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즐거운 하루

일하기 전에...

운산티앤씨 2020. 5. 1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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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 2080 판매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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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들어가니 아덜눔이 컴 앞에 붙어 앉아 구시렁 구시렁. 또 게임하며 욕하나 싶었는데 웬걸!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기특한 마음에 머리를 쓰다듬어 줬더니 왈,

'쓸데 없이 과제나 내주고 말이야!'

오호, 코로나때문에 휴강이 이어지면서 수업, 시험은 물론 행여 놀세라 교수님께서 바지런히도 과제를 내주고 온라인으로 제출하게 하셨나 봅니다. 투덜거리는 그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온라인으로 다 되는데 굳이 학교 앞에 애 혼자 개고생시키며 둘 이유가 있나?'

떨어져 있으면, 일하다가도, 자다가도 벼라별 생각이 다 들죠. 이게 어디가서 술 퍼마시고 뻗은 건 아닌가. 혹은 시비붙어 싸움질하다 쥐어 터지는 건 아닌지, 밥은 먹고 다니나 등등. 한땐 집사람도 까탈이 아덜눔이 집에서 나가니 속이 다 시원하다고 하더니 이젠 슬슬 내 주장에 동의하기 시작했거든요.

'님자, 언젠 어릴 때 마이 못안아줘서 미안타메? 쬐끔 꼬라지 보기 싫더라도, 돈 좀 쓴다해도 옆에서 지켜보는게 낫덜 않아? 그리공 나중에 돈 충분히 못줘서 미안해 하덜 말고.'

잘 아시다시피 난 거의 백화점식 영업을 하고 있죠. 오디오, 오디오 부품과 소모품, 골동품, 생필품, 미사용 전자제품. 나중엔 먹거리까지 손댈 지도 모릅니다. 시방 가게는 거의 터져나가기 일보직전, 오죽하면 청음 후 구입한다는 분의 전화를 삐딱하게 받아 펑크를 자초하고선 외려 잘됐다 싶을 정도니.

저수지 근방에서 여기로 옮긴 이유는 다름 아닌 대로변이라 좀더 손님이 많이 오지 않을까 였네요. 하지만 하루 종일 오는 손이라곤 담배 손님, 그리고 호기심에 들어오는 과객, 그리고 늦은 밤 취객 뿐입니다. 바로 앞의 아파트에 사시는 노인네들 중엔 지난 번에 와서 했던 소리를 또하는 양반들이 꽤 있습니다. 그중 압권은 '내가 바로 101동 동대표인데..' 양반입니다. 어쩌라고? 날 보고 어쩌라고? 벌써 세번 째 같은 말만 하는데 환장합니다. ㅋ

오는 손도 없는데 가게는 좁고. 결국 이전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지금 임대 조건이 보증금 2천에 월세 70. 이래저래 보태면 월100입니다. 다른 곳은 더하죠. 기본이 월 임대료 100입니다. 살짜쿵 짜장이 돋더라고요. 내가 왜... 하다 못해 창고라도 얻을까 싶어 찾아보면 여긴 더합니다. ㅜㅜ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담배 판매하고 내 작업할 공간 정도만 있으면 될텐데? 실평수 기준으로 10평 정도면 남죠. 오디오 구경하고 산다? 이거 다 개뻥이죠. 진짜 구매의사 있는 분들은 거의 그러지 않아요. 게시글 꼼꼼히 읽어보고 미진하면 문자로 답변 얻고. 물론 예전엔 그리 구매한 기억을 나도 갖고 있지만 나도 이젠 괜히 장거리, 장시간 걸려 가서 보고 테스트해 보고 또 그 무거운 걸 들고 돌아오고, 뭐 이런 건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 시간에 다른 할 일이 있거든요.

왜냐? 그들에겐 오디오는 생업도 아니요, 다만 취미일 뿐입니다. 취미때문에 생업할 시간을 죽일까요? 그래도 되는 분들은 일이 없는 분들이고 그건 곧 시간 때우기란 뜻이니 구경하고 산다는 공식은 시방 폐기 중입니다. 아주 가끔, 사기를 좀 많이 당하신 분들은 예외입니다만. 그리고선 가게 앞뒤에 있는 아파트를 눈여겨 보기 시작했습니다. 보증금 2천에 70이면 50평형 아파트를 얻을 수 있더군요. ㅋ

더이상 큰 가게를 얻을 이유가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담배 손님은 고정적이고 시간이 지나면 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 장사는 반경 100미터 내에서만 유효하죠. 물론 50미터 간격으로 있긴 하지만 보통 100미터 이상을 걸어 담배 사는 이들은 아주 드물고 이 건 경험칙입니다요.

내년 7월이면 만기가 도래합니다. 그땐 이렇게 하려고 하죠. 인구 밀집된 동네 이면 도로에 주차 가능한 10평 미만의 공간을 월세 30 정도에 얻고 3-40평 아파트를 4-50에 얻어 전시겸 창고로 활용한다. 아파트 40평이면 실평수로 25평 이상은 나오죠? 화장실에 주방에 이용하기 편하고. 가구가 없는데다 습기나 냉기 또는 열기로 부터 덜 위험하니 딱이죠. 내가 넓은 가게를, 대로변에, 비싸게 얻을 필요가 없죠?

뭔 소릴 하고픈 거냐.

일전 주장했던 상가를 중심으로 하는 생태계의 붕괴가 임박했다는 뜻입니다. 코로나가 결정타를 먹이고 있습니다. 많은 석학들이 코로나 이후 변화하는 경제 생태계를 예언하고 있습니다만 이미 그전에 온라인 시장의 급격한 발달은 오프 라인 시장 구조를 짓뭉개고 있었습니다. 1인 가족의 증가로 인한 배달음식 문화의 발달, 워라벨이 대표하는 오래된 기업 문화의 붕괴, 그리고 코로나로 인한 집합 상가의 도태등은 이미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실입니다.

서울의 땅값이 치솟는 이유의 근원에는 서울 시내 대학이 있습니다. 인서울 대학을 위한 특별 학군의 형성, 그리고 인서울 대학을 졸업하면 인서울 대기업, 그리고 인서울 주거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성공 도식의 첫 단추인 거죠.

한편 게다가 애들도 기하급수적으로 줄고 있죠. 과연 인서울 대학 중 언제까지고 오프 라인, 그러니까 유지 비용이 많이 들어갈 서울 캠퍼스를 고집할 곳이 지금처럼 많이 존재할까요? 그러지 않다 하더라도, 지금의 상황이 반영된 변형된 학사제도 도입도 가능할 겁니다. 지방 수재들을 더 끌어 모으기 위해 온라인 강좌와 평가가 시스템적으로 안정화되면 과연 학교 앞이, 지금처럼 학생들 고혈 짠 월세로 계속해서 번성할 수 있을까.

대학가의 붕괴로 시작된 상가 생태계의 해체가 바야흐로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건 다시 전체 부동산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을까요? 이게 다 니 상상이고 희망이라고요? 글쎄요, 시내 나가 보시면 실감하실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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