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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플러그 체결법, 잊지 마셈. 그나저나 창작의 고통이라더니 이거 보통 일이 아니네. 우째 사태가 자꾸 커져만 가네? 나중에 뒷감당이 두렵네~~~
'수감 번호 00000 김인식, 변호사 면회.'
'?? 나 변호사 선임한 적 없는데요?'
지나 간 무용담을 감방 동기들에게 늘어 놓으며 시시덕거리던 김인식에게 박변이 면회를 간 건 기결로 넘어 간 직후였다.
'나 항소는 안 할 건데? 길어봐야 1년인데 푹 쉬다 나가지 머. 히힛.'
'우선 앉으시죠. 그리고 여기 서류 좀 같이 검토합시다.'
박변이 내면 서류를 읽으면서 김인식의 얼굴은 점차 굳어져 갔다. 그 안엔 누구도 몰랐던 김인식의 과거 저질렀던 범죄의 행각들이 낱낱이 적혀 있었다. 강간, 강도, 폭행에 사기까지. 워낙 동네에서 유명했던 양아치이다 보니 피해를 본 이들이 하나둘이 아니었지만 그의 흉폭함에 입을 다물고 있었을 뿐, 그 정도 범죄를 병합해서 판결을내리자면 족히 25년 이상은 세상 구경하기 글렀다고 봐야지.
'원.. 원하는게 뭐요?'
'K 아시죠? 유치장에서 다투셨던..'
'그 새끼는 말이야, 내 이빨을..'
'됐고. 일단 그것부터 취하하시고 진술 다시 하시기 바랍니다.'
'어떻게?'
'먼저 시비를 거신 건 사실이잖습니까? 게다가 K 역시 상해를 입었고 하니 쌍방 폭행으로 하자는 겁니다.'
'그럼 이건 없던 일로 됩니까?'
단호한 박변의 태도와 앞에 놓인 서류들이 가진 폭발력때문일까? 김인식은 잔뜩 주눅든 목소리로 조용히 되물었다. 그러나 약점을 보이면 상대는 더욱 잔인해진다. 특히 법에 정통하고 이용할 줄 아는 이라면 말이다. 다들 사형이 가장 무서운 형벌이라고들 하는데 극악한 범죄자들에겐 사형은 외려 축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어차피 더 살아봐야 앞날에 대한 희망도 없고 더더구나 죄의식도 없이 가까스로 막차에 올라타서 막장 인생으로 허우적거리는 놈들이라면 속엔 어느 정도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 게다가 예전처럼 고통스러운 죽음이 아닌, 약물로 편하게 이승과 하직함을 다 아는 마당에 뭐가 두려우랴. 그러나 정작 이들에게 두려운 건, 더이상 저항의 에너지가, 타인에 대한 공격성을 물리적으로 나타낼 수 없는 나이까지 갇혀 지내는 것일 게다.
악랄하지만 영악한 김인식의 머리 속엔 환갑을 넘어 세상 밖으로 나온 자신이 그려졌다. 그땐 이미 저신을 두려워 하는 이도 없을 것이고 다하여 악감정을 가진 이들로 부터 보복을 받을 지도 모른다.
'그게 그리 간단하지가 않아요. 이걸 보시죠.'
박변은 또다른 서류를 그 앞에 내밀었다. 그리고 김의 안색은 흙빛으로 변했다. 그 안엔 김이 유일하게 애정을 갖는 대상, 즉 젊은 시절 사고를 치고 낳은 딸에 대한 계획이 담겨 있었다. 나도 멀리서 숨어 지켜만 보고 있는데 이걸 도대체 어떻게 알아낸 거지? 김의 머리 속은 복잡해졌다. 고소만 취하하면 되는데 이걸 보여주는 이유는? 협박이라면 말로 해도 될텐데 이건 내 딸을 건사하겠다는 뜻인데 이게 협박이라면 도대체 나에게 뭘 원하는 건가?
'어차피 자랑스럽게 딸 앞에 나서지도 않는 처지 아뇨. 그리고 양육비도 처에게 줘도 받지도 않는 모양이던데. 우린 당신 처와 딸을 간접적으로, 모르게 지원할 거야. 그 수입이라면 딸은 그대와의 연 없이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을테고 또 좋은 배우자도 만날 수 있겠지만 죽을 때까지 당신과 당신의 헌신은 모르겠지. 아니 모르는 편이 낫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좋은 일할 기회를 주는 거지. 어때?'
어느새 박변은 하대를 하고 김은 극존칭을 하는 관계로 바뀌고 있었다.
'그럼 저보고 어쩌라는 겁니까?'
'어쩌라기 보단 잘 생각해 보란 거지. 이런 혜택엔 댓가가 크게 따르는 법이지. 그 댓가가 뭔지 감빵에서 잘 고민해 보라구. 난 이만 가네.'
실로 치밀했다. 둘 사이에 오가는 대화만 녹음하는 교도소 내부 사정상, 변호인이 수감자에게 보여주는 서류라고만 생각하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즉 교도관은 단지 뒤에서 둘 사이에 오고가는 대화만 들었을 뿐 어떤 단서나 기미도 눈치채지 못했다.
다들 잠든 밤, 김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속으로 되뇌였다.
'그렇군. 내 목숨 값이군. 나만 없어지면 그날 일도 지들 멋대로 각색해서 다 덮을테지만 대신 내 딸은 살릴 수 있다는 뜻이겠지? 내가 응하지 않으면 분명히 과거는 폭로될게 뻔하고 난 아무 대책없이 그 아이가 당하는 고통을 상상하며 지내야 하겠지. 도대체 그 새끼가 뭐길래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김은 후회했다. 사내답게, 그리고 그간 호언해온 대로 시원하게 악수나 하고 치료비 정도만 받고 끝낼 일을 합의금 더 받을 궁리로 확대시켜 이런 가혹한 댓가를 강요받다니. 어찌해야 하나. 한참 고개를 숙이다가 결심한듯 종이와 펜을 꺼내 끄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종이를 곱게 접어 베개 위에 올려두고선 화장실로 들어갔다.
사실 좁디 좁은 화장실 안에선 자살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는 수건을 잘게 뜯어내 긴 띠로 만들었고 그것을 쇠창살에 아주 가깝게 걸었다. 그리고선 주저 앉았다. 90킬로에 가까운 체중이 내려 앉으면서 면소재의 천은 올무처럼 그의 경동맥을 죄었고 결국 수분이 자니지 않아 김은 혀를 길게 내민고 보라빛 얼굴을 한 채 숨을 거두었다.
다음날 교도소엔 비상이 걸렸다. 수감자의 자살은 예삿일이 아니다. 관련자 모두 징계는 물론 검경의 조사를 받아야 하니까. 그러나 김이 남긴 짤막한 유서는 사태를 일거에 잠재울 만큼 무거웠다. 구구절절히 써내려간 그의 굴곡진 인생에 대한 참회, 그리고 희망 없는 앞날. 더 무엇이 필요한가? 물론 검경이 박변의 방문을 주시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눙청스럽게 과거 법무법인 시절 남다른 인연으로 다른 죄인 변호차 왔다 만났다는 박변의 주장에 대해 달리 반박할 증거도 확보하지 못했으니 유야무야 넘어갈 밖에.
술에 반쯤 취한 채 무서운 속도로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는데 울리는 벨소리. 난희였다.
'뭐야? 왜 전화질이야?'
'그제부터 행방불명이잖나요?'
'지금 전화 받잖아? 넌 행방불명이란 단어를 이런 때 쓰냐? 등신같이?'
'말하는 꼬라지하곤? 걱정해서 전화를 해줘도 질알이야?'
'아니 이게 간이 처부었나? 어따 대고.'
'배운 대로! 당신 말하는 버릇부터 고치면 나도 곱게 말하지. 메롱~~ 그건 그렇고 김과장 이야기 못들었죠?'
'아, 빨리 이야기해. 어느 김과장?'
'치매 왔어요? 당신이랑 싸우다 상해로 발령난 김과장.'
'이게 자꾸 당신, 당신하면서 맞먹으려 드네? 내 마누라냐? 그러다가 디진다?'
'허이구, 재주도 좋으셔. 요즘 전화로 사람 죽이기도 하나봐. 호호호.'
이상하네. 난희 말론 낮에 잠깐 근처 마사지 센터에 간다고 하고선 종내 무소식이란다. 만 하루가 지나 가족들도 걱정하기 시작했고 이틀 째 되던 날, 공안과 영사관에 신고가 들어갔지만 회사 앞에서 끊긴 흔적은 종내 발견되지 않았다.
우리야 곳곳에 감시 카메라와 블랙 박스가 흔해 실종자의 흔적 찾기는 단순 노동에 가까운 비디오 관람이지만 중국은 사정이 다르다. 있다고 해도 먹통이거나 해상도가 흐려 잘 알아 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얼마나 사람이 많은가. 설사 회사 앞 카메라엔 잡혀도 이내 인파 속에 묻히면 누가 누군지도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건 공안의 협조이다. 공산 국가라 북한처럼 주민간 감시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으며 특히 외국인의 경우 감시의 정도가 심해 실종될 수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실종이라는 건 이미 공권력이 개입된 문제라는 뜻이거나 누군가 줄을 대서 틀어막고 있다는 뜻이다.
왜? 상해로 보내 입을 틀어 막았다면 충분할텐데 추가로 왜?
아마 갑작스러운 발령에 한편으론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반발했을 게다. 본인 입장에선 분명히 나와의 일때문이라고 생각했을텐데 나에 대해선 일어반구 말이나 조치도 없이 덮고 자신만 쫓겨나는 꼬라지로 비춰졌을테니까. 분명히 그 개새끼 성격으론 추가 요구사항이 내밀었을 것이다. 이미 이쪽에서 급해 그런 호조건을 내밀었다면 튕길 경우 더 나올 건덕지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회사 입장에선 그저 주는 떡 받고 감지덕지해야 하는데 그 추가 요구에 이거 봐라, 그리고 그냥 두면 나중에 화근이 되겠다고 생각했겠지.
'김슨생님, 욕심이 너무 과한거 아이가?'
걸쭉한 이북 사투리를 쓰는 흑룡강 출신 조직 폭력배 두목이었다. 김과장은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빌기 시작했다.
'내 입 다물고 조용히 살테니 살려주시요.'
'김슨상, 이거이 김슨상으로 끝나는 걸 다행으로 알라우. 우린 월래 뒤끝을 남기디 않디. 그나마 마누라하고 자식이라도 살아 돌아가는 걸 고마워 해야디. 아이 그렇소?'
두목은 그 말과 동시에 눈짓을 했고 포박당해 꿇어앉은 김의 뒤통수 무지막지한 장작패기용 도끼가 날라 들었다. 퍽하는 소리와 함게 그의 두개골을 무참하게 박살이 났고 끄윽하는 단말마와 비명과 함께 앞으로 고꾸라졌다.
'형님, 이거이 어케 처리합네까?'
'아놔, 거 아새끼래 무식하게도 죽이네. 모가지 틀어 버리면 될거이 뭐이 도끼질이네? 염산으로 처리하고 드럼통에 담궈 뒀다가 폐기장에 버리라우.'
동네 어귀에 도착하니 이미 모친이 나와 계셨다. 내 등짝을 두들기며 눈물까지 글썽이는데, 왜 이리 오버하셔? 이눔아, 너 회사 옮기고 집에 오는거 처음이야. 너그 아부지도 월메나 걱정했는지 아냐. 부모님은 날 앉혀둔 채 취조를 했지만 난 어떤 대답도 진실되게 할 수가 없었다. 그룹의 부동산 관리하는 회사다, 대우는 이전과 같다, 지루해 죽겠다 등등.
'이눔아. 니 경수 알제? 니 부랄 친구 말이다. 그나마 인간같잖은 동무들 가운데 그넘이 제일 잘됐제. 부산 동부지검 검사라 안켔나. 니 콩밥 무러 들어갔을 때 그너마한테 내가 전화 했다 아이가?'
'내가 무슨 콩밥을 먹어요? 유치장이지. 그리고 왜 그 새끼한테 전화하고 그래?'
'야 이놈아, 우리가 빽이 있나, 돈이 있나. 믿을데라곤 그너마 밖에 없었데이. 그래도 이거저거 알아봐 줘서 적이 안심은 했자만.'
아뿔사 싶었다. 설마 이놈에게 연락할 줄이야. 경수라면 과거의 나에 대해 익히 잘 알던 놈이고 나에게 소영웅주의를 조심하라고 충고하던 놈이 아닌가. 집요를 따지자면 나도 울고 갈 정도인데다 워낙 영리해서 하나를 들으면 열을 꿰뚫는데 하필.
'니 오면 연락하라 카더라. 여기 글마 전화번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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