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즐거운 하루

My life less than a dog..

운산티앤씨 2018. 3. 1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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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ce Upon A Time In The West (Ennio Morricone) cover - By Harmony Highway



저녁 내내 대가리 박아와 앉아 일어서를 반복하다 결국엔 합의 보길, 내일 부모님 전부 학교 오시라고 해라. 이건 도저히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다. 명백한 교권에 대한 도전이고 시대에 대한 반항이다. 너희들은 이제 타의 모범이 되어 효수를 당해도 싸다. 거참... 술 한잔 먹은 게 무슨 큰 대역죄라고?

고 2 정도면, 술 담배는 다 하지 않습니까?

늦은 밤임에도 집엘 들어가질 못하고 한참을 바닷가를 배회하며 이 위기를 어떻게 뚫고 가느냐, 배 째라? 안될 말이다. 울며 읍소한다? 그러자면 무슨 핑계가 있어야 하는데,아닌 말로 가세가 기울었기를 했나, 한 부모 가정도 아니요, 형제자매 멀쩡하니 속된 말로 금수저는 아니더라도 불만이 있을 수 없는 환경이니. 에라 모르겠다. 탁 터놓고 허심탄회하게 이바구 하자.

벨을 누르자 오마니가 머리만 빼꼼히 내밀고선
'니 먼일 있제?'

에구, 벌써 연통이 갔구만. 그냥 내려치는 칼에 가만히 목을 맡기자 작심하고 들어가되, 가방을 맨 이유는 혹시 날아올 아부지의 앞차기에 대한 대비였다. 어라? 아무 말씀이 없으시네.

사실 두 분 다 교직에 계셨던 터라 이미 사태의 심각성을, 그리고 이런 넘들 닦달하면 더 엇나가는 꼬락서닐 하두 봐서인지 그냥 넘어가자고 하셨나 보다. 대신 아부진 베란다에서 한산도 태우며 긴 한숨을 내쉬고만 계셨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에서 참나무 방망이란 별명으로 규율을 잡았는데, 당장 내일부터 무슨 면목으로 애들을 대하겠나.

참 미안하긴 한데, 거참 맛있게 태우시네. ㅋ (대통이 안모시기 사건을 보고받고 난 심정과 마찬가지가 아닐런지.)

대신 범생 형이 질알 질알하는 소릴 뒤로 하곤 난 방문을 걸어 잠그고 그냥 배포 좋게 잠을 청했다.

아침에 등교를 하니 교문 앞에서부터 난리다.
'절마가?'
'존만한기 간 크네? 마, 일로 와바라.'
'머요?'
'햐, 이 새끼 바라, 눈 안까나?'
'3학년이면 다요? 아침부터 왜 시비 걸고 질알하요?'

완장 찬 3학년 규율부 선배가 푸닥거리 해보자고 작심한 모양인데, 멀리서 누군가 소리치며 그만두라고 한다. 흐미...... Another Devil, 수학선생이다. 모타리는 작지만 온몸이 근육이다 못해 얼굴까지 근육이 붙어 한번 걸리면 피를 보지 않고선 끝이 없다는. 이런 걸 두고 쓰레기차 피하다 똥차에 받혔다고 해야 할 게다.

죽었다 싶어 가니 가방 안에 물건 다 꺼내고 마치 수사반장처럼 바지를 턴다. 그러더니
'아 이 새끼, 꼬치 좀 씻고 다니라, 이기 무신 쉰 냄새고?'

아시다시피 밤만 먹으면 농구니 축구니 나대서 워낙 땀도 많이 흘리는데다 자주 씻질 않으니 사타구니에선 가끔 요상한 냄새가, 그 나이땐 나는데.
'머... 누가 냄새 맡을 거도 아이고.'
'와.. 임마, 말하는 거 바라. 거기 냄새 맡는 거 담당하는 가시나 있나?'

거참, 생각을 해보니 묘한 상상을 불러 일으키는 답변이 아닌가? 그때 옆에 있던 규율부 담당 교련 선생이 웃으며 말 하길,
'보내 주소. 어차피 저거 어무이 오시기로 했으니까. 마, 그래도 거긴 좀 씻고 다니래이.'

교실에 당도하니 물 뿌린 듯 조용하다. 기분 나쁠 정도로.
'머 보노? 확 눈까리를 먹물을 쪽 빨아뿔라. 씨바.'

부러 더 건들거리며 눈을 부라리니 다들 공부하는 척. 그때 주기가 오는게 아닌가. 그런데 이 녀석 대가리가 난데 없이 민둥산으로 변해 있지 않은가? 촘촘한 머리숱에 장발을 해선 쥐가르마를 타고 갖은 폼을 잡으며 아끼던 머리가 왜 이 모양이여. 저 스타일엔 사이키 조명이 안먹힐낀데? (당시 우린 가끔 나이트에도 출입해서 놀곤 했다. 거 뭐냐, 목에 하얀 폴라티 하고.)

예상했던 대로 주기넘은 그날 저녁 무장 공비 토벌대 출신 아부지에게 말 그대로 바지에 똥 싸도록 얻어 터지고선 내쫓겼다나. 12시가 넘어서도 못 들어가고 밖에서 서성거리는 걸 어무이가 억지고 잡아 끌어 방에 밀어넣었는데 그냥 디비잘 일이지 머가 그리 배 고프다고 주방엘 가서 딸그닥거렸는지.

마침 눈에 사브레가 눈에 띄길래 구워놓은 고기 몇점이랑 오물락거며 처먹었던 모양이다. 이때 자다 소피 마려워 깬 아부지가 나오셨나 본데 그걸 보고 대노해서 바리깡으로 머리를 다 밀어버렸다나? 그리고 그토록 아끼던 엘피판이며 전축도 망치로 다 두들겨 부시고.
'너거 아부지 미친 거 아이가? 까자 좀 뭇다고 대가리를 다 미나?'
'그기 아니라, 사브레하고 고기는 집에서 기르는 씨종자 진돗개새끼 줄라 켔는갑데?  그거 무따고.'
'아니 너그 아부지는 아들보다 개새끼가 더 중요하나?'
'한마리 백만원 넘는다 아이가? 니는 안맞았나?'
'어. 난 안맞았다. 별 말씀 없으시더라.'
'역시 많이 배운 선생님이라 그런갑다.'

눈알이 벌개져서 울먹, 그리고 고개를 주억거리는데 그 심정을 어찌 이해 못하겠냐? 금쪽 같은 털도 다 날라간 낚지 대그빡이 되었으니 앞으로 애들이 얼마나 놀릴꼬?
'머리는 또 안나나? 곰마 그치라.'
'아이다. 앞으로 대가리 털 기르며 죽인다 카더라. 참 내 인생이 말이다.
My life less than a dog 아이가?'
'머라카노? 한글로 씨부리 바라.'
'개만도 못한 내 인생이라꼬 번역이 되제, 아마.'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참, 그딴 작문은 잘도 하네. 에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