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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절, 이상한 이름을 달고 요란을 떨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몇 번 들락거리던 게시판에서 말 섞다 보니 자리 잡았고, 자리 잡아 나불거리다 보니 이런저런 이들 알게 되고. 또 뜻이 맞는 이들과는 쪽지로 메일로 모의 작당하며 매일을 되지도 않은 논제를 두고 치고받고. 그렇게 썩어 버린 도끼 자루가 대여섯 자루 정도 되려나.
오늘 우연히 본 연예계 기사 중에 웬 여자 래퍼가 SNS로 소위 말하는 안티들과 치열하게 말싸움 중이라. 게다가 발정제로 유명해진 한 분 역시 걸어오는 시비는 마다 않고 댓거리를 하시는데.
글쎄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이라면 모를까, 또 그것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면 거둬야 하는 칼날이거들 어쩐지 분노에 분노가 더해져 대중, 다중과 싸움박질하는 모습입니다.
이건 정말 좋지 않습니다. 당시 난 오기로, 호기로 좌중을 분노케 하는 거짓 글이나 논란이 될만한 주제를 던져놓고 그곳의 수백, 수천 명과 몇 날 며칠을 날밤 까며 싸워댔습니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 건, 내가 쓴 글과 댓글에 비호감이었던가 반대가 수백개가 넘었던 기록입니다. 그런 걸 보면 나도 참 어지간히 남들 약 올리는 재주가 있었나 봅니다.
게다가 당시 하루가 멀다 하고 경찰서에 고소장이 접수되고 심지어 어떤 이는 나 때문에 정신과 상담까지 받았다는 후일담도 있었으니 당시로썬 누구도 감당 못할 악당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지루하기만 했던 내 삶에서 찾은 하나의 즐거움이었으니 그로 인해 내가 상처 따위를 받을 리 만무합니다만, 만약 당신의 목적이 나와 비슷하지 않다면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어디에나 터줏대감과 호족은 있게 마련입니다. 뒤에 들어간 자는 늘 숙이고 겸손해야 인정받을 수 있음은 비록 현실이 아닌 가상공간이라도 마찬가지. 하지만 사람이 실수를 하지 않을 수는 없는 법.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누군가의 심기를 건드리면 문제가 커집니다.
가상 공간의 무서움은 보이지 않는 상대와의 전쟁이 주는 공포감입니다. 치열하게 욕설을 퍼붓고 싸우지만 심장이 쫄깃쫄깃 해지는 느낌은 카타르시스인 동시에 가공할 스트레스입니다. 아직 당해본 적이 없어 이해를 못하시겠지만 댓글 하나에 수십 개의 욕설과 비난과 반박이 달리고 내 댓글에 반대가 몇백 개를 넘어가면 정신을 못 차립니다.
그냥 나와 버리면 간단할텐데, 절대 그러지 못합니다. 이미 나의 분신을 만들고 동일시하는 습관이 생긴 터라, 어떻게든 만회하려고 혹은 논리적으로 이겨 보려 합니다만 말꼬리 잡기와 보이지도 않은 실수를 침소봉대해서 더더욱 곤경에 몰아넣습니다. 심심찮게 들려오는 커뮤니티에서의 불화로 인한 살인이나 자살 사건은 결코 가벼이 볼 수 없음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다수에게 붙는 방법이고 나대지 않는 것입니다만 이상하게도 그렇게 수줍은 이도 가상 공간에만 가면 스타가 되고 싶어 안달이니 이건 힘들 겝니다. 하여 일단 표적이 되었다 생각되면 컴이든 폰이든 다 닫고 잠적해야 합니다. 그곳이 더 웃기는 건 세인들의 기억 속에서 순식간에 사라지는 환경이라는 점입니다.
정 분하다면 몇 놈 골라 공개 창에 욕을 실컷 퍼부어주고 탈퇴를 하시든가. 거기 아니라도 무한대의 공간에 무한한 인간들이 다양하게 존재하니, 그들과 새로운 연을 이어가면 될 일을 마치 현실인양 착각해서 댓거리를 하니 결국엔 몸과 마음을 다치고 마는 겁니다. 처음 이야기와는 조금은 방향은 틀어졌지만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든 두 사람도 잠시만이라도 입을 다물고 침묵한다면 비난은 금방 수그러 든다는 이치를 알면서도 행하지를 않습니다.
요즘은 SNS가 대세라지만 그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타 되고 싶어 안달하며 오만 이상한 짓들을 하며, 그리고 그런 언행으로 수입도 따라붙으니 한동안은 좋겠지만 가상 공간에서의 인기란 건 정말 화무십일홍처럼 허망하게 이지러집니다.
가능하면 현실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두고 가상공간질을 하시는 게 신상이 무척 이롭다는 걸 아셨으면 합니다.
혹시 夏淚라는 이름을 보신 적이 있는지. 한글로 하루입니다. 이걸 갖고 어느 날 아침에 점잖게 변해선 댓글을 다니 어느새 베스트 댓글러가 되어 있더군요. 다는 댓글마다 찬사가 쏟아지고, 알고 싶다, 위로 좀 해달라 등등. 한 2년 그러고 나니 심드렁해지더군요. 해서 지우고 사라졌습니다. 그리고선 길을 걷다 보니 하루란 간판도 보이고, 하루란 애 이름도 있고.
그나저나 저 하루의 의미가 뭔지나 아는지. 참나, 10년 전의 일이지만 요즘 다시 생각해 보니 우습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혹시 나의 착각인지도 모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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