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길 위에서 묻다

가벼운 입은 결국 화를 부르게 마련이다.

운산티앤씨 2020. 4. 29.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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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말과 글이 동기화를 이루는 시대입니다. 뭔 개소리? 일반인은 해당 없습니다. 소위 말하는 공인들입니다. 오피니언 리더들. 그들이 쌓아온 명성만큼 추종자도 많지만 그에 비례하는 반대파들도 존재하고 그들이 주목하는 이에 대한 일거수 일투족을 소상히 기록하는 시대란 뜻입니다.

10년 전 설마했던 응큼함이 양지로 올라와서 잘나가던 인생 하나를 종치게 만드는 일은 이젠 세삼스럽지도 않지요. 과거사까지 이럴진대, 현재인 말과 글에 가시가 있어선 안됩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참을 나대던 진모님. 요즘은 가끔 나오십니다. 화면에서 얼굴 사라진지 오래 전이고 고작해야 SNS에서 비둘기 똥 갈기듯 내뱉는 독설들이 전부인데 그것도 오피니언 리더랍시고 없는 타이틀 붙여 마치 일각의, 혹은 대중의 의견인양 포장하며 쳐바르는 기레기님들의 열독률 올리기 경쟁은 참으로 가관이다 못해 측은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그마져도 시나브로 사라질 겁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면 집착이 강해집니다. 왜냐?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혹은 그녀가 쌓아온 공이란 것들의 바탕엔 삶에 대한 신념이라든가 추종하는 이념, 혹은 스스로 창조한 개념들이 깔려 있습니다.

이런 예를 들어 봅니다. 당신은 형셩색색 물든 사각혈 나무 조각으로 몇달에 걸쳐 멋지게 탑을 쌓았습니다. 색상 좋고 구도 좋고. 그런데 갑자기 옆에서 참견하죠. '야, 저 밑에 빨간색을 별론데? 차라리 파란색이면 더 좋았을 것을..' 환장합니다. 웅? 내가 보기엔 빨간색이 더 어울리는데, 이 새끼 눈깔이 썩은 동태 눈알인가? 아니면 그게 맞네. ㅜㅜ 뉘미, 어느 세월에 다 걷어내고 새로 쌓냐?

이유가 어느 쪽이든 꺽이지 않으려 고집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말이 통하질 않아요. 그에겐 인정이 바로 탑이 허물어지는 순간이니 양보할 수가 없는 게죠.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물리적인 노가다의 차원입니다. 정신 세계는 다르죠. 얼마든지 바꿀 수 있고 잘못을 인정하고 새롭게 개념 잡아 다시 나갈 수가 있습니다. 간혹 그게 너무 돌아이처럼 진행되면 119에 전화 걸어 관등성명 따지는 촌극도 연출하지만요.

이 사람의 경우는 대단히 특이합니다.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며 곡예를 부리는데 누가 봐도 뻔한 속내입니다. 그리곤 바닥이 드러나고 있죠. 온통 주변에 적 밖에 없습니다. 아마 머잖아 어느 진영에서건 환영받지 못하는 계륵같은 존재로 전락할 것이고 그나마 가진 잔나비 글재주도 빛을 잃고 말 겁니다. 모아둔 재산이 많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과거의 명성을 유지할 만한 금전적인 여유도 없어 전전긍긍, 결국엔 히키코모리처럼 방구석에 처박혀 댓글 장난질이나 할테지요.

한때 종편에서 진보 논객의 첨병으로 날카롭게 던지는 분석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는데 왜 이 지경까지 갔을까. 모두가 그 가벼운 입때문입니다. 통제 불가능한 그 입의 가벼움이 불러온 재앙이고 이젠 도로 거두기엔 너무 늦어 보입니다. 만약 그가 일신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리고 어느 쪽이든 진영을 잡는다면 상황은 나아지겠지만 그럴 기미는 보이지도 않고 또 그럴 리도 없습니다.

그에게 남은 건 사회적인 무관심이 불러 올 영혼의 죽음만 보이니 이 어찌 안타깝다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