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Rolling Stones

돈 뜯으러 가는 날..

운산티앤씨 2019. 9. 1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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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r0qbKmUY0lA?list=RDgb8Vc2JCjP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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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니 비싸겠지만, 그래도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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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에게 부모님 댁에 가자고 하면서 내미는 미끼가 있습니다. 그게 뭐냐면 바로 용돈이죠. ㅋ 나이들이 차니 점차 할머니, 할아버지와는 거리가 멀어지는 느낌인지만 그렇다고 굳이 생기지도 않을 애틋함과 효심을 발휘하라 강제하기도 그렇고 해서 그런 식으로 농을 쳐선 데리고 갑니다. 하지만 그 속엔 은근히 바라는 바가 있지 않겠습니까? ㅋ

이번 추석도 마찬가지, 단톡방에 '니들 13일 오전에 할아버지댁으로 가자. 큰아부지도 오시니 돈 좀 뜯자고. ㅋㅋㅋ' 하니 군말없이 오키란 답이 옵니다. 그러나 시작부터 조금 이상하네요. 눈여겨 보지 않은 형의 문자 속에 있던 말, 각자 먹을 걸 갖고 와서 다과회를 하자? 집사람은 대뜸 형수가 머리를 쓴 거라고 흥분을 합니다. 일하기 싫으니 그런 거라고. 빽~~ 소릴 지르고선, 그렇다면 우린 가서 애들 용돈이나 좀 뜯고 오지 머.

웅? 원랜 다과회 마치고 난 부모님을 모시고 며칠 후 있을 내 귀 빠진 날도 겸해 괴기나 먹으려 했는데 장손자부터 모두 온다네요. 하여 모친 또 전화로 이르시길, 니들도 다와라. 에미도 같이 오고. 아놔 갑자기 계획이 틀어지니 짜장이 잇빠이 솟구쳐 소리를 지르고 있는데 집사람이 전화기를 뺐더니 그냥 그날 아침에 가고 우리끼리 먹자. 고기값 아까워서 그러냐는 내 흰소리에 보면 모르냐는 식으로 알듯 모를듯한 답을 던집디다. 난 아직도 모르겠는데....

출발하기도 전에 정장 바지 입어라, 구두 신어라 잔소리가 시작되길래 또 빽~~ 소리를 지르고선 긴 츄리닝이 가장 근래 산 쓰레빠를 신고 갔어요. 근디... 이거 모여. 다들 자다 일어난 부시시한 얼굴과 옷차림으로 왔네? 거봐란 식으로 내가 눈을 흘기자 마누라가 옆구리를 꼬집습니다. 에혀... 무려 2 + 4+ 5 = 11명이 좁아 터진 20평 아파트에 들어가니 숨부터 막혀 오는지라. 에라 난 이야기들 하슈 하고선 모친 방 침대에 드러누워 전날 덜깬 술도 깰겸 잠을 청했죠. 근디 오마니가 이상한 말씀을 하며 손자들을 집합시키는 거라.

'너그 아부지는 용돈 주지 마라켔지만 난 그리 몬한다. 오늘은 돈도 엄꼬 하니 전부 전화번호 내놔라. 개별적으로 계좌번호 물어 송금할란다.'

흐미... 생각해 보니 전부터 명절 애들 돈주지 말자고 하던 형의 이야기가. 에혀 또 한번 소란스러워 지겠구나. 그런데 의외로 조용하단 말이지. 흠, 그래도 엄마 체면을 세워주나 보다 했지비. 자리를 파할 무렵, 명절 전 올린 매상에서 좀 떼서 아직 미취업인 장조카와 막내 조카딸에게 몇푼 찔러줬더만 금새 얼굴색이 달라지며 돈 주지 말라고 했는데 왜 그러냐며 줬던 돈을 도로 뺏어 나에게 주는 거라. 이거 왜 이리 일같지도 않은 일로 신경 곤두서게 하지 싶었지만 좋은 날 다투기 싫어 도로 집어 넣고선 한푼도 수금 못한 내 새끼들에게 줘 버렸지요. 흠.

명절만 되며 빼그댕이 치고 사라지는 자식들이 괘씸하고 그래서 아마 굳이 부모님댁으로 집합시켰나 본데 그렇다면 당근도 줘야지. 하지만 몇년 전부터 애들 돈 주지 말라고, 그런 것들 때문에 애들 버렸다고 소릴 질러대던 기억이 다시 나는 거라. 근데 그 버럭이 우리 오메를 향한 건지, 아니면 형수에게 향한건진 여전히 알쏭달쏭하지요. 오메야 일년에 몇번이나 얼굴 본다고.

한동안 서먹하며 거리가 멀어졌던 내 아이들과 다시 가깝게 된 건 내가 모범이고자 하던 정신과 자세를 버리면서 부터지요. 작년까지, 매는 비록 들지 않아도 참 모진 소릴 많이, 자주 했습니다. 물론 다 니들 잘 되라고 하는 소리야 하는 숨겨진 모토가 있었지만.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웃기더라고요. 말로 치는 매도 폭력인데 그걸 알아듣고 말고는 자식들의 정신세계에서, 알아서 판단할 문제인데다 심지어는 눌린 이상의 반발만 불러올 압박인데 그걸 저항없이 받아 들여라? 역지사지. 누가 나보고 그러면 받아 들일까? 그리고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지금 시궁창에 빠져 있기를 하나.

그러면서 즉시 시행한 건 애들에게 미안하다, 잘못했다란 사과를 하는 것이었지요. 그러니까 그 사과는 그간 있었던건 나의 언어적 폭력에 대한 것들이었는데 이긋들이 그만 15년 전 몽둥이 들며 혼내던 이야기까지 꺼내며 사과를 요구하는 거라. 기억도 없는데 이런 젠장. 췟~~

부모가 되면 모두 강박증이 생기죠? 우리 애들은 겁나 착하고 모범생이어야 해. 그러나 어딜 가서든 지지 않아야 해. 이 무슨 말도 안되는 모순을 ㅎㅎ 공부도 1등이어야 해. 내가 이리 된 건 그리 살지 않아서야. 그러니 매를 들어서라도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하는 게 우리 임무라고. 낳았다고 부모가 아니잖아, 뭔가 책임있는 언행으로 모범을 보여 그들이 행여 나쁜 길로 빠지게 하면 안돼 등등.

하지만 그런 마음 뒤에 숨은 얄팍한 내 허영심을 보았지요. 어디 가서 내 자식 잘났다고 자랑하고프다 란 같잖은 욕망, 등신같이 굴다가 내 얼굴에 똥칠하지 않을까 하는 십원짜리 자존심. 그렇다고 해서 니 꼴리는대로 사슈가 아닙니다. 할 수 있고, 또 그들이 원한다면 좋은 말로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는데도 강압과 폭력이 동반하는 가르침이 문제란 거죠.

말하는데도 못알아듣잖아, 그러니 내가 매를 들 수 밖에. 아녀라.

했던 말 또하고 또하니 귓등으로, 콧등으로 흘려 듣는 것이고,

지들은 안하면서 나보고만 하라니 짜증나는 것이고,

하고 싶은데 그리고 못할 이유도 없는데 못하게 말리니 대화가 통하지 않아 답답한 것이고,

지들 말은 전혀 듣지 않고 이해도 않으려는, 일방적인 대화법이 꼰대 같아 같잖고,

지들이 싫어하는 일은 죽어라 하면서 (술.담배) 스마트폰 그만 봐라, 게임 그만하란 잔소리가 개소리 같아서 계속 엇나가는 것이더라 이거죠.

돈을 주고 안주고 때문에 애들이 자꾸 밖로 돌까. 그렇게 할매, 할배가 오냐오냐 했고 삼촌이 돈을 줘서 그리 된 걸까. 그러고 보면 내 평생 단 한번도 가족들에게 내가 잘못했다, 사과하마란 말을 꺼내본 적 없는 형이더라고. 하기사 워낙 잘나 모범적이지 않은 적은 없지만 정서적인 면에선 실례가 무척이나 많았다는 걸 알고나 있을까나.

부모도 잘못하는 법이고, 그런만큼 주저없이 사과도 해야 하는 법이제. 그리고 아무리 어려도 말로 하는 폭력조차 쓰면 안되는 법이제. 안아 줄 수 있을 때 한번이라도 더 안아주고 쳐다 볼 수 있을때 한번 더 쳐다 봐주고, 필요할 때 핑계대지 말고 주변에서 서성거리고. 짜드라 어렵지도 대단하지도 않은 일들이었는데 모두 무시하고 한번 내지르는 근엄한 훈게에 모든 걸 맡겼지.

그래서 후회되냐고요? 그런 거 없수다. 아직 살날 많잖아? 못다 푼 애증은 그때그때 좋게 풀고 비록 나보다 덩치 큰 녀석들이라도 아플 때 잡소리 않고 안아주면 되거든. 그러다 보면... 굳이 명절 아니더라도 찾아와서 놀다 가겠지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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