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들어진 기기입니다.
인간백정 고모씨의 범죄 행위를 두고 사상 최악이라고 하던데.. 그러나 튀어나오는 이론은 정말 같잖기 짝이 없습니다. 내가 웃는 이유는 이런 엽기적인 범죄만 일어나면 소시오패스니 사이코패스니, 또 뭐가 있더라. 맞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진다 따위의 너무도 뻔한 잡소리때문입니다.
뭔 얼어죽을 유행가도 아니고 개나 소나, 하여 보고 있자니 존나리 웃깁니다. 더하여 온 가족이 자살하는 경우, 특히 아이들을 동반했다면 그 비난의 정도는 상상을 초월하죠. 몇번 인용했지만 살인 사건의 상당수가 안면이 있거나 인족간이랍니다. 정말 안면몰수형 살인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하다고 될 정도죠.
잘 알아서 그랬을까요? 아니면 만만해서 그럴까요? 또는 요즘 유행어처럼 그들의 핏 속엔 잭 더 리퍼와 같은 엽기시런 잔혹성이 애당초 흐르고 있었거나 물려 받아서 일까요?
내가 보기엔 아니옵니다.
한편 우린 개개인이 느끼는 분노와 그 결과에 대해 너무 단정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길을 가다 노상 강도를 당한 경우, 어떤 이는 생떼같은 내 돈이 뜯겼다는 점에서 분노를 느끼지만 어떤 이는 돈은 둘째치고 또 당하면 어쩌나 하는 공포를 느낍니다. 또 누군가는 양아치 같은 새끼한테 굴욕을 당했다는 생각에 밤잠을 못 이룰 수도 있죠. 만약 그 사람이 자신을 해꼬지한 이와 다시 조우했고 그 결과가 살인으로 나타난다면? 그것도 아주 잔혹한 방식으로. 그러나 누구도 왜, Why라고 물어 보지 않고 대뜸 소시오패스다, 사이코패스다, 간혹 불우했던 가정환경 탓이다. 하나같이 예단이고 선입견이고 우리 실정과 그닥 맞지 않는 서양식 범죄 인식구조입니다.
내가 가장 심각하게 보는 건 공포로 인한 분노입니다. 공포의 기저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상존하고 있습니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 누군가에게 시달림을 받지만 그것이 내 존재의 멸실과 관계없는 생채기 정도로만 끝난다고 여기면? 대강 넘어가든지 아니면 즉각적인 반격입니다. 하지만 장시간 공포에 사로 잡혀 살았던 이들은 다릅니다. 언젠가 내가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고착되게 됩니다.
살기 위해선 사람이든 동물이든 무슨 짓이라도 하게 되어 있습니다.
다시 피붙이간 살상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가해자의 폭력적인 행위가 어느 날 갑자기 생겼을까요? 장기간, 그리고 반복적인, 언어적/물리적 폭력에의 노출에 따른 결과가 아닐까요? 그러다가 임계점에 도달하면 폭발을 하게 되고 그 행위는 생존 본능에 따르게 됩니다. 여기서 고모씨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된 남편이 폭력적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어쩌면 이 살인마의 기원은 다른 곳에 있을 지도 모른다는 뜻이죠.
전통적인 사회 시스템의 붕괴.
우리 민족은 농경민족이라고들 합니다. 딱히 농경민족이 될 이유는 없었고 사냥으로 부양할 여건이 되지 않으니, 반면에 농사 지을 여건은 되니, 그리하여 다수를 먹여 살리는 방식으론 농경이 딱이란 결론에 도달하니 그런건데 뭔... 여하튼 이런 환경하에선 대체적으로 수성지향적 씨족 중심 사회가 전형적입니다.
기마민족이 공격적인 건, 그 수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원을 일으킨 몽골과 청의 바탕인 만주족이 그 수가 많습디까? 동방의 예만 들어서 그런데 그렇다면 반달족은? 절대적인 숫자의 부족은 수렵만으로도 생계유지가 가능했고 점차 그 수가 늘어나니 곁에서 초식동물처럼 농사나 짓는 이들을 약탈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호전적인 이유는 살아 있는 생명체를 먹이로 삼아야 생존할 수 있다는 동물적 야생성과 그런 먹이를 잡기 위해 확보된 기동성때문이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기마 민족의 호전성은 더이상 용납되지 않는 세상이 되었고 그러한 외부의 침략에 대해 단결할 필요성이 현저히 떨어진 농경 사회의 사회구조 또한 변화에 맞춰 발전해야 했었습니다. 이미 서구 사회는 이런 변화를 감지하고 다양한 포용정책을 펴왔는 바, 대표적인 사례가 동성애, 미혼남녀의 동거, 그리고 사생아에 대한 사회적인 보호 시스템이라고 판단됩니다.
하지만 우린 아직도 그런 변화를 받아 들이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시바스 리갈 존나리 빨다가 총 맞아 뒈진 닭핧기 마사오 시대부터 생긴 뉴타운 운동은 그 시발점이죠. 표면적으론 궁핍한 농경 사회를 현대화하자는 좋은 취지지만 그 이면엔 공업화에 필요한 인력의 원할한 수급이라는 꼼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즉 처음부터 전통적인 가족관을 붕괴시킬 수 밖에 없는 베이스를 깔았으면서도 통제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대가족 중심의 미풍양속을 사회적인 합의점인양 강요했다는 거죠.
이율배반적인 구조의 지속
요즘 티브이 연속극만 봐도 그렇습니다. 아침엔 모여 살며 겪는 갖가지 추한 모습을 극한 대립국면으로 이끌지만 저녁엔 화기애애하기 그지 없는 삼대의 따사로운 삶이 교과서인양 열변을 토합니다.
하지만 이미 모여살 필요가 없는 사람들에겐 가치관의 혼란만 가중할 뿐이었습니다. 마누라는, 며느리는 가족 뒷바라지하느라 흘러버린 세월이 안타깝고 여즉지 잔소리 해대는,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시보모와 시댁 식구가 마땅찮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도 전혀 변함이 없는 남편에게서 다시 절망을 느끼죠.
남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나도 평생을 개처럼 일했는데 누구도 알아 주지 않는다는 고뇌가 온 몸을 휘감으면서 집안 단속 하나 제대로 못하는 여자가 못마땅하지요. 게다가 언제까지고 보듬어 품어야 하는 자식도 부담이고 100세 시대를 맞이하야 아직도 정정한 부모도 부담입니다.
자식은 또 자식대로 할 말이 많습니다. 깠으면 책임을 저야 할게 아니냐. 왜 난 남들처럼 잘해 주지 못하느냐. 왜 죽어라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하느냐. 당신은 그렇게 훌륭하냐 등등. 끝없는 갈등의 연속인, 구태의연한 사회구조임에도 미풍양속이라는 미명 하에 모두를 끌어 넣고 알아서 해결하라고 합니다.
여기까지가 어제 적은 글입니다. 약간의 수정은 가했지만.
고모씨에 대한 새로운 내용이 나오더군요. 그럴 수 없이 착한데 유독 남편에게만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더라는 주변의 증언. 언론부터 당황해 합니다. 어? 사이코패스가 아냐? 소시오 패스도 아냐? 뭐지? 이제사 왜 그랬을까 입니다. 댓글에 모여 욕을 직사게 해대던 베스트 댓글러들도 마찬가지로 황당해 하죠. 죽여라, 사형시켜라. 찢어 죽일 년 어쩌고. 아니 그렇게 착한데 왜 남편에게 그리도 악행을 했담? 달리 할 말이 없으니 이젠 주변의 증언을 감싸 안을 수 밖에 없는 가족의 변명이라고 평가절하하는군요.
세상만사 중, 사람의 행위가 개입되지 않은 건 과학의 법칙으로 설명되고 나머지는 당사자들의 동기로 충분한 설명이 됩니다. 난 수사기법은 잘 모르지만 예전 똥빵위 시절 탈영병들을 잡아들인 일들을 반추해보면 항상 왜라는 질문부터 던졌었습니다. 그래서 내무반부터 가서 하나씩 원인을 찾습니다. 구타인가? 성적인 약탈인가? 또 아니면 금전적인 문제인가? 내무반에서 벌어진 갈등이 원인이라면 당연히 그를 보호해줄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가면 됩니다. 하지만 내무반 내의 문제가 아니라면 일이 복잡해 집니다. 가족과 친구를 만나 면담하며 근래 들어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를 찾아 내죠.
이 사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들 왜라는 질문보단 행위의 결과에만 집중해서 난리를 부렸습니다. 그리곤 로마 원형 경기장에 모여든 시민들처럼 피를 보기를, 정의가 실현되기를 소리쳤습니다. 툭하면 사형입니다. 사형시키면? 그때야 잠시 기분 좋겠지만 이후엔?
사형은 능사도 아니요, 해결책이 될 수가 없습니다. 고통없이 숨을 거둘 수 있는 현대적인 사형은 어쩌면 더한 흉악범죄를 불러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해보셨는지요? 내가 생각하는 가장 잔인한 형벌은 오랫동안 사회와 격리시킨 후 더이상 육체적으로 남을 압도하지 못할 때 꺼내주는 방법입니다. 쇼생크 탈출의 도입부에 잘 묘사되어 있으니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댓글들을 보면 이건 정말 할 말이 없게 합니다. 내 세금으로 저 흉악범이 편하게 먹고 산다? 가보고나 그런 소리들을 하는지. 아무래도 슬기로운 깜빵 생활때문이 아닐까.
미국과 같은 경우 사형도 채택하지만 가석방없는 무기수로 두면서 평생에 걸쳐 관찰을 하며 데이타를 수집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면담은 심리학자나 프로파일러들이 담당하고. 그러니 아무리 겐또라도 근처에 가는 추론을 내놓을 수가 있는 것이며 또한 그런 면담의 결과를 가지고 범죄 예방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즉 가정적인 문제나 성적인 학대를 받아 자칫 장래 흉악범으로 성장할 소지가 있는 아이들을 환경으로 바꾸는 시도등은 우리도 잘 알지만 하지 않는 방법이지 않습니까?
왜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터진 입이라고 다들 자식은 재산이 아니네, 자식의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부모가 어찌 그럴 수가 있냐고 잘도 토를 달아 대지만 만약 그런 애들을 두고 어른들만 간다면? 우리 사회가 어떤 식으로 보듬어 주고 있는지나 알고나 씨부리는지요? 그러니까 아이들이 어떤 곤경에 처할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으니 데리고 간다는 생각은 아니 해 보셨나요?
미풍양속에 대한 정의를 바꾸고, 삼강오륜을 쓰레기통에 집어 넣고 열녀문에 불을 질러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대체할 수 있는 사상과 사고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선 우리 매일 이런 참혹한 일들을 볼 것이며 매번 혀를 끌끌거리는 것외엔 아무 해결책도 제시할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여전히 정신적으로 서양보다 동양이 앞선다고 생각하십니까? 가끔 동양의 철학이나 종교에 심취하는 양코들. 그럴만한 돈과 여유가 있으니 부리는 사치라는 걸,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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