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Rolling Stones

황혼 이혼, 그리고 리더쉽

운산티앤씨 2019. 6. 6.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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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란 게 말이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를 가지는 사물은 아니거든. 그니까 사람에게 빈티지란 용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마눌님의 픽업 전까지 시간이 남아서...

요즘 황혼 이혼이 유행하다 못해 졸혼이란 단어까지 유행하고 있다. 맨날 이밥만 먹다가 보리밥 먹어 보자는 알팍한 꼼수라는 이전의 내 말은 개소리였고. 달리 말하자면 남남으로 돌아설 수 밖에 없는 파국의 대안이려니.

현싯점, 누구도 황혼 이혼에 대해선 선뜻 그 이유를 말하지 못한다. 남자 잘못도 있고 여자 잘못도 있고, 언제나 황희 정승이지. 욕 덜먹는 쪽을 택하고 싶거든. 혹은 단정으로 인한 비난을 감당 못하거나.

개인적으론 난 그것의 원인을 리더쉽의 붕괴 혹은 부재가 아닌가 한다. 유달리 남녀의 구별이 극심한 이 땅에서 남자는 바깥을, 여잔 집안을 단속하도록 배워 그리 알고 자란 우리들. 그러나 그 결과가 항상 혹은 적어도 30% 만이라도 성공적이었을까.

여기서 나와 내자와의 그저께 대담을 읊어보면...

'힘들어 죽겠어.'

'뭐가 힘들어?'

'결혼하고 수십년인데 남은 게 뭐야?'

'뜬금없이? 이게 어때서?'

'우리에겐 이젠 다 자란 애들 밖에 없어. 집이라고 변변히 있나, 매일 불안한 사업. 미치겠다.'

뻔한 스토리 보드에 이어질 파상 공격을 피해 나오지도 않는 똥을 싸러 튀었지만, 갑자기 뒷골이 서늘하다. 그래, 내가 가장인데. 그렇다면 내가 여태까지 이 가족을 이끌어 나아진 점은 뭐지? 그미 말대로 오히려 악화만 되고 있지 않나.

리더쉽이란 건 후천적으로 길러지는 역량이라기 보단 선천적 재능이라고 난 생각하고 있다. 자세한 사례는 제껴 두고 도대체 그것의 정체는 무엇인가? 요약하면 앞선 이를 믿고 따르는 무리들이 걱정 없이, 무탈하게 잘 지내도록 하는 능력이 아니까. 그리고 이는 위기에서 대처능력으로, 변곡점에서의 올바른 선택으로 잘 나타난다.

그러나 제대로 된 리더쉽을 갖추지 못한 리더를 따르는 무리들에겐 최악의 상황이 닥친다. 천하를 두고 유방과 자웅을 겨루었던 초패왕 항우를 보자. 개인적으론 누구도 당할 수 없는, 역발산 기개세였지만 범증이란 보호막이 거둬지자 그는 한낱 힘쎈 씨름군에 불과했고. 그를 따르던 초군 30만 명이 생매장되는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다. 그리고 그 역시 자결로 생을 마감했고. 이런 예가 어디 하나 둘이겠나.

이를 가정에 대입해 보면 어떨까? 남녀는 정서와 사고방식에서 뚜렷히 구별되는 측면이 있다. 즉 남성은 공격적이고 확장 일변도이지만 여성은 수성이고 방어 일변도이다. 이는 굳이 심리학따위나 연구사례를 인용하지 않아도 쉬 알 수 있다. 옛말에 마누라 말 들어 손해볼 일이 없다고 하지만 반면에 대사는 아녀자와 논의하지 말란 소리도 있다. 어느 쪽이 전적으로 맞거나 틀리진 않았진만 남자의 나이가 들수록 마누라 말을 들으란 옛말이 힘을 얻지 않는가?

즉 이는 까고 보면 그간 리더인 남자의 실정이 컸고, 또한 나이가 들수록 그 티미했던 판단력이 갈수록 흐려가니 차라리 수성 지향적인 여자 말을 듣는다면 그래도 3등은 하리란 뜻이다.

그러나 남자들은 그런 상황을 견디지 못한다. 지배한 세월이 얼마인데, 갑자기 2인자로 내려 앉아 창피하게. 더하여주변에서도 부추긴다. 좀스럽다, 남자답지 못하다. 결단력이 부족하다 등등의 추상적인 비난에서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괴담까지. 이보다 더 치욕적인 건 '그만한 일조차 내릴 권한이 없냐. 가장이 그게 뭐냐.'란 타박이겠다.

하여 줏어들은 조언을 근거 삼아 갈수록 삐딱하게 나가니 이를 보다 지친 여자들이 일으킨 반란이 바로 황혼 이혼이다. 그리고 차라리 말이나 잘 들으며 집안 일이나 착실하게 하고 밥이나 스스로 챙겨 먹는다면 그 비율은 더 떨어질텐데, 이미 사라진 권세에 목을 매고 에헴하니 그 사달이 날 밖에.

내가 잘났다는 뜻이 아니다. 나 역시 그 범주에 깊이 속하는 자인데, 어쩌면 이는 자기 반성일지도 모르지. 그렇다고 해서 그 이혼이란 단어를 두려워 하느냐. 그건 아니거든. 하지만 그 일이 닥치고선 과연 내가 병 없이 오랫동안 살 것인가에 대해선 단연코 '노'라는 대답만 나온다.

툭하면 술 마시고 밥 굶고. 얼마나 더 가겠나.

그래서 난 마누라를 앞 세우고 내가 가야 자식들에게 그마나 덕을 베푸는 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면엔 서방 없는 여자들의 설움을 깊이 공감한 바도 있기에.

결론이다. 만약 당신이 이끌어온 집단이 용인 혹은 인내할 수 있는 시간을 넘어서도 힘들다면 당신은 리더로써의 자격이 없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그런 경우 과감하게 모든 걸 버리고 백의종군하길 바란다. 그것만이 그나마 남은 세월을 덜 서럽게 할지니.



https://youtu.be/gI4GxITpm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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