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즐거운 하루

췟~~

운산티앤씨 2019. 8. 28.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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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머는 프로그래머의 기능 중 하나입니다. 오디오 타이머가 아닙니다. 오디오 프로그래머가 정확한 용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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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텔레풍켄을 꺼냈습니다. 워낙 오랜 세월이 흐른 탓에 색깔도 누리끼리하게 변한데다 여기저기 상처까지. 일단 패이고 까진 부분에 빠데를 발라 각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보리 색상의 락카를 세통이나 준비했지요.

잘 아시다시피 락커 뿌릴 땐 골 때립니다. 아무도 없는 탁 트인 공간이나 별도의 작업장이 없는 한, 아무리 조심을 해도 코와 입으로 들어오는 락커의 냄새며 가루는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는죠. 게다가 신나는 필히 동반해야 하는지라, 한번 작업하면 며칠 골이 띵~~ 하죠. 하여 어젠 아예 소주 한병을 까고 시작했네요.

음악 들으며 왔다리 갔다리 하다보니 술이 모자라네. 결국 한병 더 했는데.. 흐미 완전히 술에 쩔어 도색을 망쳤습니다. 오늘 오후에 출근해서 보니 개판이 따로 없네요. 스피커도 엉망인데다 술에 취해 가게 안에서 락카를 뿌리는 바람에 여기저기 락카가 묻어 있고.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락카 도색이 잘못 되었을 경우, 신나로 지우면 좃됩니다. 신나 한 통으론 어림도 음꼬 (도포 면적에 따라 다르지만) 자칫 동네 민원이 질알입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샌더 (Sander)로 밀어 버리는 겁니다. 적당한 입도의 사포를 붙여 갈아내면 신나 없이도 재도색할 수 있죠.

여하튼 다 끝냈습니다. 로고와 후면 라벨은 어쩔 수 없이 신나로 다시 벗겨냈고 T자가 하나 없어져 알루미늄 테이프로 만들어 붙였습니다. ㅋ.... 이젠 나도 맥가이버 수준입니다.

락커는 완전히 마르기 까지 수일이 걸리죠. 겉은 건조한 것 같이 보여도 내부는 마르지 않은 상태. 그래서 잘못 놓으면 요상한 자국도 생기죠. 해서 스파이크를 달아줄까 생각 중입니다.

머 이렇게 하루 하루 삽니다.

형의 막내딸은 이번에 Y대 경영학과에, 여동생의 장남은 역시 Y대 의대에. 둘 녀석 모두 대치동에서 배출한 영재 (?)들이죠. 우리 아들은 강북구 Y대를 갔습니다. 수시로 넣다보니 4관왕이 되었지만 나의 강력한 주장에 수다쟁이 대학으로 갔어요. 그 대학 출신들은 왜 그리 말이 많아. 썅.

울 오마니, 못내 아쉬워 합니다. 깡촌에서 그 정도였다면, 그래서 다른 형제들처럼 지원해주었다면 S대 의대도 갔을 거라고. 이리 말했습니다.

'엄마. S대는 하늘이 점지해야 가는 거야. 아들 하나 보냈으면 된 거지. 뭔 손자까지 욕심 내쇼?'

'니도 좋은 대학 나왔는데 왜 그 모양으로 살아가노? 니가 잘 되었으면 자식들이 그리 안됐을끼라.'

늘 도돌이표 대화죠. 갈 때마다 반복이고. 이젠 어, 어 하다가 옵니다. 어쩌다가 부모가 자식의 앞날을 결정하는 시대가 되었는지. 울 오메, 그리 극성 맞아도 내 앞날에 준 영향 거의 없습니다. 내가 다 선택했고 오롯이 내가 이고 져야 할 결과들이죠. 두 녀석을 불러 이리 이야기했습니다.

'야. 니들 앞날은 니들이 결정해. 필요한 지원만 이야기하고 내린 결정에 대한 결과는 니들이 책임지라고. 그리고 딱 잘라 이야기하는데 결혼하면 이 집에서 나가. 그리고 나가면 알아서 살아. 니들때문에 부부생활에 지장 많다.'

'부부 생활이 뭔데?'

'그런 거 있어, 새꺄. 뭘 알라고 하냐. 빨리 나가라.'

아놔, 이 철딱서니 없는 마누라가 옆에서 지방 방송 틉니다.

'알라들 앞에 두고 먼 헛소리고? 너거 아부지 말만 그렇지, 속은 다르다꼬. 너그 알라들 생기면 다 델꼬 온나. 내가 키워줄께.'

'어. 그래 너그 엄마가 다 키아준다 아이가. 난 모른데이.'

라면 박스 하나 못 들어 툭하면 똥 싸는 날 부르면서 무슨 개 얼어죽을, 아니 이 여퍈네가 미쳤나. 그러고 보니 환갑때 졸혼 결사 반대한 이유가 있구마이.

'니 00 (손자) 전화해 보나?'

'아니. 소식 없으면 잘 지내는 거지, 머할라꼬 전화하노?'

'이노무 자슥 봐라. 자식이 우째 지내는지 안 궁금하나?'

'어. 난 하나또 안 궁금하요.'

무소식이 희소식 아뇨? 왜 자꾸 품에서 떠난 새끼, 어쨔 사는지 궁금해 한다요? 그기 모정이나 자식에 대한 사랑이 아닐터인데. 고마, 내 대에서 끝냈으면 합니다. 이런 전화는 하죠.

'아무 가시나나 집으로 불러 들이지 마라. 특히 술 처마시고 헤롱거리는 여자 조심해라.'

'그럴 일 없어.'

'너 이 새꺄, 유혹에 존나리 약해 보여. 어쩔 수 없이 하루 재워 줘도 따먹지 마라.'

'아. 아빠, 왜 그래? 저질스럽게.'

'요즘은 따먹는게 아니면 뭐냐?'

'고마 끊어!!'

'하여간 너, 이노무 시키, 아무 여자나 먹고 설사 줄줄 흘리며 나한테 오면 둘다 죽는 거야?'

'가시나, 니도 마찬가지야. 어디서 거지 깽깽이 같은 시키 만나 얻어 터지고 사네 못사네 하면 둘다 나한테 뼈 부러지는 소리가 뭔지 들려 주마.'

와? 내가 잘못했나? 인생은 원래 고통이고 혼자 사는 거야. 부모 탓 하지 마....

https://youtu.be/YhZuirepb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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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옛터는 도대체 워디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