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길 위에서 묻다

이건 이바구를 안할 수가...

운산티앤씨 2020. 2. 1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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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이 시원찮다 보이... 집사람이 알바를 계속 나가고 있어. 이 나이에 마누라 돈 벌어오게 하는 것도 쪽팔리지만 더욱 마음에 들지 않는 건 그 알바 자리가 편의점이라. 나야 이용할 일이 거의 없지만 자녁 시간에 들어오는 취객들 행패가 여간 아니란 이야기도 종종 들리고 더하여 뭐 갑질을 편의점에서 하는 인간들까지 목도한다 하니 속이 터질 지경이지만 어쩌누. 매번 가서 막아줄 수도 없고.

게다가 이건 뭐 한여름 파리목숨이라, 툭하면 잘리고 옮기고. 갈때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어여 못나가게 해야겠단 생각이 들던 차에 간만에 괜찮은 자릴 잡은 거라. 사연인즉 이전 점주가 적자를 견디다 못해 야반도주를 했고 그걸 본사에서 직영으로 바꿔 운영하는데 주휴 수당에 4대 보험, 게다가 잔소리 없지, 왔다라는 구만.

그리하여 다닌 지 4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중간 중간 뜬금포로 우리가 해보면 어떻겠냐. 일 매상이 1백이 넘는다. 나랑 딸애까지 합세하면 알바 안쓰고 월생활비는 답이 나온다 이건데. 하여 자세히 물어보메 내가 야간을 몽땅 책임지고 둘이서 낮을 반으로 나눠 하겠다는 거여. ㅎ~~~ 그건 도저히 못하겠더만. 이미 대리하면서 밤일이 어떤건지 직접 겪어 보았는데, 게다가 이젠 자리 좀 잡아가는데 다시 새로운 걸 배운다 하니 엄두가 나질 않아 결국 포기했어.

그런데 내 물건 사주는 분 중 시골에서 편의점을 여러 개 운영하시는 분이 있는데, 가게에 놀러 오셨길래 물어봤지. 대뜸에 하시는 말쌈이,

'인수하면 안됩니더.'

오잉? 요약하면 편의점으로 돈 좀 만지자면 일매 이백은 찍어야 한다. 아무리 훼미리 비즈니스지만 24시간을 어떻게 온 가족이 매달리냐. 그리고 매출 내역을 보니 거긴 잡는 순간 개미지옥이다 이거지. 매출 내역이 어떠냐고? 글씨, 하루 1백은 찍는데 그 중 반이 담배라네? 편의점 담배 마진이 3%였나? 50만 원 팔아도 15,000원이나 20,000원 남는다는 뜻이지. 그럼 남은 50만 매출에서 마진율을 넉넉하게 20% 잡아도 10만인데 사람 셋이 달라붙어 하루 11만 원을 번다면 답은 나오는 거 아니냐.

우리도 게산은 해봤지만 열심히 하면 다른 매출도 올릴 수 있지 않겠냐,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다시 답하시길,

'생각대로 되는 일이 잘 있습디까? 원래 안되는 자리는 앞으로도 안됩니더.'

결국 접고 집사람은 편한 자리에서 버티기로 정했어. 그런데 1주 전에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

'글쎄 본사에서 맡은 지 4개월인데 누적적자가 2천 만원 이래.'

'헉......................'

그러니까 이 중에서 만약 내가 점주라면 내 인건비로 매달 1백을 빼도 1,600만 원이 적자라는 뜻인데. 그래서 이전 주인이 어케 된 건지, 조건이 뭔지를 물어봤다? 보증보험으로 5천 끊고 본사에 2천 몇백을 또 보증인지 로얄티인지로 내야 한다네. 그러니까 전주인은 매달 1천만 원 이상의 적자를 1년 반이나 지속하다가 결국 야반도주를 했다는 건데, 본사 입장에서 손해 본 건 뭐냐는 거지. 보증보험에서 5천 받았을테고 보증금인지 뭔지 챙겼을테고, 밀린 물대는 상가 보증금으로 퉁? 그리고 4개월 동안 2천 손해라는 건데.

더 골 때리는건 주인이 새로 나타났다는 거야. 그치 입장에선 괜찮은 먹이로 보였겠지.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인테리어 깔끔하게 되어 있겠다, 시스템 완비에 알아서 돌아가는 구조라. 속된 말로 숟가락을 얹는게 아니라 집어 먹기만 하면 되는 걸로 보이지.

집사람 낙담이 이만저만이 아냐. 개꿀 알바자리가 날아갔다고. 하지만 그넘들이 어떤 놈들인데 그 상태로 게속 가게 할까. 그러고 보니 나도 세종시에 있을 때 모 편의점 직원이 운영만 하라는 자리가 있다고 꼬드겼걸랑. 그러니까 급여받는 점주인데, 지금 생각해 보니 모골이 송연해.

어떻게 구워 삶았는지 므르겠다만 계약한 그 양반, 지금 알바 부리며 돈 세는 꿈을 꾸고 있겠지? 아니면 제일 편한 시간에 카운터 앉아 돈이나 세다가 저녁에 한잔 때리고.

요즘 급여가 늘어 퇴직금이 꽤 쏠쏠잖지. 금융권이면 몇억은 들고 나오고. 하지만 이거 보라고. 가게 보증금에 본사 보증금, 물대만 해도 거진 5-6천이여. 그리고 매달 적자 폭이 1천이면 1년 반 사이에 날아가는 돈이 무려 2억. 그리고 누가 1년 반만에 계약 종료래. 기본이 3년이지. 퇴직금 다 날리는 거야.

그러고 보니 대리할 때 편의점 하다 퇴직금 말아먹고 나온 이들, 음식점 하다 말아먹은 이들이 엄청 많았어. 책상머리 앉아 펜대나 굴리며 돈 벌던 시절, 벗어나기 힘들지. 이해해. 하지만 말이야, 이건 아니다 싶어. 아무리 지루하고 답답해도 차라리 그 돈을 생활비로 까먹어도 4년은 버티거든.

어제 둘이 술한잔했는데, 우리가 남 걱정 할 때는 아니지만... 안타깝더만. 결국 죽어나는 건 점주고 임차인, 알바들이야. 건물주와 본사는 전혀 영향 없어.

여기 말이지, 장사 안되는 동네거든. 신도시 들어온다고 해도 3-4년 후고 우리와는 4-5킬로는 떨어진 곳이야. 진접 신도시네 어쩌네 뽐뿌질해서 너도 나도 체인점 얻어 가게 차렸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간판 바뀌더만. 호황은 인테리어와 간판업체가 누리지.

그렇다고 딱히 권할 업종은 없지만, 그래도 체인이나 편의점, 음식점은 뛰어들지 마. 어제 강남의 한의사 하나가 일가족을 죽이고 지도 죽은 기사를 보았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뛰어든다면 동정의 여지도 없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