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즐거운 하루

나의 소원은?

운산티앤씨 2020. 5. 4.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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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사업을 좀 크게 하시는 분과 안면을 틀 기회가 있었는데 말이지, 이런 이바구를 하시더라고.

'노형, 가진 재주가 진짜 아깝소. 왜 여기서 이러고 사실까?'

처음이라면 인사 치례인데 몇번 듣다 보면 뭔가 의미를 가지고 있음이렷다? 하여 이르길,

'0회사장님, 내 소원이 뭔지 아십니까?'

'뭔데?'

나으 첫번 째 소원은 시원하게 방구 끼는 것이요,

나으 두번 째 소원은 막힘 없는 소변 줄기를 유지함이며,

나의 마지막 소원은 아침에 똥 막힘이 없는 것이외다.

ㅋㅋㅋ 나이가 드니 단도직입적으로다가 말을 하기 보단 은유와 비유를 자주 인용하게 되더군. 부연 설명하기를 이 나이에 서류 들고 결제 받는 것도 짜증나고 개족보도 없는 새끼들이랑 섞여 스텐레스 받을 바엔 대가리 깍고 염불이나 외겠소 했더니 더이상 말쌈이 없으시더라.

대리할 때 명함 많이 받았어. 뭔 사장, 뭔 회장, 취기에 하는 소린지 몰라도 명함 며면 쉬는 날, 사무실 찾아오라고. 마눌님은 배때지에 지름이 끼어 호강에 받혀 요강에 똥을 싸고 있다나. 하지만 이젠 그런 소리도 안해. 왜? 나도 행복하고 지도 행복하니까.

시덥잖은 자리 좀 차지해보겠다고 날밤 새며 술 퍼마시고 집구석이 개차판이 되건 말건 물밖으로 쏘다니고. 남은 게 뭐 있나? 이런 갈등은 모친과도 풀지 못한 숙제처럼 여즉지 이어오고 있지.

'하이고, 이노마야. 기둥 뿌리 뽀바 설로 대학까증 보냈더만 맨날천날 고물이나 쪼물딱거리고, 사나 자슥이 태어났으면 뭐라도 족적을 남기야제.'

'남기고 있는뎁쇼?'

'니가 뭐 남깄노?'

'아들 하나, 딸 하나, 사대육신 멀쩡하고 정신 올곧이 박혀 지 살길 찾고 있구마이. 그거만 됐지.'

우리 이쁜 윤희가 진행하는 꿈과 음악 사이에서 나이 마흔이 되도록 이룬 것도 없고 몸은 아프고 스텐레스는 스틸이 되고 어쩌고, 그래서 안마쟁이가 '아직 젊잖소?' 한 마디에 풀렸다나 어쨌다나.

한땐 나도 이맹박이를 롤모델로 삼았어. 하지만 마흔 중반이 되니 그게 그렇게 허망해 보이더란 거지. 그 탑은 해골탑이더라고. 남을 밟지 않고선, 죽이지 않고선 세울 수 없는, 그러나 언젠간 신기루처럼 사라질 허망함 그 자체였지. 그리고 2-3년이 더 지난 후 다짐을 했어. 내 두번 다시 내 재조를 다른 이를 위해서 쓰지 않겠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마누라, 새끼들 옆에 붙이고 살아야지.

입에서 게거품이 날 지경이었어. 오죽했으면 방송국에서 투잡, 쓰리잡 뛰는 중년의 취재대상이 되었을까나. 아직도 다시 보기에서 나온다던데 난 안봐. 그 고비 넘기고 밥술 뜰 정도가 되니 행복이란게 찾아오더라고.

오늘 마눌이 까똑으로 난리야. 긴급 머시기 지원금이 나왔는데 아덜눔이 그걸로 라면을 사겠다. 오늘 용돈 나갔는데, 그제 내가 몇만 원 줬는데, 머리는 지돈으로 안깍고 등등. 단칼에 잘랐어.

'님자, 언젠 마이 못안아줘서 존나리 미안타메?'

'어?'

'얼마 지나지 않아 돈 마이 못줘서 미안타 하지말고 잔소리 스탑. 빵구난 거 내가 메꿔 줄게. 오키?'

내 인생에세 후회되는 건 음써. 있다면 아그들 마이 못안아줬다는 거, 부모님껜 그닥 미안하지 않아. 내가 건강하게 살아 있으니까 그걸로 된 거 아냐? 마찬가지야. 효도니 뭐니, 다 필요없고 내 눈 앞에 건강하게 잘 있으면 되거든.

그러니 난 지금까진 아무런 후회도 미련도 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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