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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오디오질 끝에 없은게 있다면 어장검을 능가하는 눈썰미와 천리 밖의 방구 내음도 능히 맡을 수 있는 개코라 하겠다. 하여 어떤 땐 소 뒷발질로 쥐잡듯, 가품이나 조작질을 귀신같이 알아내는데 이번에 그 기법을 만천하에 공개하여 필요없는 개피 구경을 좀 막아야겠다 싶다.
솔직히 말씀드려 난 어떠한 기종의 전후를 태정태세문단세식으로 꿸 수 없다. 그러기엔 나이도 많거니와 애당초 아이큐도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디오 논쟁이 벌어지면 슬며시 꼬리를 내리거나 아예 입을 다물거나. 하지만 이번 경우는 정말 화가 난다.
어제 갑자기 지인 한분이 오셔서 스피커 두짝을 들고 오셨다. 청음 후 기가 막힌 그 소리에 감동해서 바로 들고 오셨다는데, 딱 보니 그 말이 믿기질 않는게다.
우선 12인치 짜리 풀 레인지 치곤 통의 체적이 너무 작았다. 스피커의 음질은 유닛이 결정할 진 몰라도 음장감은 통이 제어를 한다. 그런데 유닛 크기에 비해 통이 너무 작은데 어찌 그런 말씀 같은 음장감이 나오겠나.
두번 째론 독일 B사 제품이라는데 통의 형태가 전혀 달랐으며 나무의 재질은 일본이나 미국산에서 볼 수 있는 것이었고, 그릴 형태도 마찬가지. 하여 일단 청음을 하였으나 주인장께선 얼굴색이 달라진다.
'이 소리 아니었는데?'
어디서 들어 보셨나 물었더니 큰 강당 비스무리한 곳이라. 이 정도 공간이면 굳이 통의 크기와 무관하게 음장감이 느껴지게 마련이다. 이해를 못하시겠다면 당신의 평소 목소리와 사우나 안에서의 목소리를 비교해 보시면 된다.
결국 해부를 결정하고 작업에 들어가려 하는데 나사가 대단히 수상하다. 십자도 일자도 아닌, 마치 뭔가로 홈을 뭉개버린. 어떻게 보면 육각이나 별모양인데 도시 그 많은 사이즈의 두가지 공구 중 하나도 맞는게 없다니.
롱 노즈를 이용하여 억지로 열어 내부를 보니 거대한 말굽 자석이 달린 유닛이 자태 좋게 안착은 되어 있다만 아무리 봐도 B사의 제품이 아니다. 게다가 손으로 만진 페이퍼 콘의 감촉은 마치 삼류 퇴기의 손을 잡은 듯 불쾌하기만 하니 필시 요망한 것이 둔갑하여 들어 있음이라. 늦은 밤이라 더이상 진행도 어렵고 무엇보다 무려 8개나 박혀 있는 요상한 내지마시를 (나사, 볼트) 다 풀어야 하니 짜장이노 잇빠이 데쓰네?
아침 식사를 하는 둥 마는둥 출근해서 그냥 지나치자니 그 비러먹을 승질모리가 또 발동한다. 하여 작심하고 두 넘을 눕히고 배때지를 따개선 내장을 꺼냈더니...
이거 머여. 웬 우퍼가 툭 튀어나오잖여? 요놈들 봐라 싶어 연결된 선을 다시 살펴보니 B사와 흡사하나 개별 동선이 훨씬 굵다. 게다가 수성 페인트 자국이 곳곳에. 결론은 얼마 되지 않은 전선이란 것이다. 불에 태워 보니 이건 분명 울산 지역에서 나오는 건데? (예전 플라스틱 재활용을 통해 익힌 기술이다.)
사냥개의 그것을 능가하는 내 코가 다시 발씬거리며 유닛으로 향하는데, 분명 미쿡은 아니여, 그렇다고 쫑궈어나 타이완은 당시로썬 그 정도 실력이 없었으니 왜넘들 것인가? 프랑스나 영쿡도 아녀. 갸들은 자석 덮개 모양새가 요따구가 아니거등.
다시 내장을 조이던 나사를 풀어 자세히 들여다 보니 먼 너므 윤기가 그리도 자르르 허냐? 게다가 조금만 힘을 줘도 힘없이 부스러지는 것이 필시 이 나사는 근자 들어 시중에 풀린 마데 인 차이나여.
피해자의 진술을 통한 정황 증거와 수집된 물적 증거를 통하여 프로파일링을 한 결과, 본 사건의 피의자들은 여기 저기 줏어 모은 부품들로 일단 스피커의 형상화까진 성공한, 그리고 어느 정도의 공간 안에서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조작이 가능한 유사품이며 이를 시도한 두목은 분명 전문적인 오디오쟁이가 아닌, 다른 골동품을 취급하며 얻은 얄팍한 지식에 그동안 익힌 후끼질로 눈속임에 능한 자임이 자명하다.
결국 차고 넘치는 증거에 따라 이 두넘을 일단 구속 후, 분해형에 처하도록 기소를 하고 유닛은 유닛대로, 통은 통대로, 전선은 다시 진깃줄로 원복해야 할 것이다.
참.. 답답한게 한번 속여 몇십 뜯을 순 있지만 그걸 안 손놈이 다시 거길 가겠는가? 아무리 배짱으로 하는 오디오 장사지만 이건 참 해도 너무 했단 생각만 드니... 씁쓸한 일욜이다.
그나저나 이 네이년의 아이콘은 왜 이리 후진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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