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난리난 동네가 있더라. 전자 분야인데 모 전시회에서 몇 백가지가 1등했다고 흥분해서 설치고.
그래. 자랑스럽지. 근데 난 여잔히 의심스러운 눈을 거둘 수가 없다. 그 분야는 미국이, 그리고 유럽이, 마지막엔 일본이 주름잡고 있다가 결국 우리가 차지했는데 언제까지 1등일 수 있을까. 말들은 하지 않지만 중국과 인도의 추격은 실로 무서울 정도지.
좀전 글에서 내가 다 책임지마 했지만 저변엔 더 깊은 뜻이 있다. 눈 앞의 이익과 단기적인 성과에 목 매달지 말고 삶을 즐기면서, 그리고 관조하면서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란 뜻이다. 꼬리가 돼지를 흔드느냐, 돼지가 꼬리를 흔드느냐 이 말이거든.
사색없는 1등은 기계적인 1등이고 사고할 수 없도록 만들어진 틀이기 때문에 언젠가 바닥을 드러낸다. 요즘 우린 그 모습을 흔히 본다. 특히 법조계에서. 상식선에선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
손에 쥔 칼만으로 세상을 호령했었고 법이 바뀐 지금도 얼마든지 위세당당할 수는 있지만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란 불가능함을 삼척동자도 알텐데 왜 이리 무모하게 벼랑 끝으로 스스로를 몰고 갔을까. 선두가 어리석다면 보좌하는 자들이라도 나서야 했고 그 자리에선 얼마든지 세상을 굽어볼 눈을 가졌고 충분한 정보도 습득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난 결국 기계적인 학습으로 등극한 1등들의 선조들이 정해 준 맹목적인 목적을 가장한 수단, 그리고 그런 수단들이 삶의 전부가 되어버린 자들의 처참한 패배를 우린 목격하고 있으며 이것은 단지 현재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밖에 없다.
다시 전자 산업의 1등으로 가보자. 그 회사는 여기저기 다 줏어 모아도 현재의 1등이 거두는 이익의 절반 정도? 내막을 들여다 보면 더욱 기가 막히지. 기술의 개발이란 측면에선 몇십배 앞서지만 정작 중요한 휴머니티에 대한 어필 능력은 반도 못된다는 사실. 요즘 말로 공감 능력 결여란 거지.
얼마 전 다들 비웃었지. 지들만의 리그라고. 하지만 몇몇 연예인들의 사적인 대화가 털리고 난 후에야 그 진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언젠 또 모서리 둥글게 한 차이를 두고 시비를 건다고 난리를 부렸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전에 우린 과연 그런 독창성의 세계에만 살아왔느냐는 반성과 함께 그런 소소한 걸로 더 큰 패배를 덮으려 했다는 비겁함에 대한 참담한 반성이 먼저여야 한다고 본다.
그래. 아직은 경쟁력이 있을 지도 모른다. 왜? 이미 글로벌하게 된 그들의 세상 속엔 분명한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해외의 인재들에겐 특별 대우와 함께 엄청난 연봉으로 유혹을 하고 그게 어느 정돈 효과를 거두고 있거든. 하지만 정작 중요한 내수에선 과거의 기계적인 1등만 선호하면서 입으론 다른 소리를 하고 있거든.
사실 우리네 교육이 이렇게 엉망이 된 이유도 따지고 보면 이들의 책임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무조건 1등, 안되면 되게 하라 등등의 말도 되지 않을 개똥 철학을 바탕으로 깔고, 창업자들의 1/10도 못되는 칠푼이들이, 기계적인 1등의 호위 속에 그 자리를 이어 받아 시장과 나라를 분탕질쳤고, 한편으론 그들이 그렇게 적수없이 땅짚고 헤엄치며 부를 축척할수 있도록 조력한 자들 역시 영혼 없는 1등들과 그런 괴물들을 만든 선조들이었거든.
내가 오늘 걱정말고 부전공으로 하고 싶은 걸 해라. 철학이나 미학같은 건 더좋다 라고 한 이유는 달리 있지 않다. 어차피 그런 1등들이 가진 재주야 세월 지나면 out of fashion 이다. 그리고 남은 건 절대적인, 개같은 충성심과 지문없는 손바닥이거든.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무지하기만 했던 백성들이 눈을 뜨고 할 말을 하며 실제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는 거지, 과거의 1등들이 거듭 추락하는 이유도 철학없이 앞만 보고 질주한, 세상을 보지 못한 이유가 크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룬다고 큰 탈 나지 않는다. 계획 거창하게 잡아봐야 골만 아프고. 그냥 닥치는대로 즐기고 열심히 사면 된다.
그리고 뒤에는 우리가 있다.
철학도 없는 놈들이 자기 소개서를 쓴다고 하니 갑자기 웃음이 나온다.
'세상 이야기 > Rolling Ston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이비나 이단이란 단어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0) | 2020.03.04 |
---|---|
정보의 홍수, 그리고 옥천신문? (0) | 2020.02.16 |
그릴핀이 부러졌을 때 (0) | 2020.01.04 |
월요일, 우울? (0) | 2019.12.23 |
허탈.. 이젠 끝을 봐야 할 때다. (0) | 2019.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