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길 위에서 묻다

도라삐리겠다.

운산티앤씨 2020. 5. 2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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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우형이 와서 우리 집 떵개들을 보고선 이러더라고.

'개들도 의식이 있어.'

한번 이바구 했던가? 여하튼. 속으로 뭔 개소리야. 그걸 이제 알았어? ㅋ

물론 우형이 뜻하는 의식이란 단순한 감각이 아닌, 사람의 그것과 유사한 사고 체계이겠지. 그리고 그건 그 냥반 전공 분야고. 짤리기 전엔 의료 기기였고 그 전엔 의약품에 종사하다 보니 (짤린 게 자랑이라고 떠드냐고 욕하지 마라. 다 의미가 있다. ) 동물 실험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서류 상으로 검토할 기회가 많았다.

중국 동생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녀석이 한번은 이러더라고. 실험용 비글, 깔끔하게 빠진 넘들, 수입해서 돈 좀 벌어보자고.

보신 적이 있는 모르겠다만 총각 시절, 개 잡는 집에 월세를 산 적도 있지. 재탕하자면.. 거기가 사근동이었지? 지금은 금싸라기 아파트촌으로 변했지만. 뉘미 몇 집이 이용하는 지도 모를, 공중 통시간이 있었걸랑. 퉁시는 대구 사투리로 푸세식이란 거지. 중국 욕하지 마라. 1990년대엔 우리도 그런 거 많았다.

여튼 가는 길목에 주인 개장수가 사온 개들이 가득 갇혀 있는 철창 우리가 10여개 좌우로 있었는데. 신참이 들어오면 난리가 나지. 똥물에도 파도가 있다고 말이야. 심하면 개장수가 나서지. 때리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 그냥 쓰윽 훑어 보기만 해도 찍소리 못하니까.

그렇다고 그 영감이 사람 모가지 날리는 망나니처럼 생겼느냐. 아냐, 피골이 상접해서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 정도였지. 고작해야 마누라만 졸라리 패더만. 하두 패길래 한번 내려갔다? 그리고선 마누라 패는 건 좀 잠잠해졌고 이후론 몰라. 더이상 견디지 못해 나왔거든.

주문이 들어온 저녁, The 개장수는 철창으로 올라 가지. 스윽... 한 마리도 짖지 않아. 그리곤 신새벽엔 구슬픈 울부짖음이 들려 오지. 보진 못했는데, 아마 목을 매달아 몽둥이로 패 죽이나 보더라고.

원래 개고기를 먹지도 않았지만 이후론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올라왔어. 왜 이리 길게 이야기하느냐. 곤충까진 몰라도, 적어도 포유류 정도되면 우리와 교류할 수 있는 정도의 사고 체계가 있다는 거지. 갸들도 우리가 느끼는 기쁨, 슬픔, 공포 등등 모든 유형의 감정을 느끼더라고.

나? 개 졸라 시러해. 마눌 앞이라 귀여워 하는 척하지, 나 혼자 있을 땐 꿀밤 감이야. 하지만 점점 세월이 흘러가면서 이긋들이 내 속을 들다 보는 것 같다. 그리고 나도 그넘들 머리 속이 보이더라는 거지.

언어란 게 알고 보면 단순하잖아? 일종의 규칙이고 약속이거든.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고등 동물의 유희일 필요는 없지. 왜냐하면 같이 지내다 보면 서로 의미를 알 수 있는 공통 분모들이 생겨나거든.

난 머잖아 동물들과 인간들이, 반드시 언어라는 약속이 아니더라도, 마치 닥터 두리틀처럼 교감할 수 있는 세상이 올 거라고 믿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우형이 왜 그런 말을 했느냐. 그 냥반이 아마 무의식 세계를 헤집는 연구를 하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수면제 놓고 디비 자는 놈의 대가리에 뭔가를 연결해선 골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느냐를 보는 거지. 당근 개부터 시작했겠지.

동물 실험, 생각보다 더 참혹해. 기니 피그, 토끼, 생쥐 등등. 물질에 대한 반응 본답시고 눈깔에 바늘을 쑤시고 털을 깍아 독성 물질을 발라 고통스럽게 죽어 가는 걸 지켜보거든. 디지는데 10시간이네. 독하네? 불합격, 뭐 이런 거야. 마루타? 지금도 존재하지.

중국 동생에게 이리 맬햇어.

'돈은 되겠는데 내 손으론 못하겠다. 치아뿌라.'

여기기 말이지, 남양주 오남읍이걸랑. 진주 아파트부터 한국 아파트까지 뒷편은 전부 논밭이야. 그런데 말이지, 몇달 전부터 새벽 4시경이면 요란스럽게 개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 낯선 이를 보고 짖는 목소리가 아님은 분명하지. 난 다 알아. 그건 친구의 죽음을 말려 달라는 아우성이지.

먹지 마. 그거 먹어도 좉대가리 안서요. 왜 그걸 먹어? 그건 고기 먹기 힘들던 100년 이바구야. 넘쳐나는 게 고기야. 이런다고 또 소나 돼지는 어쩌냐는 소린 쫌 하지마. 머잖아 갸들도 함부로 잡지 못하는 시대가 올테니. 하지만 술 처먹고 뻗어 자는데 혹시 주인이 뒈졌나 확인하려고 귀때기 핥는 놈은 마누라도, 자식도 아닌 개새끼들이야.

그러니 지발 좀 쳐먹지마라.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거야.

그리고 누군가 신고 좀 해줘라. 잠을 못자겠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