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길 위에서 묻다

경제인은 리더의 재목감이 아닌가 봅니다.

운산티앤씨 2018. 3. 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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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 Hisaishi - Summer (Kikujiro)



경영을 살짝 핥아 본 내가 직장생활을 하며 느낀 요상한 점은... 전체를 본다는 명목 하에 부분의 희생 쯤은 가능하다고 사고했던 겁니다. 처음엔 이게 뭐지, 내가 왜 이래 이랬지만 나중엔 무감각해지더군요. 가장 대표적으로 반성해야 할 부분은 노조 활동과 학생 운동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경제가 살아야 사람도 살지, 저게 뭐냐, 누군 흙 퍼서 장사하나, 공부나 할 것인지 뭐하러 길거리 나와서 저 질알들인고? 저런 긋들도 자식이라고 미역국 먹었겠지 따위의 무식한 소릴 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커리큘럼을 추억해 보면, 거의 모든 과목의 초점은 최소의 투입으로 최대의 출력이란 공식에만 맞춰져 있었고, 그러나 난 그 모든 경제와 부의 축척된 과정은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것들은 원래 부터 존재해 왔던 것처럼 느꼈고, 또한 그것을 공정하게 향유하기 위해, 그리고 유지하고 발전하기 위해선 작은 희생쯤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이 굳어진게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은 어떤가요? 역사의 이면에서 혹은 그늘에서 숨어 있는 발전의 또다른 희생적인 원동력을 아직도 보여주지 않고 있나요? 아직도 그렇다면 앞으로도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겠다 단언하겠습니다.

아직까지도 추측이지만 이집트의 피라미드, 그 장대하고도 유구한 역사의 증거 앞에 서면 다들 숨이 막힐 정도의 경이로움을 느끼지만 그 의미 없는 돌무덩이를 쌓자고 동원한 노예들과 백성들의 피눈물을 보는 이는 과연 얼마나 될까. 진시황도 그러하고, 알렉산더도 마찬가지고, 징기스칸도. 그 엄청난 업적을 이루기 위해 어떤 희생이 있었는지에 대한 공부는 그다지 장려하지 않았습죠.

현대로 돌아와서 우리만 봐도 그래요. 저 엄청난 삼성과 현대를 비롯한 재벌들이 가진 부의 토대를 닦은 창업주의 능력에만 찬사를 던지지요. 그들이 이룬 부의 과정은... 누가 써도 야사나 인신공격쯤으로 격하되고. 

요즘 아침 드라마를 자주 보는데 이거 뭐 무협지 수준보다 못하니. 재벌은 기본으로 설정되어야 하고 자식은 왜 그리 잘 잃어버리는지, 그리고 그 재산을 노리는 부도덕한 피붙이들. 결국 주인공은 모든 역경을 딛고 사랑과 돈을 차지하고 희희낙낙하며 잘 먹고 살 산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게 아닙니다. 난 그렇게 배우고 자라나, 비난 받아 마땅한 사고를 장착한 나와 동시대 혹은 조금 앞서 살아간 경제인들이 얼마나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지를 말하고 싶은 겁니다.

역성을 드는 건 아니지만, 마이티 마우스씨 역시 최소 입력 -> 최대 출력이란 사고에 입각해서 조직의 논리를 충실하게 배워 익히고 계승 발전한 게죠. 문젠 그 대상이 돈만 이었다면 모르되, 그리 잘못 배운 이론을 갖고 나라를 경영하려 했던 게 탈이었습니다.

나라의 목적이 돈은 아니잖습니까? 경제적인 부도 이뤄야 하지만 그 과실을 골고루 나누어야 하고 지금은 좀 손해를 보더라도 내가 죽고 난 후를 걱정해야 하는 자리이거든요. 그러니 그렇게 살아온 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제 난 경제인 출신들은 정치에 입문해선 안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늘 하던대로 장사나 잘 할 일이지, 수십년 굳어온 점포 운영방식을 모든 인간이 공평해야 한다는 곳에서 활요하는 일은 있어선 안된다고 여깁니다.

지금 바다 건너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이지고 있지요. 그는 외교를 비즈니스 협상으로 여기고, 전쟁마저 돈벌이 수단으로 여깁니다. 그가 국가를 경영하기 전에 이루었던 부의 과정을 보면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함이 어우러진 끝없는 탐욕이 바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 자가 세계 최강의 권력에 올랐으니 우리의 쥐박이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입니다. 오죽했으면 남미의 한 예언자는 그는 미국의 마지막 대통령이 되리라 했을까요.

사람은 바뀌지 않습니다. 늑대가 용맹한다 한들 - 그리고 그 늑대를 아무리 잘 조련을 했건 - 양 떼를 지키라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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