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길 위에서 묻다

군대 문화부터 바꿔야 사람 사는 세상이 됩니다.

운산티앤씨 2019. 6. 3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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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적인 외모가 아쉽습니다. 아무래도 수요가 문제겠지요?

잊어버리기 전에 얼릉 적어야 합니다.

며칠 전 5.18 광주 사태와 관련해서 북한군 출신이 직접 증언한 기사가 나왔습니다. 본 글은 광주 사태에 대한 언급은 아니니 양해 바랍니다.

우리가 알던 북한 군대, 무자비한 훈련과 굶주림으로 포악해진 모습이었습니다만 이날 기사에 나온 내용은 한마디로 기가 딱 막힐 정도로 정반대였지요. 요약하면..

'난 한국군 시스템을 이해할 수가 없다. 북한에선 개인별 체력에 맞춰 훈련을 한다. 만약 대상자가 힘에 겨워할 때는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주거나 아예 열외를 시킨다. 그리고 상하간 폭력이 없다.'

대강 이 정도로 기억합니다. 대체 무슨 개소린가 싶어 또 읽어 보았습니다. 툭하면 나오던 기사, 굶주림과 구타에 못이겨 그 위험한 군사 분계선을 넘어 왔다는 증언과는 너무도 다르지 않는가.

굳이 이런 검증되지 않은 상반된 증언을 인용하지 않아도 난 여진히,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 나라 군대 문화를 이해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내가 했으니 너도 할 수 있어. 그러니 다시 한번 도전해봐라는 정도가 아닙니다. 나도 했는데 새끼야, 이걸 못해라는 생각이 너무도 위험하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면엔 두들겨 패고 굴리면 다 하더란 황당한 경험치와 인간은 공포로 다스려야 한다는 고대 국가의 주종 혹은 군신의 사고가 떡하니 버티고 있습니다. 사실 일부 인간 중에는 극한의 상황에서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이건 전혀 맞지가 않는 예제입니다. 10킬로 구보를 하겠다고 다 같이 군장 메고 나섰습니다. 어떤 애는 1킬로도 못가고 주저 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경험상 반쯤 죽여 놓거나 단체로 기합을 주면 기어서라도 가더라.

즉 단체를 위해선 너 하나 쯤은 희생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입니다. 30킬로 가까운 짐을 지고 10킬로를 쉼없이 뛰는 건 너무도 힘이 듭니다만 그걸 회피하다가 두들겨 맞는다, 동료들로 부터 조림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는 그 이상입니다. 그래서 게거품을 물지언정 억지로 하나 보던데 다들 그 과정을 거치면서 훗날 닥칠 위기와 역경을 극복하고 한 가정을 이끌어갈 가장으로써의 기본을 갖추고 또 그토록 힘들게 지내봐야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부모의 품이 얼마나 따사로운지를 알게 되고 고마움을 느끼면서 똥물에도 파도가 있다는 미풍양속을 존중하는, 이 사회의 건실한 일꾼으로 거듭 날 수 있다. 그러니 남자라면 군대를 가야 제대로 된 사내가 된다 논리죠.

맞습니까? ㅎㅎ

나도 겪은 과정이지만 날이 갈수록, 생각하면 할 수록 개빡치게 만드는 개 좃 터는 소리들입니다. 훈련소 들어가자 말자 귓가를 어지럽히는 욕설들과 이유없는 구타, 특히 귀싸대기 왕복은 그 당사자가 지금 내 앞에 있다면 찢어 죽이고 싶을 정도의 분노를 일으키는 기억이고 결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추억입니다. 내가 왜 출근 시간에 늦었다고, 집합에 늦었다고 장교에게 쪼인트 까이고 다시 애들을 그렇게 글려야 했는지도 마찬가지.

이렇게 만연된 폭력이 대물림됩니다. 애들에 대한 훈육과정의 구타는 정당화되고 그것은 가정에서도 마찬가지고 동네 어디에나 통하는 초법적인 윤리로 자리잡습니다. 그리고 그 논리는, 어이 없게도 단순한 애인관계에까지 영향을 줍니다. 가장이 될 지 모르는 남자의 말을 안들어? 니가 뭔데 대꾸를 해? 내가 시키면 해야지. 그렇게 여자를 패고 죽입니다.

다시 이 논리는 직장으로 옮아갑니다. 도저히 만들 수 없는 보고서, 오늘 밤을 세서라도 다 만들어. 아프리카에 가서 오리털 파카를 팔 능력은 돼야지. 까라면 까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난 부랄로 밤송이도 깐 몸이야 등등. 위에서 시키면 그 명령이 논리적인지 아니면 상궤에 벗어나는지도 생각하지 않고 실행합니다. 나중엔 시켜서 했다. 그리곤 독박을 씁니다만 누구 하나 보상해 주는 이 없는, 권한만 있고 책임은 지지 않는 시스템.

주먹으로 때려야 폭력이 아닙니다. 말 폭력이 더 무섭습니다. 나도 말폭력이 심한 편입니다만 그건 내가 위협을 당했을 때로만 한정하고 있습니다. 가족이나 지인들에겐 그런 말폭력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왜 이런 글을 쓰느냐? 지난 번 언급했던 우형의 걱정, 군대를 늦게 보냈더니 철이 들지 않아 애를 먹이는 그의 자식들의 전철을 혹 내 아들이 따라갈까봐 대학 1학년을 마치고 군대 보내라는 조언때문입니다. 난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이미 독자적인 사고를 할 나이의 사람에게 군대가 무슨 도움이 되며, 다들 바라는 철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탑재함에 구타와 욕설이 왜 필요한지. 고등교육을 받았던 저 양반조차 같은 생각으로 동화시키는 이 사회가 갑자기 무서워졌거든요.

결론적으로 국민개병제는 이젠 없어져야 할 구시대의 유물입니다. 요즘 세상에 60만 대군이 철책선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으니 안심하고 주무시란 인사는 욕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혹은 그렇게 해서라도 어떤 집단의 목적성 시스템을 유지하고 싶다면 누구라도 가고 싶게 만드는 일이 우선이 아닐까요?

군대는 가고 싶은 사람만 가는 세상이 와야 이 사회의 폭력성이 잠잠해 질 것 같아 나불대 봅니다.

https://youtu.be/jv2WJMVPQi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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