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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는데 쓰는 물건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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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가 영 불편해 보이십니다.'
'역시 귀신이구만. 하하하..'
독재자가 총에 맞아 쓰러진 후 국가수반이 정식으로 머무는 곳 외의 은밀한 장소들이 다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보안 명목 하에 유지되던 몇몇은 살아 남았다. 이전의 수반들은 이곳에 출입할 일도 없었고 그 존재조차 몰랐지만 앞으로 남은 기간이 1년 채 남지 않은 이 양반은 쥐새끼 풀방구리 드나들듯 뻔질나게 오가니, 수발 드는 가신들이 알리바이 조작하느라 똥깨나 싸는 상황이었다. 더욱 개탄스러운 건 그가 무속인에게 조언과 위안을 얻는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선거철만 되면 오만 선무당과 가짜 선지자들이 설치고 또 그 앞에 세금을 거침없이 투척하는 후진국형 정치 문화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한편으론 코미디스러우면서도 측은한 광경이기도 했다. 수반의 앞에 앉은 자는 과거 몇번의 소뒷발치기로 쥐를 잡아 유명해졌고 이후 예약 없인 만날 수 없는 영험한 존재로 각인되었다.
틀리면 그만, 맞으면 신적인 존재로 둔갑할 수 있는 이 동네는 과학적인 근거나 설명이 없어도 윽박지르기 식 맞추기 몇번 제대로 하면, 그 앞에 선 자들은 떠받들기 정신이 없다. 하지만 조금만 눈썰미 있는 이라면 이게 얼마나 황당무계한 개수작인지 금방 알아 챌수 있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집안에 한을 가지고 죽은 자가 있어. 뉘미, 어느 집구석이고 그런 존재은 다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일이 잘 안플리는 거야. 지미, 일이 잘 풀리면 무당을 왜 찾아 오나?
예전에 주변 사람때문에 고생 좀 했겠는 걸? 떠그랄, 아니 그런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다.
이쯤에서 무당을 찾아온 자는 뜨끔해 진다. 그러나 만약 앞에 앉은 자의 안색이 바뀌지 않거나 생뚱 맞은 표정이면 금방 말을 바꾼다? 이런 식으로 몇번의 질문을 하며 간을 보는데 여기에 그간 했던 면담들을 통해 얻은 십원짜리 통찰력으로 상대의 과거를 넘겨 짚고 그중 결정적으로 하나를 딱 맞추면 그 다음 부턴 아무도 모를 일에 대해 떠벌리며 겁을 주며 돈을 챙기는 방식이지. 즉 개나 소나 다 할 수 있거등?
'요즘 일을 도대체 어떻게 하길래 그 자리에 그따위 인물이 천거될 수가 있나? 그리고 왜 내가 찍은 친구들에게서 허튼 소리가 나오냐 말이야. 죽고 싶어? 죽어, 죽어~~~'
수반의 예의 개발정 스퇄 역정에 비서실장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그게.. 도대체가 출처를 모를 정보들인데 너무도 정확해서 우리 쪽에선 어찌할 방법이..'
'국정원이야 아니면 보안사야. 아니면 칼잽이 내부에 변절자가 있는 거 아냐? 죽어 , 죽어, 죽으라고~~~'
'국정원은 과거 정권 하에서 완전히 무장해제 당해서 그런 정보를 얻을 능력은 없다고 판단됩니다. 현재로써 가장 유력한 추론은 보안사 내부 인물과 비주류 칼잡이 일부로 보고 있습니다. 보안사 쪽에 아직 민간 사찰을 은밀하게 진행하는 보직들이 있걸랑요.'
딸랑이 경호실장이었다. 여기서 칼잡이는 물론 검찰을 말함이다.
'거, 보안사 쪽 단속을 어찌 하길래 그 모양이야? 그런 민감한 정보를 취급하는 자는 몇도 되지 않을텐데 여즉 쥐새끼 하날 못잡는다는게 말이 되나? 그리고 본류 아닌 칼잽이들은 식칼이나 쥐어 주라고 했잖아?'
'물론 의심가는 자들을 밀착 감시는 하고 있지만 워낙 정보를 유통한 구멍이 많은 세상이라 아직 꼬리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한직이라도 칼잡이들에겐 기소권이란 무기가 있습니다. 그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인사에 불만이 있거나 야권인사들과 친밀하게 지냈던 애들 아냐? 아예 싹을 잘라 버려. 우리 쪽 아니면 전부 지방으로 좌천시켜 버리라구.'
'(그 정도 추측은 뒷집 강아지도 하겠다, 십자슥아.) 그 역시 쉽지 않습니다. 검찰은 상관없지만 군 인사도 주요 보직이면 야권에서도 눈에 불을 켜고 파고 드니까요.'
'하여간 일 좀 똑바로 하고, 관도사는 이 친구 관상 좀 봐줘. 어때?'
일명 관운장으로 불리는 무당은 사진 속의 인물을 한참을 들여다 보다가 나이를 묻고선 손가락을 짚는다? 아 시팔, 조까고 있네 싶다. ㅋㅋㅋ
'사냥용으론 쓸 수가 없는 인물이군요. 호상인데다 풍기는 기운이 반골입니다.
'반골? 역적이란 거야?
'하하하. (십새끼래, 줏어 들은 건 졸라 많아 가지고 설랑) 반골이 역적의 상이란 건 조선 시대나 통할 이야기지요. 요즘 이런 상을 두고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논리에 어긋나거나 명분이 없는 명령이라면 반항하는 스타일이라는 거죠.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위험한 인물임은 분명합니다. 아마 내부적으로 따르는 자들이 많을 겁니다.'
'관도사께서 제대로 보셨습니다. (저 시발롬이 원래 졸라 무시케요~~) 과거 몇번에 걸쳐 수장의 반감을 살 멘트도 공개적으로 한데다 항명 건으로 한차례 좌천도 되었지만 워낙 젊은 애들이 따르는 터라, 게다가 그쯤 물을 먹였으면 나갈 법도 한데 끝까지 나가지 않고 낚지처럼 버티고 있다가 이번에 급부상한 거죠.'
비서실장이었다.
'그럼 임자들이 좀 알아서 해봐.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녹음이나 메모하나?'
'아닙니다. 수반께서 하시는 말씀은 기억으로만.. (그러다간 나만 조때게? 다 녹음 중이다, 조빱아)'
'그러다가 뒈지는 수가 있어. 거듭 말하지만 공개적인 자리빼곤 내 말은 기록하지마. (내가 니들을 믿느니 돌하르방 조때가리를 믿겠다.)'
두 사람은 맞잡은 손 안에 땀이 고이는 걸 느꼈다. 한번 눈 밖에 나면 그걸로 두번 다시 쳐다보지 않는 성격.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책임져 주지 않는 그 냉혈과 몰인정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한데 부탁하면 좋겠어? 정부 쪽은 안돼. 은밀하게 진행하고 탈나면 몽땅 뒤집어 쓸 조직 없나?'
'손회장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워낙 정부 일은 개입하려 하지 않으려 하지만 지난 번 사건에 발을 들인 이상, 거절 못할 겁니다.'
'나도 염두엔 두었지만 그쪽하고 너무 가깝게 오가는 것도 위험해. 이렇게 하지. 후보자에게 찍힌 오까네 낑꼬가 00그룹이지? 그쪽에 겁을 좀 줘봐. 이 친구가 등용되면 어찌될지 대충 힌트를 주라고. 무슨 말인지 알겠지?'
총장 후보는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앉아 독한 위스키를 들이키며 깊은 고뇌에 빠졌다.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불뚝성질에 무대포에 가까운 업무 추진력으로 초임때부터 주변의 관심은 받았지만 한번의 고비를 겪고 보니 만사가 전부 딸따리 같은 지라, 허무하고 덧없었다. 출세 목적도 아닌, 단지 일이 좋아 곁눈길 한번 하지 않고 지나 온 날들 속엔 방기되다시피한 가족들이 있었고 안타까운 마음에 이젠 조용히 가족들과 남은 임기를 마치려는 참에 타인들의 요구와 추천으로 여기까지 오게 된 상황에 무쟈게 당황하고 있었다.
이미 후배들로 부터 들어온 첩보에 근거한 추측만으로도 지금의 권력 전체를 일거에 쓸어버릴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을 갖고 있는데 만약 총대를 맨다면? 일을 제대로 하자니 측근 정치를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고 그것은 주류가 바뀜을 뜻하는 것이 아닌가. 무려 반백년 이상을 이어온 물줄기를 바꾸자면 상상 이상의 저항이 있을 것이고,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수반이 지지해 줄리는 만무하겠고. 대강 국방부 시계 보는 양 지내면 보나마나 욕만 직사게 먹을 텐데. 참으로 좃을 빼기도 박기도 거시기한 상황 아닌가? 이를 두고 머라 카더라? 금상첨화? 그건 분명 아닌데... ㅋㅋ
어차피 인사 청문회니 예측 불가한 추가적인 검증과 임명 과정이 적어도 2개월 이상 남았다면 수반의 견제도 고작해야 10개월 남짓. 게다가 오뉴월 소부랄처럼 축축 늘어지는 레임덕은 필연적으로 올 것이다. 그러나 현재 여권에서 내세우는 후보에겐 보수라는 미명하에 집결한 보루꾸 지지층이 족히 20%는 될텐데, 만약 앞으로 남은 시간 중 이들에게 유리한 뭔가가 터진다면 전체 유권자의 35% 정도로도 재집권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난 결국 허수아비로 살다 나가야 한다는 뜻인데. 투표 좀 하라고 해도 쌩까고 해외로 삽질하러 나가는 개새들이 좀 많아야지.
시키는 대로 조용히 살며 가족이나 돌보는 안온함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역사의 흐름에 큰 획을 그어 국민들에게 충성을 다한 위인으로 남을 것인가. 이윽고 그는 결단을 내렸다.
'그 개좃빱 같은 대권 후보 자슥은 한방에 골로 보낼 결정타를 내가 갖고 있지? 어차피 초임 시절부터 둘 중에 하난 죽어야 하는 운명적인 만남이었고 그건 내가 피한다 해도 그 색휘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내가 쓰러지면 나를 따르던 젊은 애들이 몰살 당하고 그 와중에 내 가족의 안위도 담보할 수 없을 게다. 어차피 빼든 칼인데 갈데까지 가보자, 시발.'
그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전의를 불살랐다. 아미 수차례의 검증을 통해 사돈의 팔촌까지 털렸지만 먼지 하나 제대로 건진 게 없는 권력들, 그러나 그들에겐 뽑아도 끊이지 않을 추한 과거의 더러운 털뭉치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지 않는가. 누가 디지나 함 보자고. 눈깔 바지고 수박 터지고.
'어디냐? 주변이 시끄럽네?'
'아빠, 초등학교 동창 00이 알죠? 오늘 생일이라 홍대 앞 클럽에 놀러 왔어요.'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남자애들 조심해.'
'알았어요. 사랑해요~~'
늦은 나이에 얻은 딸애는 그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었다. 게다가 천성이 착하고 영민한데다 지 어미를 닮아 이쁘게 자라 이젠 어엿한 처녀가 되어 있었다. 이제 이 아이만 시집 보내고 내 할 일 다하면 그럭저럭 성공한 이생 아니냐. 그렇게 자위를 하며 전화를 끊었다. (딸따리 말고.)
클럽 안은 광란의 도가니였다. 술병을 손에 든 채 마치 오늘이 지구의 마지막이라도 되는 듯 괴성을 지르며 춤들을 추고 있었다.
'이름이 뭐에요?'
'왜요?'
'여자들끼리만 놀면 재미 없잖아요? 머리 수 맞으면 합석해요.'
미소년이었다. 게다가 현란한 사이키 조명빨을 잘 받아 주는 옷까지 차려 입은 훤출한 몸매라면, 어느 여잔들 호감을 느끼지 않을까. 이내 그들은 오래 전부터 알았던 사이처럼 어울려 춤을 추고 술을 마셨다. 자정에 가까워지자 디줴이는 더욱 흥을 돋궜고 젊은이들은 발악에 가까운 광기를 보이며 미쳐나갔다.
'어이? 여기 들어오시기엔 연세가 좀 많아 보이는데?'
'애 좀 찾으러 왔습니다. 잠깐이면 됩니다.'
'애를 왜 여기서 찾어? 애는 집에서 찾아야지.'
기도들이 키득거리며 막아섰다. 난 안주머니에 손을 슬며시 집어 넣으며 조용히 말했다.
'클럽 문 닫고 싶어? 아니면 너부터 죽여줄까?'
'경찰입니까? 연락 못 받았는데?'
난 신분증을 꺼내 그들 눈 앞에서 흔들어 댔다. 사실 그 신분증은 지난 번 경수에게서 훔쳐 낸 신분증을 정교하게 위조한 가짜였다. 검사라는 직책에 겁을 먹은 기도들은 구시렁대며 물러섰다.
'시끄럽게 할 생각 없다. 사람만 확인하면 되니까. 그리고 아가리 조심해. 나 봤다는 소리 들리면 그날로 니들을 무료 급식충으로 만들어 줄테니까.'
기도들이 그냥 기도들인가? 클럽 자체가 이미 갖가지 요상한 소문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다 그 정도라면 잡아 족치면 엮을 죄목이야 수십 건은 될터이니 겁을 집어 먹는건 당연하다.
난 사진을 까내 다시 얼굴을 확인하고 굵은 테의 안경을 쓰고 입장했다. 그리고 이층으로 올라가서 여자애를 찾기 시작했고 이내 여자애 무리와 비슷한 수의 남자애들이 앉은 좌석을 찾았다. 그리곤 일부러 술에 취한 척 비틀거리며 그들 옆에서 춤을 추었다. 한바탕 요란한 음악이 흘러가고 잠깐의 휴식 시간이 되자 좌석에 쌍쌍으로 수작을 부리기 시작했다. 여자애의 옆에 있던 녀석은 잠시 자리를 뜨는가 싶더니 바텐더에게 칵테일 두잔을 받아 왔다. 그런데 갑자기 보이지 않는 그늘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가? 다시 나오는 놈은 한손을 바지에 문지르고 있었다. 뭔가를 태운게 분명했다. 설마 가래는 아니겠지? ㅋㅋㅋ
다시 흥겨운 음악이 나오며 춤을 추는가 싶더니 여자애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난 이미 그들이 묵을 모텔을 알고 있었다. 문제는 호수인데 사고를 막자면 먼저 그곳에 도착해서 몇호인지 부터 알아야 했다. 분명히 놈 혼자서 움직일리는 없고 영상을 찍을, 혹은 신고를 할 조력자가 있을 것이다. 모텔 주차장에 도착해서 살펴보니 수상한 차가 눈에 띄었다. 얍삽하게 생긴 두 놈이 차 안에 앉아 뭔가를 만지작거리며 시시덕대는 양이 내가 추측했던 조력자들 임이 분명했다.
삼단봉은 접으면 25cm이 채 되지 않아서 주머니 어디에나 넣기 좋은 사이즈였다. 난 우측 바지 주머니에 봉을 집어넣고 취객인양 지나가다 차에 부딪혔다.
'누구야, 아 씨발. 왜 남의 차에 질알이야.'
한 녀석이 욕설을 내뱉으며 운전석에서 나오자 말자 난 봉을 꺼내 우측 모가지를 후려 갈겼다. 끄윽하는 소리와 함께 놈이 앞으로 고꾸라지자 남은 놈이 운전석 쪽으로 뭔가 싶어 대가리를 내밀었다. 난 머리채를 휘어 감아 있는 힘껏 밖으로 끌어냈다. 턱걸이로 만든 초강력 울트라 킹왕짱 완력에 놈은 꼼짝없이 끌려 나왔고 헤드롹을 걸어 기절할 때까지 놓아 주지 않았다.
기절한 놈들을 다시 차에 앉히고 난 그들이 만지던 기기를 확인했다. 객실내 연결된 몰카를 통해 찍히는 영상을 전송받는 장치였다. 그리고 기기 위에 포스트잇으로 호실이 적혀 있었다. 학실히 빠가사리 대굴빡임이 분명했다. 그걸 못 외워 적어 두다니? 난 장치를 발로 밟아 아작을 내곤 기절한 놈의 모자를 뻣에 쓰곤 차 안에서 기다렸다. 분명히 들어오며 클럽의 놈이 신호를 보낼 것이다.
향 하나 탈 정도의 시각이 흘렀을까? 시계를 보니 이미 놈과 여자애가 실랑이를 벌이며 모텔 입구로 들어섰다.
'집에 보내줘요. 여기 어디야?'
'잠시 쉬면 괜찮아 질거야. 아무 짓도 안해. 오빠 믿지?'
믿긴, 지나가는 개 좇털을 믿어라. 씨부랄놈의 새끼. 이미 자시를 넘어 축시로 접어드니 주변 사위가 고요했다. 놈이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는 동안 난 이미 파악해둔 호실이 있는 층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복도의 카메라를 확인하고 쓰고 있던 모자를 들어 카메라에 씌웠다.
난 백팩에서 스타킹을 꺼내 스폰지로 감싼 당구공을 집어 넣었다. 한방이면 골로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놈은 이미 거의 실신지경인 여자애를 질질 끌다시피 해선 객실 문을 열었고 난 바로 따라 들어갔다.
'누.누구세요?'
'누구긴? 뒈진 니 할애비다.'
흠뻑 젖은 물이 수건의 무게감을 더한 상태에서 스냅을 주고 날리면 꽤나 아픔을 주는 장난질을 기억하실 게다. 난 당구공이 든 스타킹을 그렇게 녀석의 명치 끝에 날렸고 여자를 부축하느라 움직임이 둔해진 놈은 그대로 푹 주저 앉았다. 머리가 숙여지는 걸 놓치지 않고 난 사커킥으로 마빡을 갈겼다.
기절한 놈이 나동그라지자 난 여자애의 가방을 뒤져 스마트폰을 찾았다. 다행히 롹을 걸어두지 않아 쉽게 후보자의 전번을 찾았고 난 망설임없이 전화를 걸었다.
'신애냐? 이 시간까지 집에 안가고 뭐하냐?'
'묻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하쇼.'
'너.. 너 누구냐?'
'홍대 앞 롱먼따주디엔 506호. 사람 보내세요. 경찰 말고, 조용히 처리합시다. 애는 무사합니다.'
'무슨 소리야? 너 누군데 내 딸 전화를 갖고 있냐?'
'씨발눔, 거 묻지 말라니까 말 드럽게 많네. 그냥 과객이요. (지나가는 과객 = X, 역전 앞, 하얀 백고무신, 숨겨진 비장의 히든 카드) 사고는 막았지만 이 일도 알려지면 그대에게 좋지 않습니다.'
'이눔아, 너 몇살인데 욕지거리냐?'
'허, 그 양반, 이 와중에 나이 따먹기 하쇼? 아예 어느 고등핵교냐고 물어 보시지?'
이쯤되면 아무리 돌대가리라도 그림이 그려질 게다. 난 여자애를 반듯이 눕혀두고선 기절한 놈을 부축해서 객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곤 카메라에 걸려 있던 모자를 다시 눌러 쓰고 카운터로 나왔다.
'아, 씹새끼. 어지간히 처마시라니까. 힘들어 죽겠네.'
카운터에 앉아 있던 점소이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 시간이면 흔한 풍경이니까. 난 세놈을 트렁트와 뒷좌석이 밀어넣고 한강 고수 부지로 내달렸다. 그리고 속으로 궁시렁거렸다.
'아따, 아깝네. 차려놓은 밥상을 마다하다니. 이 나이에 언제 그런 영계 맛을 보냐고오. 쩝...'
참.. 나란 인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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