들어내는 건강 관련 방송입니다.

예전 외국 방송을 볼 때, 요리, 시식 프로그램을 도대체 왜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더라구요. 더하여 남의 집은 왜 들추고 난리인지. 요즘 우리도 그런 추세를 타는 걸 보면 이젠 다들 똥 좀 끼고 사시나부다 하지요. 하지만 유별나게 특이한 주제의 방송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건강식은 그렇다 치고 각종 보양식, 생식에 발효 음식까지. 더하여 이젠 죽다 살아난 이들의 믿기 힘든 체험담까지. ㅡㅡ ;; 가게 앞으론 저수지로 이어지는 이면 도로가 있고 그 저수지 위론 작고한 왕회장 별장이 있다는데, 꽤나 울창합니다.

그리고 눈에 띄게 늘어난 건 사람들의 손엔 뭔가를 담을 봉다리나 채집 도구들이네요. 자연 보호주의자도 아니고 언제 봤다고 그런 이들을 비난하겠습니까만, 요는 그게 과연 믿을만 한가입니다.

내가 아는 상식으론, 인간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주요 원인은 발달된 의료기술과 과거 치료가 어려웠던 병의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신약과 의료기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개선된 위생상태입니다.

하지만 그 방송들에서 주장하는 바는, 정말 먹어도 되나 싶을 정도입니다. 말벌을 소주에 재워 먹는 건 그나마 알코올 소독이 연상되긴 하지만, 대체 죽은 사체에서 나오는 게 무슨 영양분이 되겠나. 게다가 말벌 독은 황소도 죽인다던데, 그걸 녹여내 농축 액기스로 드시는 걸 보면, 서커스에 나오는 아크로바틱 같기도 하고 날카로운 검을 목구멍으로 넘기는 술사 같기도 하고.

이건 약과지요, 뱀부터 각종 기괴한 고기에 산에서 채집한 온갖 식물들이 투하해서, 그것도 수십년 제대로 닦지 않아 묵은 때가 잔뜩 낀 무쇠솥에 끓여 우려먹는 모습을 볼 땐 마치 내가 양잿물을, 아니 쇠죽을 들이키는 느낌입니다. ㅋㅋㅋ 갑자기 소가 생각나네.

누천년 혹은 일부지만 원주민이 먹어왔던 식재료라 다소는 안심이 되지만 사실 여행 떠난 객지에서 늘 먹던 물이 아닌, 현지의 물만 마셔도 설사할 정도로 허약한 게 인체 아니던가요?

무슨 몬도가네도 아니고, 진짜 엽기적이고 무모하다고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몇 년이고 썩혀 두었다는 이름 모를 식물이나 동물의 발효식품에선 진짜 경악을 금치 못하겠네요. 진짜 그런 것들, 고혈압에도 좋고 당뇨에도 좋고 신장 기능도 개선하고, 혈관을 청소하하야 급기야 혈류가 맑아져 자연스럽게 원활한 피돌기를 가져오니, 궁극적으론 심장도 튼튼해져서, 무협으로 치자면 반노환동이라도 하는 건가요? 이 대목에서 공력 증진에 정말 좋은 영약의 순서를 나열하면...

상식하야 좋은 식재료들
1. 만년하수오
2. 구지신엽초
3. 공청석유

일생에 한번 먹어 신선되는 식재료
1. 천음지체
2. 만년금구의 내단

그리구 위장이 좋지 않거나 소화기 계통에 문제가 있는 분들껜 하루 한알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는 벽곡단을 강추합니다. ㅎㅎㅎ 

언젠가 어느 고적지를 지날 때 엿장수가 이런 문구를 내 걸었더군요.

'기침과 당뇨에 좋은 호박엿'

모친이 오랫동안 당뇨 투병 중이시라 물어봤다가 욕만 디지게 먹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설탕보단 낫지 않을까.

한편 세속을 떠나 산중 생활을 하는 이들. 처음엔 흘려 보다가 이런저런 사연, 죽을 병에 걸려 마지막 사지를 찾는 짐승의 심정으로 깊은 산중에 들어왔다가 뭘 먹고 마셨는데 병이, 종양이 없어졌더라. 그래서 아직 떠나질 못하고 있다 식인데요, 그거 참... 오죽하면 세상만사라 했을까, 사람마다 각기 다른 사연이고 다른 결과를 가져오니 굳이 반박하긴 거시기 합니다요...

그런데 말입니다, 아니 내 나이 또래 양반들이 일흔 넘은 노인네 모습을 한 건 도당최 설명이 안되는 거라. 난 또 산에 사는 신선을 연상했고 들짐승 연상시키는 기민함과 야생성이 얼굴 가득 찬, 소위 말하는 태양혈이 툭 튀어나온 강호 고수를 상상했는데 이건 뭐... 바람 빠진 풍선 아니 흡성 대공에 진기를 모두 빼앗긴 강시 몰골이라.

연전 어느 개그의 한 장면. 아파 죽을 것 같다는 환자에게 의사가 그러더군요.

'맵고 짠 자극성 음식 피하시고, 스트레스받지 마시고, 운동 적당히 하시고, 다음 환자.'

ㅋㅋㅋ.. 풍자는 맞지만 탁 깨놓고 말하자면 이보다 더 좋은 약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게 몸에 안 좋다는 라면, 고기가 일주일 식단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들의 피부가 그런 이들보다 더 좋고 피둥피둥합니다.

사람은 사람 사는 곳에서, 적당한 긴장 관계를 맺어 정 혹은 부의 에너지를 주거니 받거니, 그리고 늘 먹던 것 흡수하며, 죽을 때까지 일이란 운동을 해야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살 수 있지 않을까요?

땅강아지도 아닌데, 흙 묻은 거 좀 먹지 마요... 회충 생겨요...

아침에 하두 피곤해서 나불대 보았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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