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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매장을 여실 분이 내 글에 관심을 갖고 질의를 하셨다. 그간 경험에 비춰보면 음악이 필요한 줄은 다 아시는데 너무도 극단으로 달린다. 도대체 30평 카페에 수천만원짜리 오디오를 왜 넣나. 하지만 역으로 그 정도 카페에 다 합해서 30만 원 짜리 시스템 넣고 좋은 효과를 바람도 연목구어일 지니.
가성비는 존재 하지 않으나 적절한 투자가 선행되면, 그리고 제대로 된 운용만 가미된다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내 지론이다.
긁어라, 보일지니. ㅎㅎㅎ
어차피 회사가 변두리다 보니 서울 경계 바로 너머 경기도 한적한 곳에, 주차하기 쉬운 곳으로 찾아 돌아다니다 보니 운좋게 약간의 보증금과 조금 센 월세를 택하니 독채까지 가능했다. 게다가 다른 집과는 거리도 있고 해서 내가 지내기엔 안성맞춤이려니. 부장에게 보고하니 월세는 회사에서 내주니 걱정 말고 잡으라 한다.
옷가지와 노트북 등을 챙기니 회사에서 준 차 한대로도 충분했다. 갑자기 서글퍼졌다. 내가 이리도 없이 살았나? 대강 정리하고선 휑한 마루에라도 누우려 하는데 집앞에 차가 서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초인종을 누른다.
'누구쇼?'
'가구 배달 왔습니다.'
'시컨 적 없는데요?'
'ㅇㅇ주식회사 맞죠? 거기서 보냈어요.'
옷장, 침대, 쇼파까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택배로 이부자리도 배달되고, 어지간히 배치를 끝내니 신접살림 같았다. 그럼 동네 시찰이나 나가볼까. 트레이닝 차림으로 휘적휘적 걸어가는데 멀리서 한 여자가 다가 오다 날 보고소릴 지른다.
'K대리님!'
여자는 금방이라도 울듯한 표정으로 내 양팔을 잡았다. 이런, 김양 아닌가? 하필 이 여자가 여기 살다니. 난감했다. 회사에서 이 여자 사는 곳까지 파악해서 미리 알려줄 리도 만무했고 우연치곤 아주 고약한 우연이 아닌가.
'어.. 잘 지냈어?'
'그날 경찰서 가신 이후 소식이 완전히 끊기더니 갑자기 다른 계열사로 가셨다고. 인사도 없이 낯선 이들이 사물만 챙겨 가길래..'
조잘대는 여자의 입술만 묵묵히 바라보는 수 밖에. 대체 어디에 계셨느냐, 지금 회사는 어디냐 등등 답하기 곤란한 질문만 해댄다. 이왕 한 동네 살게 되었으니 얼마나 좋냐는 여자의 속없는 소리에 난 피식 웃음으로 답했고 여잔 날 이끌고 근처 작은 카페로 들어 갔다. 카페에 들어서자 말자 과장이 얼마나 박살이 났는지 부터 신이 나서 설명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런 이야기를 전해 준다.
'이상한 건요. 그 과장이 퇴원하자 말자 중국 상해 지사로 발령이 난 거에요. 적어도 징계 하나 정도 먹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해외 발령이라니. 빽이 엄청 좋은 가봐요. 하여간 대리님도 비록 회사는 옮기긴 했지만 별다른 징계도 없고. 뭐 별일 없이 마무리 되었으니 다 잘된 거죠? 그쵸?'
저녁 나절 동네 어귀 빼딱하게 선 고목에 모인 참새 새끼마냥 쉼없이 조절대는 여자의 수다에 갑자기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미 앞엔 소주병과 맥주병이 몇병이나 나동그라져 있고. 그때 부장의 전화가 울렸다.
'김양이 한동네 살고 있더군요.'
'그래? 아놔, 이 새끼들. 미리 좀 파악하라니깐 말 드럽게 안듣네. 그래, 같이 있나?'
'네. 바로 보내겠습니다.'
'아냐. 본사 소식도 들어야 하니 적당히 거리 두고 갖고 놀아.'
'난 별로 생각없는데요?'
'누가 결혼하래? 여자 다룰 줄 모르나? 애만 만들지 말어.'
자리에 돌아오니 가시내는 혼자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눈치다. 시계를 보니 어차피 9시를 넘긴데다 내일 출근도 있고 해서 그만 자리를 파하자고 하니 금새 새초롬해진다.
'뭐에요? 나 혼자 실컷 떠들고, 자기 이야긴 한 마디도 않고.'
'원래 나 말 없잖아. 그리고 내 왜 니 자기냐? 이제 지난 이야기는 그만하자고. 집에 어서 들어가.'
'싫어요. 한잔 더해요. 아냐, 노래방이나 갈래요?'
'내가 시방 노래가 나오겠냐? 그리고 너 이 동네 산다면서 늦은 밤에 남자하고 돌아다니면 뻘소리 나와. 빨랑 집으로.'
뜻밖에도 똥고집을 부린다. 기어이 날 끌어 잡고선 근처 지하 노래방으로 갔다. 지하의 카운터엔 시골 다방 레지같이 생긴 중년 여자가 졸다가 화들짝 깨선 반긴다.
'조용한 방 주세요.'
이미 5-6개는 됨직한 룸의 반이나 찼고 각 방마다 모내기하다 온듯한 새마을 모자의 촌로들과 싸구려 화장으로 덕지덕지 칠갑을 해서 가는 세월 잡느라 개수작 부리는 싸구려 작부들이 뒤엉켜 난리 부르스다. 게다가 생돼지 멱따는 소릴 질러대는데, 귀가 아플 지경이다. 가시내는 방에 들어서자 말자 부산하게 정리를 하더니 냅따 한곡 부르기 시작했다. 난 속으로 욕을 했다.
'썅뇬아. 낄 자리 봐가며 쳐 놀았으면 그 사단도 없었을 게다.'
이쁘장한 얼굴에 적당히 물오른 몸매, 게다가 두주불사를 마다하는 주량이라 남자들 모임이 빠지지 않는 생활 태도가 문제인 걸 알려나. 남잔 말이지. 술 한잔 하자고 할 때 거부를 하지 않으면 바로 지눔한테 호감이 있다는 신호로 받아 들이는데, 그간 사고가 없었는게 더 이상했었다. 한곡 부르라는 성화에 못이겨 일어나서 심드렁하게 곡을 하니 뒤에서 박수를 치고 난리다. 평소답지 않다면서. 그런데 이년이 갑자기 뒤에서 날 껴안는다. 물컹하고 가슴팍이 밀착되는가 싶더니 눈물까지 그렁거리며 내 앞으로 와선 또 나불댄다.
'정말 무서웠고 또보고 싶었어요.'
소녀 가장, 아니 처녀 가장노릇을 한다고 들었으니 그 일때문에 모가지 날라갈까봐 오죽 쫄았을까. 갑자기 그 눈물에 마음이 약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작은 몸뚱이를 내 가슴 속으로 넣고선 등을 토닥거렸다. 그러더니 이번엔 그 작은 입술을 내 입술에 갖다 댄다. 머리가 느끼기도 전부터 이미 아랫동네에서 텐트치고 난리가 난데다 아예 날 잡아잡수셔 하는데 도저히 못참겠더라고.
격정적인 키스가 오가며 난 여자를 노래방 쇼파에 뉘였다. 치마를 걷어 올리자 눈부시게 하얀 팬티가 드러났다. 가시내는 눈을 감고 가뿐 숨을 내쉬고 있었다. 바깥이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시끄러운 메들리로 전환해서 노래를 부르려니 할테고 이미 주문 다 했는데 여편네가 올리는 만무하다.
팬티마져 걷어내자 여자의 그곳이 보였고 나도 바지를 반쯤 내리고 여자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다시금 키스가 이어졌고 난 여자의 브레지어도 벗겨냈다. 엷은 불라우스 단추를 몇개 풀고선 난 그 가슴에 얼굴을 물고 미친듯이 가시내를 탐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사건이 있던 날이 떠으르며 난 참을 수 없는 욕망 뒤에서 이글거리는 분노가 갑자기 튀어오름을 느꼈다. 마치 상처입은 맹수처럼 난 그녀의 몸속으로 진입해선 무자비하게 유린했다. 그럴 때마다 가시내는 숨 넘어가는 소리를 내려다가 참았고 그럴 수록 난 더 미쳐 날뛰었다. 이번엔 탁자 위에 여자를 엎어놓고 공격하자 여잔 머리까지 치켜들며 신음 소릴 냈다. 난 여자의 머리채와 가슴을 동시에 부여잡고 쉼없이 괴롭혔다.
'미안해. 이럴려고 한 건 아닌데.'
'괜찮아요. 나도 좋아서 그런건데. 너무 부담 갖고 그러지 마요. 이런 일로 결혼하자고 하진 않을테니까.'
의외로 쿨하게 나오지만 글쎄다, 경험상 처음엔 다들 그러지만 조금만 더 지나면 마누라 행세를 하려 들더라고. 그래서 내가 여자를 멀리하는 게지. 어디까지나 속으로 하는 말이지만.
집으로 돌아오자 말자 2차에 걸친 똥술때문에 욕지기가 밀려왔다. 기어이 난 변기통을 부여잡고 오늘 먹은 음식이 뭔지 내눈 으로 확인해야 했다. 그리곤 뻗어서 정신없이 잠이 들었다.
기묘한 꿈을 꾸었다. 유일하게 날 버린 여자, 제대후 대학 졸업 전까지 동거에 가까운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소식도 없아 사라졌던 여자가 나타난 게다. 그리고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슬픈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고. 반가운 마음에 다가서려 해도 도저히 가까워지지가 않았다.
스마트폰 알람에 잠이 깨니 6시. 3-40분 정도면 도달할 거리의 회사라 8시까지 누워 있어도 상관없다. 게다가 아직 업무를 받지도 않았으니. 물 한잔 들이키고선 다시 침대에 누워 폰으로 뉴스를 보는데 이상한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안양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폭력배 하나가 목을 매 자살을 했다? 거기까진 그러려니 했지만 어떤 사건에 연루되었고 어쩌고를 읽으니 갑자기 잠이 확 달아났다. 이놈은? 그날 경찰서 유치장에서 문신을 내밀려 자랑스레 떠들어대던 그 양아치가 아닌가? 분명히 잘 해결했다고 했는데 이놈이 왜 자살을 했지? 그깟 양아치 하나 자살했다고 대서특필될 사건도 아니고 한참 어지러운 정국이니 내용은 딱 거기까지 만이었다.
지난 번 공원에서의 사건도 그렇고 이건 또? 착하게만 보이던 회사 사람들 얼굴이 하나씩 스쳐가며 불길한 예감이 점 점 더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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