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길 위에서 묻다

디지탈 극단주의자들

운산티앤씨 2020. 5. 20. 19:29

.

요즘 신문지상에 프레임에 대한 기사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 전에 없던 현상입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나도 프레임에 대하여 심층 연구를 한답시고 글을 썼었는데, 그 목적은 내 아이들이 그런 프레임에 걸려 험한 꼴을 당하지 말란 것이었습니다.

​.

https://blog.naver.com/tangent1818/221114312683

프레임을 파악하라.

일전 프레임을 언급한 바 있지만, 그건 모함의 측면에서 본 것이고... 오늘은 도당최 프레임이 무엇인지 좀...

blog.naver.com

.

그리고

.

https://blog.naver.com/tangent1818/221187869108

프레임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며..

얼마 전부터 프레임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그제 신문 한편에 먹물깨나 든 양반도 이걸 언급하더군. 글쎄,...

blog.naver.com

.

찾아 보니 2017년 부터 나불댔군요. 이만하면 밥그릇 값은 하는가요? 하지만 오늘은 이 프레임의 희생양이지 장차 우리의 가장 큰, 보이지는 않는 위협이 될 수 있는 존재들에게 대해 언급해 보고자 합니다. 난 그전부터 이 존재들에 대해 의심을 거두지 않았고 급기야 N번방 사건이 타지자 말자 그들이 바로 일베임을 지적했습니다.

​.

https://blog.naver.com/tangent1818/221882947943

N번방????

.실컷 이용해 먹더니 이제 불리하다 싶으니 언론이란 것들이 더 날뛰네. 한솥밥 먹던 처지 아니었나?​일단...

blog.naver.com

.

정리하면 구시대가 갖고 놀던 프레임의 가장 큰 축을 이루던 일베들, 그리고 이들은 과연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린 대부분 일베라고 하면 일간 베스트라는 사이트에서 시덥잖은 댓글 놀이를 하던 젊은 애들로 알고 있습니다. 나 역시 글을 쓸 땐 그런 인용이 강했지요. 하지만 이런 일베 같은 존재들은 이미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도처에서 자생하시 시작했습니다. 내 글을 정독하시는 분들이라면 기억하시겠지만 일베보다 앞섰던 존재들은 네이트의 톡이란 코너에서 생겨났습니다. 햇수로는 십여년 전이었을 겁니다. 내 기억 속에 그들은 언제나 반사회적이었고 반역사적이었으며 선보다는 악을, 평화보다는 적대관계에 기생했었습니다.

요즘도 보슬아치, 김치녀란 단어가 사용되고 있지만 역시 그 근원은 네이트의 톡이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개씩 여자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던 인물, 그리고 그를 중심으로 서서히 뭉치기 시작한 여혐론자들. 나 또한 폭넓은 의미에서의 일베의 범주에 벗어나지 않았고 종종 이들과 충둘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현피란 것도 해보게 되면서 이들은 결코 우리가 상상하는 흉악한 범죄자들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갑남을녀 중 존재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 시점부터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혐오감과 자기 비하, 극단적인 친미주의 등이 독버섯처럼 퍼져 나갔습니다. 헬조선이란 안어도 이미 표현만 달랐을 뿐 당시에도 존재했습니다. 즉 지금 인용되는 남녀간 차별, 이 땅의 부조리함은 당시에도 단골 메뉴였으니까.

우리가 아는 일간 베스트의 종자들은 바로 이들의 직계 후손이면서 전혀 혈연적, 정신적, 이념적 유대감이 없는 애들입니다. 무슨 소리냐. 초기 일베의 형태부터 지금까지 파악된 일베란 존재들은 디지탈 세상이 열리면서 등장할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란 뜻입니다.

극단주의자들이란 어떤 이념적인 편향성이 극대화된 존재들을 말합니다. 디지탈 세성 이전의 극단 주의자들은 주로 좌익에서 나왔습니다. 역사상 익히 알려진 좌익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사건들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러나 좌, 우는 편의상 갈라놓은 경계선일 뿐 결국 따지고 들면 권력을 쥔 자와 쥐려고 하는 자간의 대립각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겁니다.

디지탈 세상에선 누구나 강자가 될 수 있습니다. 오죽하면 개나 소나 반장한다고 나설까요. 문젠 그 세상에선 그런 극단주의가 존재하되 권력을 가졌거나 없거나에 관게없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권력이 무서운 점은 마약보다 심각한 중독성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이번 N번방 사건은, 현실 세계에선 존재감 없는 평범한 이들이 디지탈 세상에서 권력을 쥐고 그 권력에 취하면서 생긴 일이었습니다. 방을 만들면서 생기는 가입과 퇴출에 대한 무한 권력, 누구나 구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특별한 탐색 능력이 없다면 구할 수 없는 먹잇감을 쥐고 세상을 흔들어 보니 무서울게 없어졌었습니다. 결국엔 지금의 모습으로 드러났고. 하지만 이건 빙산의 일각입니다. 지금까진 주모자들, 지도자급들을 잡아 일베라고 심증을 굳혔지만 앞으로는 우리가 놀라 자빠질 존재들이 그들 속에 포함되어 있음을 보게 될 겁니다.

그러니까 또다른 형태의 일베들입니다. 난 이들을 통칭해서 Digital Extremist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디지탈 극단주의자들이라고 하면 되겠지요. 이들의 특징은, 그간 파악한 바론, 다음과 같습니다.

이념적인 극단주의자가 아닌 반사회적인 일탈이 주목적입니다. 쉽게 말해서 아무나 맞으란 식으로 돌을 던지고 숨어서 즐거워 하는, 지극히 유아틱하면서도 포악한, 일단 포착된 먹잇감이 충분히 사냥할 대상이라고 판단이 되면 피를 볼 때까지 멈추지 않는 잔인성을 가졌습니다. 즉 오로지 쾌락의 추구나 폭력이 주는 맛에 중독된 이들입니다.

집단성을 갖추다가도 목적이 달성되면 언제든지 옷을 바꿔 입고 다른 얼굴로 웃고 다닙니다. 그리고 집단의 수명이 극히 짧으며 그 안에서 벌어지는 권력 다툼은 마치 아메바가 분열하듯이 아류들을 쉽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아무 의미가 없던 집단들 속에서 누군가 프레임을 만들고 그 프레임에 맞는 사냥감만 대령하면 찬하무적의 공포스러운 존재로 변합니다. 체계적이고 집요한 공격력과 누가 죽어도 눈하나 끔쩍하지 않는 잔인성, 그리고 법체계조차 조롱할 정도의 대범함을 갖추었습니다.

이들의 리더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탐색 능력과 남보다 강한 중독성을 가진 자들이지만 기실 이 리더들을 뒷받침하는 존재들은 법체계에 익숙하면서도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의 지위를 가진, 충분히 먹물이 든 자들입니다.

디지탈 극단주의자들 중 가장 무서운 존재들은 그 리더가 아닌 바로 이 추종자들입니다. 우린 그 리더들을 잡고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착각하지만 아닙니다. 리더들은 꼭두각시에 불과할 뿐 정작 가해자들은 방관자의 탈을 쓰고 그들을 부추기며, 그 부추킴조차 쾌락의 연장선상에 두었던 추종자들입니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 N번방 가해자들은 개인적인 쾌락 추구외에도 금전적인 이득을 얻고자 범죄를 저질렀지만 그들에게 동기 부여를 한 이들이 누구인가를. 개인적으로 난 이 추종자들에게 더 엄한 벌을 내려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이런 예를 들어 봅시다. 누군가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하는 게임판을 벌였다고 하죠. 결국엔 수명이 살상 당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누가 가장 엄하게 처벌받아야 하나요? 물론 그 판을 기획하고 금전적인 이득을 얻은 자들이 1순위로 가장 엄하게 처벌받습니다. 그러나 돈을 내고 구경한 자들은? 법 체계상 엄하게 처벌할 수도 없을 뿐더러 갖가지 이유를 대며 빠져나갑니다.

그러나 위 예의 주범은, 적어도 내 관점에선 기획자들이 아닙니다. 그 추종자들이죠.

프레임의 각도에서 본다면 이들이 바로 프레임의 기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절대 기획자로 나서지 않습니다. 누군가 총대를 메면 수십명으로 분화해서 열렬한 지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그 프레임에서 취할 것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누구나 추종자로 변하면서 원하는 수준만큼의 쾌락을 얻어 갑니다. 그리고 위험하다 싶으면 제일 먼저 빠져 나갑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디지탈 세상이 존재하는 한, 그 어떤 방법으로도 이들을 없앨 수가 없습니다. 단지 이 글을 읽는 이들이나 아이들이 디자탈 극단주의자들이 만들어내는 프레임과 디지탈 극단주의에 대한 이해만 충분히 하고 있다면 불확실한 미래의 위험에 빠지지 않을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되면 이들과 맞서 격퇴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