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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아이디어를 모집한다는데, 하두 답답해서 몇자 적자면...
우선 숫자는 우리들 기억에 쉽게 남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 들 대화 속에서 숫자가 등장하는 빈도수를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가 될 겁니다. 그리고 숫자는 계산이라는, 산수와 수학이라는 거대한 장벽처럼 느껴져서 더더욱 기억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일전 지적한 바와 같이 우리의 발음으론 각 단어와 수를 정확하게 전달하게 어렵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번호를 살짝 바꾼 제 차 번호를 경기 89아 4496이라고 합시다. 이걸 한글 발음대로 쓰면 경기 팔십구 아 사사구륙이니 원래 9자리보다 1자리 더 늘어난 10자리가 됩니다. 게다가 전화상으론 알아 듣기 힘들어 매번 경기 팔. 구 아버지 아, 4496을 몇 번이나 읊어주고 그쪽에서도 똑같이 복창케 하여 교차 확인을 해야 정확한 업무 전달이 되죠. 이건 구형 번호이니 신형으로 해볼까요?
27우 8732 -> 7자리지만 한글로 풀면 이십칠 우 팔칠삼이. 늘어난 발음에 전화상으론 우 인지 어 인지 잘 못알아듣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 할 때 우라고 집어넣어 주면 무려 이십칠 우리 '우' 팔칠삼이... 11자리로 늘어나니 더더욱 기억하기 쉽지 않습니다. 한편 발음이 어려운 경도 있습니다. 1135라고 하죠. 일.일.삼.오! 뭐라구요? 에이, 하나 하나 삼 다섯. 맞죠? 다 경험들 있으 실 겁니다. 아니라구요? 아님 말고...
한편 미국은 우리보단 차번호를 기억하기 쉽죠. 예를 하나 퍼왔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야들 역시 알파, 시에라, 탱고 식으로 발음하여 혼란을 제거해야 하죠. A. C. T를 그리 알려 준다는 겁니다.
한편 욕에 대해 일전 장광설을 늘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욕, 분명히 거부감 듭니다. 천하기 저질스럽고 양아치스럽지요. 하지만 이곳에선 배운 자, 못 배운 자나, 배우고 있는 자를 가리지 않고 생활언어로 자리 잡은지는 이미 공룡시대부터입니다.
개인적으론 욕이 그리 나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측면에선 삶의 오아시스요, 대화의 윤활유이며, 관계를 돈독히 해주는 감초지요. 우린 어려서 부터 욕을 통해 사회성을 키우며, 연대감을 느낍니다.
이런 가정을 해 봅시다.
절친한 두 친구가 있습니다. 그들은 뭔진 모르지만 하나의 주제를 두고 의견 대립 중입니다. 한 친구가 답답해 하며 이리 말합니다.
'아 그 친구, 참 답답하네. 잘 모르면 가만히 있으시게.'
뭔가 허전하지 않습니까? 친구 같지가 않고 둘 사이엔 넘을 수 없는 장벽이 있는 듯 하죠. 하여 이리 바꿔 재구성해 봅니다.
'아놔 그 씨발롬, 질알하고 자빠졌네. 걍 구구로 찌그러져 있어라, 개새야.'
어떤가요? 우린 이때 '아, 둘은 참 친하구나. 막역한 사이네.'라고 해석을 합니다.
즉 우린 이 대화에서 그들만의 세상, 그들끼리 만든 울타리 안에서 경계감 없이, 허심탄회하게 내면의 욕구를 분출하는 아름다운 우정을 엿봅니다. 또 다른 예를 만들어 봅시다.
길을 걷다 난데 없이 새똥이 대가리에 쏟아진 경우입니다.
'아놔, 저 씨벌 새새끼가 똥을 뿌리고 질알이야.'
이게 정상이지 '아니, 저 새는 왜 나한테 똥을 누고 날아가지?' 참 존나 어색합니다. 이렇듯 욕은 제어할 수 없는 분노, 그러나 발산할 수 없는 분노를 언어로 정화하여 발산의 강도를 중화하고 그 대상을 특정하지 못하게 하니, 어쩌면 영혼의 순수함마져 지켜준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난 생각해 보았습니다. 번호판을 이리 제작하면 어떨까요?
어떤가요? 눈에 확 들어오죠? 만약 순찰차 입장에선 어떨까요? 단속의지는 더욱 불타오르고 범인이라면 지옥 끝까지라도 가겠다는 숭고한 사명의식에 전율하지 않을까요?
혼잡한 주차장에서 혹시 잘못 주차를 하여 타인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차주를 부를 때,
'개새끼 씨팔씨팔 차주님 께선 지금 현관 옆 개새끼야 소나타 차량 앞에서 이동시켜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얼마나 유머스럽고 명확한 전달인지요? 이런 명확한 전달성은 뺑소니 차사고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겝니다.
'차량 번호 보셨나요?'
'그럼요. 기억하죠. 차량번호는 개너므시키였어요.'
112에서 전화 받는 분들이 얼마나 화끈하게 가슴에 와 닿을까요?
'뺑소니 도주 차량 수배합니다. 차량번호 개새끼 씨팔씨팔.....'
한편 이런 마케팅 차원에서의 고려도 있을 수 있습니다.
눈에 확 들어오면서 나도 모르게 불끈하는군요. 업주 입장에선 대단한 마케팅 효과입니다. 하지만 학부형 입장에서 애들 학교로 몰고 가긴 좀 그렇죠?
게다가 천편일률적인 번호판은 독점의 폐해도 낳으니 요즘 화두 중 하나인 고용 창출 효과도 거의 없지요. 하지만 여기에 다양한 문양과 디자인, 기능등이 첨가된다면 신생 기업의 증가로 이어지니 추가적인 부가가치 창출과 고용 증진의 잇점도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국가 입장에선 글자와 크기에 따라 세금을 차등 부과하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세수 증대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죠.
여러분, 나 좀 국회로 밀어 주등가 오디오나 사주등가 하쇼. 일이 없으니 별 짓을 다하잖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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