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빨리 팔아야 담달 먹을 쌀을 사지...
개가튼이란 나의 관용구는 사실 My life as a dog이란 영화에서 따온 것이다. 일전 이야기한 바 있지만 고등학교 동창 녀석은 집에 기르던 진돗개 줄 다보탑인지 석가탑인지가 새겨진 쿠키 (이름이 갑자기 기억나지 않는다.)를 먹었다고 지 아부지한테 쳐맞고선 My life less than a dog이라고 지껄이고 다녔다. 개가 먹을 쿠키 쳐먹고 직사게 얻어 터졌으니 개보다 못한 인생은 맞지. ㅋ
그러나, 사실 이 관용구엔 어떤 논리도, 타당한 이유도 없다.
개가 어때서? 개만큼 사람에게 충성하고 곰살궃게 구는 지인이나 형제자매가 있던가? 보신탕감으로 갈 육견들을 빼면, 다들 집에서 귀한 대접 받고 있지 않은가. 가끔 이런 상상도 해보걸랑. 티브이 나오는 이쁜 걸그룹 맴버가 강아지를 안고 우쭈쭈할 때 내가 저 개라면... 데헷.
오늘 이야기는 그런 개가튼 내용이 아니고..
밤새 개꿈에 시달리다 날이 훤하게 밝을 즈음에 난 단잠에 빠져든다. 그러나 그런 나의 달콤한 잠은 개소리와 함께 깨진다. 신새벽 일어난 마누라는 부엌에서 달그닥거리기 시작하고 그에 맞춰 개노무 새끼들이 돌아가며 짖어댄다. 밥 달라는 거지. 생각 같아선 똥짜바리를 확 기냥, 미자바리가 빠지도록 차버리고 싶지만 언감생심. 그랬다간 내가 마눌에게 밥주걱으로 얻어 터질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이 두 마리의 개노무 색휘들이 나보다 먼저 처먹고 내가 당연지사 누울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내가 이불을 둘추려고 하면 이빨을 드러낸다.
개새끼들 질알하지, 자다 일어나 담배 뻑뻑 피워대지, 티브이 노상 켜놓고 잤더니, 어느 날 나가 자란다. 그래서 마루에서 자는 신세거든.
아참, 미자바리가 뭐냐고? 왜 치질 걸리면 탈장 증세가 생기지 않는가? 난 드러워서 본 적이 없지만 똥 쌀 때 불알 비스무리한 곳이 배 안에서 빠져나와 축 늘어진다나? 그걸 미자바리라고 한단다. ㅋ 드러...
여하간 그 싯점부터 내 신경을 박박 긁는 마눌의 잔소리가 시작되는데.
'먹었으면 씻어놔야 할 거 아냐. 아침마다 설겆이 거리나 늘어놓고..'
잔뜩 날이 선 목소리는 내 귀를 파고 들고 난 눈을 감은 채 소리치지. 이렇게..
'이 색휘들. 늦게 들어왔으면 조용히 잘 일이지, 뭔 라면을 먹고 난리야.'
이 사우나탕 목소리는 낮게, 그리고 위협적으로 집안에 깔리지만 반응은, 개너무 새키들만 만들어 낸다.
왈왈. 나보고 개소리 하지 말란 거지? 시발로무 개새끼들.
그리곤 내 머리 맡에 뭔가가 놓여진다. 커피 한 잔과 양파즙, 그리고 석류즙 아니면 뭔 즙이. 난 이 즙만 보면 짜장이 잇빠이로 솟구친다. 맛도 둍같고 도대체가 뭐가 나에게 좋은지 모르거등.
생각해 보라. 커피 한잔에 이상아릇한 즙 두잔이면 배때지가 터질 지경이 아니겠나. 안먹고 이불 뒤집어 쓰면 그때부터 시작되는 잔소리.
배가 남산보다 더 나왔으면 이거라도 먹고 혈압 조절을 해야 할 거 아니냐. 혼자 홀라당 가버리고 누굴 개고생시키려고 하느냐.
담배는 왜 이리 많이 피우냐.
아침부터 무슨 커피냐. (주고선 뭔 개소리여.)
전기세가 장난 아닌데 왜 티브이는 켜놓고 자냐.
날이 이리도 좋은데 들어와서 잘 일이지, 왜 마루에서 전기 장판 켜놓냐? (그래? 그 개새끼들 내다 버려라.)
술 왜 마셨냐.
기타등등 기타 등등.
그리고선 안락의자에 앉아 본격적인 연설이 시작되는데. 올려다 보면 이 개새끼들이 마누라 무릎 위에 오도커니 앉아 날 내려다 본다? 확 시발, 저 눈깔의 먹물을 확 빨아 버리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아참, 한번은 하두 얄미워 파리채로 그중 눈 밖에 벗어난 놈의 대가리를 후려 갈겼는데, 아놔, 이런 개새끼가 발라당 누워 사지를 파르르 떠는게 아닌가. 조땠다 싶어 물 끼얹고 난리를 부렸지. 좀 있다가 깨어나는 척, 햐.. 그리고선 하루 종일 쩔뚝거리며 돌아 다니잖아. 그걸 본 마누라는 분기탱천해서 날 동물보호법으로 고발한다고 난리를 치고. 결국 두번 다시 손대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고서야 그날 살았지, 머.
저 씨발룸들 봐라, 아젠 아예 날 깔보고 있지?
이번 달 관리비가 얼마고 다음 달엔 자동차 보험을 해야 하고 어쩌고 저쩌고하다가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선 이러다 우울증 와서 못살겠어 하며 눈물을 글썽이는데 아놔, 씨발 잠이 오나?
왜 그려? 갑자기. 그럼 좀 쉬지 그랴.
내 입에서 이 말이 나오면 바로 배시시 웃으며 이번엔 일본엘 갔다 오면 안되냐,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 등등. 잠이 오냐. 드러워서 일어나 이불 개고 가게로 향하지. 그러나 잔소리는 끝없이 이어진다. 다음 이 씨발련들은 하필 까똑을 만들어가지고설랑. 퉷!
가게 청소하는 와중에도 까똑, 까똑. 문득 난 동작을 멈추고 폰을 쳐다보지. 저걸 도끼로 쪼싸 뿌릴까.
이미 혼자된 친구넘이 둘이 있다. 내 인간관계는 참으로 개가타서 뛰어야 벼룩이라, 이미 보셨을 게다.
이 새끼들 가장 큰 걱정은 자다가 뒈지는 거다. 하지만 그건 내가 가장 바람직하다 여기는 하직 인사인데, 이 새끼들은 그게 가장 두렵다나? 아니 디지고 난 다음 지가 그 장면을 유체 이탈법으로 본다고 입증된 바도 없거늘, 내 생각엔 피씨의 메인보드나가 듯, 블랙아웃일텐데 뭔 개조까튼 걱정이여.
이 십새끼들이 한결같이 하는 개소리가 내가 그토록 지겨워하는 마누라 잔소리를 듣고 싶다나? 가끔 내가 지눔들 앞에서 마누라 욕이라도 할라치면 지들은 그게 그렇게 그립다나? 구랴, 이 시펄눔들아. 출장비나 계산해라.
견원지간으로 따지자면 울 엄니, 아부지 같은 사이도 없을 게다. 눈만 뜨면 터져 나오는 오메의 잔소리, 아부지의 반격. ㅋ
그러나 얼마 전 오메 앞니 5개가 갑자기 다 빠졌다네? 이게 뭔 일이래 싶어 냅다 갔더만 이미 풍치로 상한 잇몸이라 어쩔 수가 없었단다. 우형은 난데없는 틀니값으로 기백 냈지만 우짜노? 잘난 형제가 돈 쓰야지. ㅋ 여하간 간만에 부모님 댁에 가니 신기한 광경이 들어오네? 아부지가, 세상에, 반찬을 거둬 오메에게 멕여 드리고 있지 않는가?
내 일찌기 결혼은 하지 않으면 후회고, 하면 더 큰 후회라고 설파했다만, 더 큰 후회를 피하고 싶다면 스스로 갈무리할 줄 알아야 하느니. 아직도 난 너 없어도 새로 마누라 얻어 떵떵거리고 살리라 큰 소리치지만 말뿐이다. 지금 이 나이에 아무리 젊고 이쁜 여자를 얻어 뭐하겠나?
듀엣, 이거 개나 소나 못하는 거지. 수십년 듀엣 생활을 어떤 능력자가 하겠나.
요즘은 친구 새끼들의 하소연이 가슴에 와달는다. 가족들이 중국에 가 있는 동안 난 술독에 빠져 살았다. 캠 너머로 보이는 가족들 앞에서 큰소리 치고 컴 끄고 난 후, 혼자 징징거렸잖나. 남자가 강하다고? 강하긴 개뿔이다. 나이가 들수록 시험관 유리보다 쉽게 바스러지는 유리 심장이네.
어쩌면 내가 오라고 했을지도 몰라. 어쩌면 거기에 두었다면 지금보다 더 잘 살았을텐데.
이젠 난 함부로 내가 강하다 말 못한다. 주먹질, 힘 쓰는 일로 남자를 거론한다면 고래나 소, 곰이 월등하잖나. 남자라 강한 것이 아니었고 지켜야 할 가족이 있어 내가 강했고 마누라가 있어 내가 남자였던 게지.
하여 이르길, 세상 어떤 기집도 마누라를 능가할 수 없나니. 나이가 들수록 이쁘고 소중하나니. 넌 대체 전생에 뭔 죄를 그리도 지었길래 내 옆에 와서 이 개고생을 하고 있냐고 묻고 싶지.
하여간 지난 수십년 똥칠한 내가 이리도 당당한 이유는 요거이 걸랑.
'야이, 시발롬들아. 너거 마누라 있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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