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즐거운 하루

대학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시방?

운산티앤씨 2018. 3. 27.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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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서 생긴 일 OST - My Love


나이 들면 돈도 명예도 필요 없고 그저 자식 잘 된 게 최고의 자랑이라고 합디다만. 대대로 학자연했던 어른들도 계셨고, 후를 이은 자손들 중에 사자나 S대 나온 애도 제법 되다 보니 너도 나도 욕심을 부립니다.

더욱 재미나는 건 이젠 일 년에 한번 얼굴도 보기 어려운 다른 집안의 대소사가, 특히 그 집에 애가 어찌 되었니 따위의 소식이 들려옵니다. 봄바람 타고 온 꽃씨도 아닐진대 말입니다.

애들이 어릴 때야 그다지 신경 쓸 일도 아니었지만 이젠 놈들도 고등어가 되어 입시를 목전에 두고 있는 걸 보니 슬슬 불안해지기도 하고 다른 집 잘 되는 꼴을 보면 배가 아프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한 놈은 주말만 되면 날밤 꼴딱 새우며 욕지거리 시원하게 해대며 신나라 하고 또 한 놈은 그림 그린답시고 매일 밤 까똑으로 수군대고. 보자 보자 하니 내가 보자기로 보이나 싶어 엄포를 발사했지 뭡니까?

폐일언하고 인정받을 수 없는 대학이 아니면 나와봤자 취업도 어렵고 된다 하더라도 꼴랑 200도 안되는 돈에 너희들 청춘 다 흘러간다. 그런 모습 보자고 너희들 하나당 1억씩 퍼부을 순 없다. 그 돈이면 너희들 결혼 자금 혹은 사업 자금 다 대주고도 우리 둘은 너희들 신세 지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할양이면 제대로 하고 아니면 일찌감치 각자의 길을 알아보거라.

보통 아비가 이렇게 나오면 겁을 집어먹고 어떻게든 눈치라도 볼 텐데 요즘은 아예 대놓고 밤을 새우니... 농담을 진담으로 해석해서 자기들 좋은 대로 잔대가리 굴리는 클라스가 참 기가 막힙니다.

오늘도 부모님과 함께 시원하게 두 녀석 욕을 하고 왔더니 걸쩍지근합니다만, 그건 미리 지나친 기대로 나중에 큰 실망하기보단 미리 단념하시라는 연막이었습니다. 그리고 난 진즉에 우리 사회에서 대학의 존재가 갖는 의미가 고작 취업이고 남보다 좀 더 빨리 자리 잡는 투자의 일환임을 알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지요.

어쩌면 그 엄포는 대학가려고 발버둥 칠 시간에 좀 더 놀고, 좀 더 많이 사귀고, 좀 더 많은 세상을 봤으면 하는 기대인지도 모르겠네요.

네가 나중에 뭐가 되려고 이렇게 공부를 하지 않냐? 대학이라도 나와야 취직이라도 하고 대접받고 살지. 이게 우리 세대와 이전 세대들 머릿속에 든 대학입니다. 설사 그렇게 들어가서 취업이 되었다 해도 언제 날아갈지 모르는 불안한 고용 환경은 날로 심각해지니 창졸 지간에 밀려나온 이들의 헛걸음질을 하도 많이 본 터라 출신 대학으로 대변되는 학벌은 내게 정녕 무의미하기만 하게 되었습니다.

한때는 저 녀석은 뭘 했음 좋겠고, 저놈은 뭐가 되었으면 하고 꿈도 꾸었지만 내 인생도 아닌, 내가 어쩔 수 없는 또 다른 인격체에게 나도 제대로 걸어보지 못한 길을 강요함이 얼마나 쪽 팔리는지.

하여 이리 하려고 합니다.
'아빠, 나 뭐하고 싶은데?'
'그래? 해봐라.'
'나 공부하기 싫은데.'
'그래? 그럼 쉬어.'
'나 좀 놀아도 돼?'
'그래. 이상한 짓만 하지 말어.'

정말 웃기는 건, 어른들이라면 하나같이 하는 말,
자식만큼은 내 마음대로 안되더라.

그러면서 나처럼 방관하는 부모에겐 무책임하다 힐난을 합니다. 부모가 잔소리하지 않으면 사람 안된다고.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지 어미 자궁 밖을 탈출할 때 벌써 사람인데.

모순된 행동과 말이 바로 신구세대의 지독한 반목과 부모 자식간의 대화 단절의 진짜 원인임을 아시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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