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자작 연재

본격 하드보일드액션스릴스펙타클피범벅섹시대하소설 - 사냥개 5/Training Program

운산티앤씨 2019. 6. 2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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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팩트하면서도 고전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독일 텔레풍켄의 소형 북쉘프 스피커. 사실 저 디자인은 시대를 불문하고 인기가 좋은데 왜 요즘은 도입하지 않나 모르겠다.

네이버에선 과도한 성적 표현이나 폭력을 표현할 경우, 제재를 가합니다. 따라서 해당하는 대목은 블라인드 처리를 하니 알아서 상상으로 때우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가려우면 긁어라는 옛말이 있죠?

몇번이나 배설했는지 모르겠다. 머리는 빠개지는듯 저려왔고 속에서 급기야 신물까지 넘어 온다.

'일어나셨어요? 회사 가셔야죠?'

배시시 웃는 입 속에 하얗게 빛나는 치아가 싱그러웠다. 그리곤 다시 욕망이 꿈틀거렸지만 환하게 비쳐오는 햇빛이 자꾸 쥐꼬리만하게 남은 내 양심을 건드린다.

'이름도 모르는군. 아냐, 알 필요 없지. 다시 만날 일 없을테니.'

'너무 단정하지 마세요. 앞날 모르는 거잖아요? 제가 좋으시면 언제든지 오셔서 마담 언니에게 말씀하세요.'

'뭐라고?'

'난 여기선 이름 없어요. 말씀하시면 알아서 호출해줄 거에요.'

여자는 조용히 말하며 부지런히 손을 움직여 새 속옷과 양말을 정리하고선 나갔다. 8시. 바로 근처니 시간도 걸리지 않을테고. 그렇다고 마냥 여기 있기도 그렇고. 에라 모르겠다 싶어 회사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어서 와. 어제 재미 좀 봤어? 그동안 어케 참았어? 어휴, 짐승같은 넘일세?'

강부장을 비롯해 다들 키득거리며 말을 건내는데 마치 오랫동안 함께한 동료들 같다. 평범한 얼굴들, 악기 하나 없이 선하게만 보이는 인상들이었다. 그러나 사무실 내에 설치된 장비들은 여느 사무실의 집기들과는 달리 아주 고급스러웠고 무엇보다도 아무나 접근할 수 없는 형태로 되어 있었다. 게다가 사무실 문과 바닥, 천장등엔 최고급 방음. 방진재로 마감을 해서 사무실에서 굿을 한다해도 밖으로 소리가 새나갈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자, 이제 시작해볼까?'

박변이었다. 난 그를 따라 회의실로 들어갔다. 중앙엔 대형 스크린이, 좌우엔 고급 스피커와 앰프가, 그리고 천정엔 대형 프로젝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박변은 앉자말자 스마트폰과 두툼한 봉투, 그리고 자동차 키를 내 앞으로 내밀었다.

'회사 일은 앞으로 그 폰으로만 통화할 것. 개인 카드는 쓸 수 있지만 업무상으론 쓰지 말 것. 그리고 업무상 필요한 자금은 봉투 안에 있으니 쓰고 더 필요하면 회계에게 이야기 하도록. 차량 유지는 지정된 센터에서만 하고 주유도 현금으로만. 왜 이러는지 정돈 이미 이해했지?'

'네.'

'교육은 사람이 진행하지 않네. 설마 자네에게 팩스나 복사하는 방법을 알려 주겠어? 여기 편히 앉아 틀어주는 영상이나 감상하라고. 식사는 같이 해도 되고 조용한 걸 좋아하면 시켜 드시게나. 그럼 교육 끝~~'

'네?'

'내가 하는 교육은 끝이라고. 봉투 안에 있는 프로그램 순서대로 편하게 보기만 하면 된다고.'

조금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별 수 있는가? 시키는 대로 할 밖에. 난 영상을 플레이하자 말자 졸리기 시작했다. 대한뉘우스 식으로 지난 간 역사를 사우나 목소리를 가진 남자 성우 혹은 간드러진 여자 성우가 읊어주는데 이미 대강 다아는 내용들이었다. 가끔 흥미있는 내용들은 기존에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이나 사건에 대한 변방 학자들의 궤변에 가까운 주장들이었는데. 나름 흥미진진했고 그 논리들 역시 궤변스러웠지만 이상하게도 당시 알려지지 않은 상황과 팩트를 대입해보면 그럴듯한 정당성이 부여되었다.

특히 시선을 끌었던 시건은 오래 전 수십명의 주민들을 도살하다시피 했던 한 경찰의 이야기였다. 분명 비난받아 마땅한 내용이었지만 영상의 스토리 보드는 끔찍한 결과보다는 왜라는 질문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가 자란 환경과 시대적 배경, 그리고 검찰 조사엔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부당한 대우등등.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국 심리학자의 프로파일링과 그 해석 자막들을 보며 있자니 점점 빨려 들어갔다.

반나절 정도 보았을까?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그러나 회의실 문을 여는 순간, 난 혼자임을 알았다. 대체 다들 어디로 간 거지? 난 근처 식당에서 밥을 시켰고 먹으면서 계속 영상을 보았다. 그런데 보는 내내 찝찝하면서도 불쾌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알 수 없는 욕구불만 같은 것들이 생기면서 화가 나기도 하고, 때론 격하게 동감하기도 하고. 특히나 여과없이 보여지는 잔혹한 영상들에선 더욱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문득 예전 본 영화 중에 스파이를 교육시키는 영상 속에 메세지를 숨겨둔다는 장면이 떠올랐다. 난 영상을 멈추고 최저 속도로 플레이를 했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하나의 설명이 끝나면서 시청하는 자가 동감을 느끼는 대목마다 숨겨진 장면이 있었다. 난 그걸 다시 확대했다. 놀랍게도 그것은 강간범을 총으로 쏴죽이는 장면이나 극악한 범죄라를 돌로 쳐 죽이거나 등의 다시 보기 끔찍스러운 스너프성 스틸들이었지만, 한편으론 의당 그리해야 한다고 동감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러니까 귀로 논리적 정당성을 들려 주며 숨은 메세지로 눈과 뇌를 자극해서 특정한 행위의 정당성을 반복 입력한다고나 할까. 결국 이는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말고 주저없이 행하라는 주문은 아닐지. 하지만 나로썬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은가? 이미 이전의 길에서 난 나락으로 떨어졌고 그 아래의 바닥도 보이지 않는, 괴물의 아가리보다 더 짙은 어두움은 남은 내 인생이 어떻게 될지를 알려주는 단초였으니 설혹 이 길을 걷는다 해도 더 나빠질 것도 없어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든든한 자금과 소속이라는게 있지 않는가? 만약 얼마 못가 콩밥을 먹거나 바닥으로 주저 앉는다면 여기 있는 자들이 그리 생기발랄할 리가 없지.

6시쯤이 되자 문이 열리면서 이쁘장한 여자애가 머리를 들이민다.

'저기 부팀장님, 저 퇴근해야 돼요. 별일 없으시면 퇴근하셔도 된다는 부장님 말씀 전해 드려요. 아참, 그리고 부장님께서 가능하면 살고 계시는 곳도 옮기시라고 하던데요? 그리고 차는 사무실 앞에 주차되어 있어요'

'내가 돈이 어디 있어요? 그리고 누구세요?'

'아, 전 여기 서무 맡고 있는 김효빈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돈은, 봉투 안 열어 보셨어요? 그 돈이면 충분할텐데요?'

여자는 이내 사리지고 난 봉투를 열어 보았다. 프로그램을 꺼낼 때 자세히 보진 않았고 난 그냥 교육용 자료와 약간의 활동비가 들어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안엔 신사임당과 수표 뭉치가 빼곡히 들어 있었다. 도대체 이들은 누구길래?

대충 정리하고 나가려는 순간, 문이 열리며 오전에 보았던 영업팀 중 한명이 쑥 들어오며 인사를 건낸다.

'들어가세요? 내일 뵈요.'

'네.네'

어정쩡하게 인사를 하며 스쳐 가는데 난 순간 내 코를 자극하는 비릿한 내음을 놓치지 않았다. 그건 아주 오래 전 기억 속에 잠들어 있던 주검의 냄새였다. 난 그의 뒷모습부터 빠르게 흝어다. 언뜻 보기엔 아무 이상이 없었지만, 뒷주머니를 덮은 양복 자락 사이로 신문지에 싼 길쭉한 물체가 보였고 그 종이엔 뭔가가 흘러내린 흔적이 보였다. 그리고 움켜쥔 주먹에 감긴 수건 역시 마찬가지.

'이건 좀 말이 다르잖아? 계획만 잡고 넘긴다더니 그게 아닌 것 같은데.'

계속해서 불길한 생각들이 머리 속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 새끼들, 혹시 사람 죽이게 하고선 발목 잡는 식인가? 그리고 지들 꼴리는대로 조정하는 건가?'

주차장엔 출고된지 10년은 됨직한 거대한 SUV가 기다리고 있었다. 외관상 중고 티는 확연히 낫지만 실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게다가 당시 최상위 휘발유 차량이라 밟으면 밟는대로 나간다던 차였다.

운전석에 오르자 마치 원래 내가 몰았던 양 운전석이 감겨왔고 난 거침없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열흘 넘게 비워두었던 고시원에 도착해서 곧바로 총무에게 퇴거 통보를 했다. 딴엔 고급이라고하지만 보증금도 없이 월세만 내던 방에, 세간살이랄 게 뭐가 있나? 길을 나섰지만 대체 어디에 거처를 정하며 또 그간 소식도 전하지 못했던 부모님께는 어쩌나 등등의 걱정이 다시 머리 속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내요.'

'아이고 이노마야. 해외 출장갔으면 전화라도 한통 넣지 여태까지 뭐하고 있다가. 지금 들어왔나? 니 회사 옮깄다메? 거는 뭐하는데고? 이전보다 낫나?'

호기심 짱인 모친은 속사포로 질문을 쏟아내셨지만 난 딱히 답이 생각아지 않았다. 알아서 한다더니 이 정도까지 일줄이야. 감사하면서도 가슴 서늘한 느낌이었다.

'야야, 니 무순 일 있는 거 아이가?'

'무슨 일?'

'갑자기 생각이 드는데, 와 이유도 명확하지 않게, 그라고 갑작시레 회사를 옮기노? 그것도 니가 말해주는기 아이라 처음 듣는 목소리고 직위던데? 박머시기라는 사람은 변호사라 카던데 누꼬? 그라고 무슨 일이 그리 급하길래 내한테 전화 한통화도 없이 나갔다 열흘이 다 되어서야 연락을 하노 말이다. 니 혹시 이상한 일이나 나쁜 일에 연루되는 거 아이가?'

'쓸데 없는 소리 마소. 그냥 갑자기 나가다 보니 폰도 잊어 버렸고, 그래서 새로 모실 상사한테 부탁했구마이.'

'아인데? 분명히 싸한 느낌이 드는데. 야야, 행여 이상한 일에 꼬인다 싶으면 언제든지 회사 그만 둬래이. 사람 믿는 거 아이다. 특히나 회사 같은 곳은 니를 이용만 해묵고 언제든지 버릴 수 있다 아이가.'

참으로 귀신도 기절초풍할 노릇이지. 어쩌면 넘겨 짚어 폭격해도 짝퉁 크루즈 마시일급이실까나. 모친은 어려서 부터 내 속을 들여다 보고 계셨다. 물론 은밀한 내 행위들까진 아실 수는 없었어도 항상 뒤돌아설 때마다 강력한 경고를 날려 제동을 거시곤 했는데 이번에도 그런가 보다.

터벅터벅 걷다 보니 꽤 멀리까지 왔다. 이미 땅거미가 진 산 속 공원을 걸어 올라갔다. 말이 공원이지 해만 지면 돈 없는 불륜족이 구석진 곳에 차를 세워두고 씩씩거리거나 동네 양아치들의 시다바리급 정도 되는 어린 것들이 옹기종기 모여 본드나 불어제끼는, 조금은 위험한 우범지대였다.

민둥산에 심었던 초목들은 이제 괴목과 거목이 되어 한점 빛조차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짙어져 내 앞을 어둡게 했고 발끝만 보고 걷노라니 갑자기 설움이 왈칵 올라오며 지난 실수들이 후회의 파도를 이루며 밀려왔다. 이제 앞으로 어찌 해야 하나. 나 혼자라면 이라 살다 죽으면 그만이지만 부모님과 형제들은 어쩌나, 그리고 어떤 위험에 노출될까.

'아저씨. 담배 있어?'

나지막하고도 위협적인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아뿔싸, 덩치 큰 수컷 대여섯마리가 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바람결에 뭍어 오는 독한 술냄새와 추잡스럽게 뱉어대는 그들의 가래는 오늘 조용히 넘어가지 못함을 암시하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귀 먹었어? 담배 있냐고?'

'깜빡 잊고 안가져 왔네요. 하하.'

어색한 웃음과 비굴로 모면하고자 했지만 오밤 중에 이런 모다구리 (집단 폭행의 은어)로 훈장 좀 달아 보려는 불량배들에겐 통할 리가 만무하다.

'그래? 그럼 지갑 내놓던지 아니면 담배 한갑 분량으로 20대만 맞고 가라.'

숲인데도 엠병할 몽둥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데다 벤치가 있는 개활지여서 주변 사물을 이용할 수도 없었다. 더 빌어봤자지. 이런 경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대가리부터 치는 것일 게다. 그리고 가능하면 완전히 주저 앉힐 정도의 강력한 선방이 특효약이고. 바로 코앞에서 두목인 듯한 덩치라 이죽거리며 웃고 있는 순간 난 그 자리에서 튀어 오르며 박치기부터 날렸다.

수박 깨지는 소리와 함께 놈이 입에서 피를 쏟으며 뒤로 비척거리며 물러설 때 회심의 훅을 놈의 턱에 명중시켰다. 돼지 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며 덩치는 뒤로 나동그라졌고 난 이미 봐둔 퇴로를 가로막고 있는 두번 째 놈을 향해 돌격했다. 이런 경우 돼도 않게 다리 들거나 한대 더 치겠다고 해봐야 득될게 없다. 무조건 빠져나가는 게 최우선이니까.

황소같은 기세로 들이닥치니 놈은 멈칫했고 나는 기회를 놓지지 않고 걸음아 날 살려라,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다. 하지만 아무리 술을 마셨어도 어린 놈들의 달리기를 이겨낼 재간은 없었고 난 언덕배기를 내려서면서 시나브로 잡힐 것으로 예상했다. 하필 폰도 없다니, 환장할 노릇이 아닌가.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놈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따라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난 거친 숨을 몰아 쉬며 숙소로 돌아와 곧바로 뻗어버렸다. 밤새 티브이를 켜둔 모양이었다. 잠결에 알아 들을 수 없는 아나운서의 목소리와 함께 시그널 뮤직이 흘러나오면서 간밤의 사건. 사고를 전했다.

'다음 소식입니다. 서울 00구 공원 안에서 어제 저녁 조직 폭력배간의 세력 다툼으로 보이는 집단 패싸움이 벌어져 현재 수명이 중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 중이나 이중 두명은 위독한 상태입니다. 경찰에 따르면 숫자 불상의 상대 조직으로 부터 공격을 받았다는 피해자들의 진술에 따라 공원 산책로 주변의 CCTV를 확인하면서 용의자를 추적 중이라고 합니다.'

(계속)

https://youtu.be/PFudjOs5h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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