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기 그림은 어디선가 보았던 기억일 수도 있고 혹은 전혀 독창적인 생각일 수도 있다. 얼마 전 IP TV에서 이벤트 호라이즌이란 공상 과학 영화를 방영한 적이 있다. 정확한 기억이 나질 않아 찾아보니 1997년도에 만들어졌고 주연은 로렌스 피쉬번과 샘 닐. 로렌스 피쉬번은 매트릭스 시리즈에서 강렬한 호연으로 우리에게 친숙해졌고 요즘도 자주 등장하는 배우지만 내가 기억하는 한 지옥의 묵시록에도 출연했었다. 그리고 샘 닐은 쥬라기 공원으로 잘 알려진 배우지만 이상하게도 호러 영화 빨이 잘 받는 축에 든다.
스토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샘 닐이 발명한 시공간의 문을 여는 장치를 장착한 이벤트 호라이즌 호가 실종되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갑자기 나타난다. 피쉬번은 수색대를 이끌고 이 탐험선을 찾지만 승선하자 말자 기괴한 환영에 시달리던 선원들이 하나씩 죽어가고 급기야 철수를 결정하지만 미지의 힘에 사로잡힌 샘 닐의 방해로 남은 선원들마져 죽음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전에, 피쉬번 이하 선원들은 복원된 항해 로그에서 흥분에 들떠 있던 이벤트 호라이즌호의 승무원들이 갑자기 돌변해서 서로를 처참하게 죽이는 광경을 보게 되고, 그들이 내린 결론은그 함선이 차원의 문을 통해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공간에 다녀오면서 그곳에 존재하던 순수 악을 데려 왔다는 것이었다.
결국 악마로 변한 샘 닐이 남은 선원과 피쉬번을 지옥으로 데려가려 하는 순간, 피쉬번은 이벤트 호라이즌 호를 폭탄으로 두동강 내버리고 샘 닐과 같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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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이벤트 호라이즌은 탐험선의이름으로 쓰였지만 기실 이 단어는 얼마 전 공전의 히트를 친 인터스텔라에도 등장한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우리 말론 '사건의 지평선'이라고 번역되는데, 블랙 홀로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가는 경계선을 뜻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물리학도가 아니라 수학적으로 설명은 못하겠지만 여튼 인터스텔라에선 이 사건의 지평선에서 얻어지는 정보로 인류를 구한다고 했던 것 같다.
가끔 신문이나 다큐멘터리에서 우주에 기원과 끝에 대한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위축되고 내가 하던 모든 일이 하찮게 느껴지더라. 그건 아마 티끌조차 미칠 수 없는 내 존재의 가치를 우주란 끝없는 공간에 대비하여 재평가하는 과정이 아닐까 싶은데. 그래서난 가끔 뜬금없이 블랙홀이니 따위의 용어를 마치 말꼬리 잡기하듯 밤새 뒤적이기도 하는데.
궁금한 건 블랙홀의 반대편이다. 다들 반대편은 다른 우주라고 상상정도만 하고 있고 아직 그 무엇도 증명된 바는 없다. 다른 우주라니? 우주는 무한하다면서? 이에 관련해선 갖가지 이론들과 추측들이 난무하는데. 이는 훗날 이야기하고.
우주 공간은 진공이고 별들과 원소를 제외한 나머지는 아무 것도 없다고 하다가 요즘은 암흑물질이란 존재에 대한 탐구가 시작되었다더라. 잘은 모르지만 이게 우주 공간을 차지하는 물질의 몇 %? 그래서 찾아 봤지.
우주를 구성하는 총 물질의 23 %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전파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X선 ·감마선 등과 같은 전자기파로도 관측되지 않고 오로지 중력을 통해서만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물질을 말한다.
그러나 과연 이 암흑물질까지 다 쳐도 남는 공간은 진짜 무, 아무 것도 없음일까?
풍선에 물을 집어넣는다고 생각해 보자. 언젠간 물의 압력에 의해 한 곳이 터질 것이고 그곳으로 더 강한 압력이 강해지면서 결국 뻥 터지는 건데. 그림은 내 상상 속의 우주다. 그러니까 작은 풍선 같은 것들이 아주 가깝게 붙어 있는 헝태. 최초엔 물론 이것들은 점의 집합이었고 어딘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우리가 아는 물질, 암흑물질, 그리고 빈공간으로 알려진 곳을 채우는 제 3의 물질들이 한 곳을 뚫고 들어온다는 주장이야.
글을 적으며 생각난 건데 사실 이건 뫼비우스의 띠처럼 시작점도 없이 순환하는 형태라 하나를 꽉 채우다결국 한쪽이 터지면서 다른 쪽이 부풀고 그리고 다시 또 다른 걸 부풀어 터지게 하고 무한 반복하면서 처음의 터진 장소로 되돌아 온다고 보는데?
만약 그렇다면... 빅뱅에서 탄생한 별들이 점점 더 멀어져 간다는 말도 이해가 되지 않을까? 그러니까 펑하고 터지면서 뒤에서 자꾸 밀고 들어오니 처음 들어온 곳에서 부터 더 먼곳으로 밀려 가게 되고. 그리고 블랙홀이란 존재도 결국 임계점에 도달한 우주 공간의 한쪽이 터져 이 우주의 물질이 다른 곳으로 쏟아져 들어간다 이건데.
휙 베송 감독의 '루시'에선 숫자 개념의 부당함을 지적하는대목이 나온다. 1 + 1 = 2냐,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만든 한계일 뿐 우주를 보는 유일한 단위는 시간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시간조차 유한한 존재만이 감지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닌가. 만약 우리가 영생불사한다고 가정해 보자. 시간이란 숫자가 의미가 있는가? 혹은 중력이란 미지의 존재도 의미를 가지는가?
이런 상상을 토대로 만든 상상의 사진이지만 사실 난 애당초 우주엔 시간도 공간도, 중력도 그리고 그 무엇도 전재하지 않는 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유령처럼 잠깐 빛나는 유한한 존재들이 작명한 허상들로 가득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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