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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를 보며 탄식이 절로 나오는 부분은 사기극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긴 범죄자들이 아닙니다. 난 그들보다는 그들의 사기성 상품을 판매한 곳들이 더 큰 문제가 있지 않나 싶어요. 그 정도 금융기관에 근무할 정도의 학식과 머리라면 애당초 이런 상품이 가진 위험성은 파악했을테고 창구가 아닌 뒤에서 감독하는 이들이라면 적어도 고객의 돈이 어디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지 정돈 알고 있었을테니까요. 그러니까 내부적으로 견제, 감독하는 장치들이 다 있었을 거란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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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습니다. 내 돈도 아닌 고객들, 그것도 주로 이용해먹기 딱 좋은 고연령층의 노후자금을 대신 투자하면서 어디로 돈이 가는지도 몰랐다? 스스로 생각하셔도 할 말이 없을 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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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지만 내 밥줄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편이 나아 보이지만 기실 더 큰 문제죠. 난 판매만 하고 훗날 문제는 밀어붙인 회사가 다 책임질테니 나야 알 바 아니지. 그 사람들이 만약 당신들의 부모 혹은 친척이었다고 해도 그런 말이 나올 수 있을까요? 하지만 이들에겐 죄를 물을 수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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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호구지책이 걸린 이들에게 판매를 강요한 자들은? 전술한 직접 판매한 자들과는 달리, 사기극의 주인공들과 동등한 혹은 더 엄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 이들이 바로 판매를 담당했던 회사와 대표이사들입니다. 하지만 몇명 처벌도 받지 않고 회사도 벌금 얼마 물고 끝날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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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의 가장 원시적인 사업 형태는 이자 놀이 아닌가요?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조달해서 높은 이자율로 빌려 주고 그 차이를 먹는. 너무 오래 전에 배워서 가물거립니다만 예대마진. 이거죠. 비록 욕을 먹얼지언정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투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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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중에 돈이 넘쳐나면서 그 마진폭이 줄어드니 금융공학이란 빛좋은 개살구 학문을 만들어서 일반인들로써는 도저히 이해불가한 복잡한 상품들을 만들어냈죠. 제일 웃기는 대목이 뭔지 아세요? 투자 상품이기 때문에 원금 손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니 자기 판단 하에서 결정하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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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말은 아니죠. 하지만 따져보면 난 커미션만 먹고 모든 투자 위험은 고객에게 떠맡기는, 그야말로 날강도같은 상품들입니다. 정말 말처럼 고객의 판단에만 의존한다면 내가 한발 양보하겠습니다. 그러나 고액 연봉을 제시해서 데려온 똑똑한 젊은이들을 앞세워, 그들의 돈을 뜯어내게끔 밀어붙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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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라임과 옵티머스의 또다른 숨은 본질이 바로 이거죠. 전혀 위험 부담을 지지 않으면서 실적만 챙기려는 부도덕한 경영인들과 그런 부도덕성을 전혀 견제하지 않는 회사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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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하고 싶으세요? 직접 하세요. 주식, 선물, 금 등등. 실물이 오가는 시장에 직접 참여해서 본인 리스크로 하시란 뜻입니다. 몇해 전 신흥국에 투자하던 펀드가 연수익률이 20%를 상회하면서 난리가 났었죠. 끝엔 아마 원금의 절반도 못건졌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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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투자할 자신이 없거나 시간이 없다면 그냥 적금 드세요. 이자율이 0 이라도 심지어 보관료를 받아도 그게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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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수도 없을 말썽의 소지가 있는 투자 상품은 광고하지 마시란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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