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였었는데,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눈치를 채셨다고 하더만. 그리고 이듬 해, 지금 오메가 다치신 마냥 고관절 수술을 받고 돌아가셨거든. 가시기 며칠 전, 내가 대표로 가서 뵜는데 나 밥 차려주라고. 그런데 아무에게도 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어.
'00아, @@이가 자꾸 오라칸데이.'
그리고선 며칠 뒤 주무시듯 돌아가셨지. 이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어.
지난 주 병문안을 갔을때야. 간병인이 그러더만.
'할매가 둘째 아들만 찾아요.'
뜨끔했지. 수술 전 나보고 그러시더만.
'와봐야 니가 도움될 거 음따. 가게나 잘 보고 아덜이나 잘 지키 보래이.'
솔직히 가게 마치고 지친 몸으론 간병까진 못하겠더라고. 오전에 갈수도 있지만 가봐야 주무시는데 도움도 안되니 오지말란 형의 말에 더 신뢰가 갔지. 게다가 간병인 있겠다, 국내 최고 병원인데 알아서 하겠지 싶었어. 그런데 그제 형으로부터 갑자기 톡이 왔어.
어무이 섬망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일단 집으로 퇴원 조치한 후 그래도 나아지지 않으면 마음의 준비를 하라네. 하여 답하길 난 아직 엄마 보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니 그리 알아달라. 이후 몇가지 질문과 답변이 오가며 난 그 냉혹한 말이 여러가지 뜻을 함축하고 있음을 깨달았지.
풀어 이야기하자면 (병원에선 아무래도 수면이 불규칙하여 정해진 시간에 충분한 재활을 하지 못한다. 그러니) 집으로 퇴원시켜 (우리가 돌보면서 재활을 해야한다. 그러나 이리 노력해도) 섬망이 나아지지 않고 (재활도 어렵다면) 얼마 살지 못하니 마음의 준비를 해라. 흠... 괄호 안이 처음 톡에서 생략된 부분이고 이후 질문하며 괄호 안을 채우면 아직 희망은 있다 인데, 요는 이런 형의 말버릇은, 늘 앞뒤 다자르고 툭하고 던지니 받는 사람 입장에선 난데없는 오밤중의 홍두깨 격이라.
그러나 중요한 건 오마니와 나 사이에 남은 시간이, 설사 상처가 아물어 다시 걸을 수 있다 해도,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거야. 이제 여든셋이야. 아흔까지 사셔도 고작 7년이잖아. 긴 시간일까? 갑자기 1분 1초가 아깝더만. 가게는 4시에 열고 병원 간다하니 펄펄 뛸 줄 알았던 마누라가 의외로 그리하라 하네.
'당신, 갑자기 왜 구랴?'
'어머니 쓰러지면 당신도 쓰러질까봐. 그러니 가봐.'
'뭔 소리야? 내가 그리 허약해 보여?'
'그게 아냐. 가보면 알아.'
간병인이 혀를 내두르더만. 낮에 내내 주무시다가 저녁 8-9시만 되면 눈떠서 소리 지르고 난리라고.
'어무이. 내요. 이제 일어 나야지. 자꾸 잠만 주무시면 힘들어. 우리 아덜, 딸도 걱정해.'
잠깐 눈을 떴다, 감았다. 그렇게 30분 정도를 씨름했더니 정신을 차리시더라고.
'가게는 우야고?'
'내가 알아서 하요.'
'아덜은?'
'바뿌지 머.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재활이나 합시다.'
곁에 있던 간병인이 나서며 하는 말이,
'아무리 깨워도 안일어나시만 둘째 오니 일어나시네?'
옆 침대 환자 가족들도 놀라는 눈치야. 좀 더 있으니 식사도 하시고, 과일까지. 입원하고 처음으로 큰소리로 웃으시더군.
난 또 느꼈어. 남겨진 걱정인, 오마니의 아픈 손가락도 삶의 동력이 될 수 있음을. 그러나 오래 가진 않겠지? 내게 남은 효도랄 게 따로 있나? 가시는 그날이 오기 전까지 더 이상 둘째는 오마니 아픈 손가락이 아님을 보여 드리는 거지. 하지만 내가 이 나이에 뭔 대사를 이룰까. 그저 밥 걱정 없이, 가족들 건사 잘하는 모습만 보여 드리면 되지 싶다.
그런데 말이야...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면 말이야... 아픈 손가락 졸업 말이야.. 그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더란 거지. 굳이 똥창 찾아 꼬라박히고 헤어나지 못해 허부적거린 건 내가 아둔해서도 아니었고, 오로지 여즉지 버리지 못한 똥고집때문이란 건 내가 더 잘 알고 있거든.
아마도 난 가시는 날, 조금 울다 웃을 것 같다. 왜냐고? 잘은 모르겠는데 오마이와 나와의 연이 이번 생이 마지막이 아닐 것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거든. 아무리 내가 사후 세계를 믿지 않아도, 혹은 윤회를 믿지 않아도 다가 올 이별은 새로운 만남을 위한 준비일 것 같아.
또 그리 생각하면 잠깐 슬프지만 또한 기쁜 일이잖아? 기쁜 날을 위해선 이제부터 무척 바빠야겠지?
-- 요기까진 어제 글 ---
오늘 잘 드시고 걷기까지 함시돠. ㅋㅋ
.이번 구리막스엔 바쁠 것 같아. 누굴 델꼬 명동 거리를 걷지?
https://youtu.be/b_jxjsii-kE?list=RD5V0JxkU_p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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