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하나 보고 시작 ^^;;
독일산 제품이 다 좋은데 유일한 단점이라면 외부 입력단이 미국이나 일본처럼 풍부하지 않으면 연결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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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아주 고약하게 풀려 나갔다. 이미 폭행으로 잡혀온 마당에 다시 유치장을 피범벅으로 만들었으니 내 아무리 용 빼는 재주가 있어도 (사실 돈도, 빽도 없지만) 빠져나가긴 글렀다. 앞이빨이 네개나 나간 과장은 여전히 입원 중이고 어제 두들겨 팬 양아치는 실명 위기라나.
'아이고, 선생님. 험하게 생기지도 않은 분이 어쩌자고 이런 사고를 치세요? 피해자 두 분이 그냥 넘어가지 않겠답니다. 민형사가 같이 엮여 아주 골 아프네요. 돈은 좀 저축해 두셨어요?'
이죽거리는 형사의 입을 보면서 난 속으로 되뇌었다. '내가 돈이 어디 있나?'
아직 아무 것도 모르고 계신 부모님께 손 내밀면 성격상 자식을 이대로 방치할 리야 없겠지만 이미 퇴직해서 쥐꼬리만한 퇴직금을 굴려 겨우 최하층민 생활을 면하고 계시는데. 그렇다고 법대로 하라면 보나마나 몇년 콩밥 먹을테고. 대충 계산이 나오지 않는가. 어차피 회사에서 잘리는 건 시간 문제고 가진 돈은 없다면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 씹새끼들이 뭘 요구하던가요? 아니 뭘 요구하던 난 돈도 없고 합의금 줄 생각 1도 없으니 좇 꼴리는대로 하라고 하슈.'
'허.. 그 양반, 성질하곤. 일단 조서나 잘 꾸며 봅시다. 정상 참작이라는 것도 있으니.'
그때였다. 낯이 익은 중년남 하나가 쑥 들어오더니 형사에게 명함을 주고선 잠시 밖에서 이야기를 하자고 하네? 저 새끼를 어디서 봤더라? 오, 화징의 개망나니 아들 곁에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는 변호사가 아닌가? 저게 왜 왔지?
'K대리, 우리 잠깐 이야기나 좀 할까요? 형사님, 어디 조용한 곳은 없을까요?'
형사는 회의실로 안내했고 우린 마주보고 앉았다.
'사태의 엄중함은 이미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됐고, 온 이유나 말씀하세요.'
순간 변호사의 입에 희미한 미소가 스쳐가는데 내가 오버한 건 모르겠지만 약간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성격 대단하시네. 그동안 어떻게 참았을까? 내가 아무래도 그쪽보단 연배가 많이 높으니 편하게 이야기하지. 다들앞길이 구만리로 창창하다는데, 사안이니만큼 회사내 수습은 이미 물건너 갔음을 잘 알테고. 어제 유치장 건도 돈 아니면 해결이 어렵고. 어디 도움 청할 곳은 있나.'
'모르겠소. 국선 변호사 선임해서 형량이나 줄여야지. 뭡니까? 이제와서 회사에서 댁을 내 변호사로 쓰라는 겁니까? 씨발, 그런 개좇같은 새끼가 질알하는데도 수수방관하다가?'
말을 하면 할 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과장도, 김양도, 그리고 알면서도 묵인했던 동료나 상사들 전부 쳐죽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자자, 화는 가라앉히고. 본인 일도 아닌데 정의감에 나섰다가 그리 된 것이고, 어제 일도 먼저 시비를 걸었으니 그쪽이 전적으로 잘못한 것도 아니고. 해서 말인데 내가 썩 괜찮은 제안을 하나 하러 왔는데, 어때? 들어볼텐가?'
순간 난 귀를 의심했다. 제안이라니? 노랭이 집구석에서 내가 무슨 필요가 있다고?
'뜸 들이지 말고 말씀해 보십시오.'
요약하면 이미 회사에선 직권으로 해고된데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재판과 수감이 가디리고 있을 것이다. 합의금 문제도 만만찮다. 그런데 전후 사정을 캐본 영감이 긴히 자네를 쓸데가 있다 하셔서 나를 보낸 것이다. 일종의 사적인 고용인데 일의 성격은 회사나 회장 주변에 생기는 골치 아픈 일들을 조용히 처리하는 것이다. 혼자 하는 건 아니고 팀이 있으니 처음엔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 대신 은밀한 내용이 많으니 일단 내가 응하면 발을 뺄 순 없으며 정상적인 직함 걸고 사회생활하는 건 불가능하다. 귀하가 승낙하기만 하면 지금 바로 나와 같이 나갈 수 있다.
'그럼 과장하고 그 양아치는요?'
'그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우리가 알아서 처리할테니.'
'아니 아무리 끗빨이 좋아도 그렇지, 현행범으로 잡혀 경찰서 유치장에 와서 진술서 꾸미는데 뺀다니 말이 됩니까?'
'변호사인 나보다 더 잘 아나? 자넨, 우선 그 질문하는 버릇부터 고쳐야겠군. 이제부터 우리가 말하는 건 의심하지 말기 바라네. 그리고 질문하라고 할 때만 질문하고. 어때? 해 보겠나? 그림자 인생이지만 재벌 부럽지 않은 돈과 평안이 있을 거네.'
이 정도라면 생각하고 자시고 할게 있나. 그러마 하자 바로 나가더니 1시간 쯤 지나서 돌아왔다.
'그만 가세. 맡겨둔 물건은 없나?'
경찰서 현관을 나서자 검정색 벤츠 한대가 스스륵 오더니 멈춘다. 그리고 내려가는 윈도우 안에 보이는 남자 하나. 나보다 어려 보였는데 선글라스를 낀, 강인하게 생긴 사각 얼굴에 딱 벌어진 어깨와 굳은 살 잔뜩 박힌 주먹이 눈에 들어왔다. 난 그 손에 박힌 굳은 살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양아치들이나 하는 담배빵도 없이 정권 부분에만 박힌 그것은 그가 이미 평범한 일반인이 아님을 반증하고 있었다.
차는 복잡한 시내를 관통하더니 서울 변두리 뒷골목에 위치한 빌딩 앞서 멈췄다. 그리고 우린 허름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갔다.
대략 10여 명 정도되는 사내들이 각자의 책상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여느 사무실처럼 전화를 받거나 서류를 꾸미는 모습은 보이질 않아 조금 이상했다. 그러나 그들 머리 위엔 부서 명판이 달려 있었는데 업무 기획팀, 영업팀, 지원팀 이렇게 세개 부서로 나누어져 있었다.
'앞으로 박변이라고 부르시게나. 이쪽은 자네의 팀장이 될 강부장이야. 우선 자리 배정받고 내일쯤 업무 오리엔테이션을 할 걸세. 그리고 난 지원팀장이니 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하시게나.'
'반갑구먼. 이야기는 많이 들었네. 우선 이쪽으로 앉아. 담배 피우나? 여긴 금연 구역 같은 건 없어.'
성부장 역시 만만찮은 인상과 덩치였으나 외모와는 달리 말하는 투는 수더분한 옆집 아저씨 같았다.
'많이 궁금하지? 걱정거리는 이미 다 처리했거나 처리 중이네. 자네 이력에 이상한 게 남을 일도 없고. 그러니 오늘은 편하게 사무실 돌아가는 모양이나 구경하고 책상 정리나 하세. 자네 사물은 이미 다 가져다 놨네. 그리고 이따 퇴근할 때 나랑 소주나 한잔하지? 사실 그 자리가 오리엔테이션 자리인 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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