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프 하나에 스피커 여러 조 걸어 돌리지 맙시다. 현명하게 스피커 셀렉터를 씁시다.
낮에 친구 녀석이 집에 쌓여 있던 고물들을 잔뜩 들고 왔습니다. 흠.. 보아하니 5만 원 정도 벌이는 되겠다 싶었는데 순간, 내가 이젠 고물상으로 변해가는구나 깊은 서글픈 생각이.
고물상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고물상도 현명하게 집하하면 괜찮은 일인 건 아는데, 그래도 영화 소품 때문에 온 손이랑은 아무래도 격이 다르게 느껴지는 건 ㅎㅎㅎ...
여하튼 먼 길 달려온 친구넘이 고마워 근처 소대가리 국밥집으로.
그런데 말입니다..... 맛있는 건 인정하지만 이런 깡촌에 아무리 특대라지만 소대가리 국밥 한 그릇에 12,000원이라니?
난 이 가게가 일 년 전에 생긴 걸 얼마 전에 알았습니다. 그전엔 이삿짐센터 물류 창고였는데, 아마 저수지 개비를 시작에서 하면서 오가는 이들이 늘어나니 뭐 좀 되겠다 싶어 허물고 상가를 지었나 본데.
오늘 다시 보니 옆은 텅 빈 상가입니다. 하여 전화를 해서 물어보니, 실평수 13평 정도 크기인데 보증금 1천에 월세 60. 물론 부가세는 따로겠지요? 그래도 지금 가게보단 3평 넓은 데다 근처 담배포가 없어 잠깐 고민했습니다. (부동산에서 다 쓰면 좀 깎아주지 않겠느냐? 월세 3천에 180? 마눌에게 죽으려고 작정하지 않은 이상 ㅎㅎㅎ)
아니면 2칸 빌려 청음실도 꾸미고 좀 제대로 해볼까. 밥집 사장님에게 물어보았지요. 장사 어떠냐고? 이젠 겨우 자릴 잡았다곤 하시지만 내가 보기엔 주방이나 홀 인원을 안 쓰는 만큼의 인건비를 버시는 정도가 아닐까. 근처 식당치곤 그럭 저럭이지만 점심과 저녁 한때를 제외하곤 거의 손님이 없어 꼭두새벽부터 12시까지 문을 열고 있거든요. 아마 그렇게 저녁 술손님을 받고 아침 해장국까지 건드려야 타산이 나올 겁니다.
여튼 우린 식사를 마치고 가게로 돌아왔는데 친구넘은 예의 경기 타령을 시작합니다. 전부 다 죽을 판이다, 이게 뭐냐 등등에 본인 일도 죽을 쑤는 판이니, 이번엔 조용히 입 다물고 있었지만 조닥바리 끄트머리가 간질거리는 건 참을 수가 없습니다.
경기가 과연 체감하는 만큼 나쁠까요? 난 아니라고 몇 번이나 이야기했습니다. 경기 선행 지수들은 결코 우리나라가 위기에 들어가고 있거나 위기 속에 있다고 시그널을 보내고 있지 않습니다.
집사람이 마트에 장 보러 가는 모습을 본 지가 2년 전쯤? 1주일에 한번 대형 마트에 가서 무거운 장바구니 들어달라고 했던 때를 말합니다. 지금은 언제 왔다 갔는지는 모르지만, 대문 앞에 찬거리들이 봉다리에 담겨 쌓여 있죠. 이건 뭐냐? 전통적인 시장, 동네 마트, 심지어는 할인점까지 온라인이 집어삼키고 있다는 뜻입니다.
가게엔 여러 가지 소소한 철물들이 많이 필요하죠. 하지만 한두 번은 기서 사지만 가게를 비워야 하는 데다 비싸니 결국은 클릭 몇 번 해서 가격 비교해 보고 주문으로 끝을 내죠. 미리 계획 세워 주문하면 재료가 없어 일 못하는 경우는 없죠. 택배비는 또 얼마나 저렴한지. 동네 가게마다 있던 철물점, 문방구의 경쟁력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음식점은요? 맛 집으로 소문나면 새벽에 줄을 서는 기이한 풍경을 보이지만 잠시뿐입니다. 1인 가구의 증가라고 하는데 이를 또 경기 탓으로 돌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살기 어려우니 결혼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1차원적인 식견입니다. 이미 오래전에 산업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전통적인 대가족 제도 이후 핵가족 구조마저 붕괴시키고, 지금 우리가 거부감을 갖고 있는 독신, 동성 부부 혹은 미혼남녀의 동거나 미혼부/모 가정으로 나타난다고 예언했습니다.
혼자 사는 가구의 증가는 기존의 외식 패턴에도 큰 변화를 가져옵니다. 혼자 사니 외로워서 더 모일 거라곤 생각하지 마십시오. 혼자이고 싶어 혼자 지내는데 뭔 개소릴. 이런 가구 형태는 당연히 간편식을 요구하게 마련이고 그에 맞춰 시장도 새롭게 생깁니다.
옆 가게는 원래 주문형 조리 음식을 체인으로 받아 배달하는 형태였지만 이젠 아예 자신들이 부대찌개 레시피를 개발해서 인터넷으로 팔고 있습니다. 하루 나가는 택배량이 어마어마하죠.
정부가 앞장서서 근로 시간을 단축하니 다들 집에 일찍 가서 장사가 안된다는 말씀도 허당입니다. 요즘 애들, 중소기업에 자리 남아도 가지 않습니다. 노니 이 잡는다는 말은 우리 때나 어울리지 이 친구들에겐 해당하지 않습니다. 조직보단 내가 중요하죠. 그게 나쁘냐? 그게 왜 나뻐? 당연히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본인인데 왜 하나뿐이고, 또 한 번 가면 오지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내 삶을 남을 위해 쓰라고 강요할까요?
의식 변화는 어쩔 수 없는 대세입니다. 그걸 가지고 철이 없느니 배가 아직 덜 고프다느니. 그러니 꼰대 소릴 듣는 거죠.
기성 시대는 어리둥절하고 답답할 겁니다. 이 모든 변화는 너무나 생경하고 두렵거든요. 그러니 이 모든 변화를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적색으로 분류하고 몰아치지만 그게 언제까지 통할까요.
내가 처음 가게를 얻던 2년 전 만 해도 서울 시내엔 가게 잡기 어려웠습니다. 앵간하면 권리금이 붙어 있었고 월세는 입이 딱 벌어질 정도죠. 이 깡촌이 60만 원이라면 거긴 2-3배는 기본이었습니다. 지금은 서서히 균형을 맞춰가는 중입니다. 아마 올해 중반쯤 되면 여기저기 빈 상가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할걸요?
경기가 나빠 그렇다? 웃기는 소리들입니다. 해봤자 장사가 돼질 않는 걸 아는데 미쳤다고 그 빈자리에서 창업하겠습니까? 권리금 붕괴는 이제 겨우 시작이란 뜻입니다. 앞으로 수개월 내 월세는 점점 낮아지기 시작하고. 월세로 버티며 건물가만 오르기를 학수고대하던 갭투자자들부터 나자빠지기 시작할 겁니다.
이 대목에서 돈을 풀어라? 대출도 마구마구 해주고 그래야 살아난다? 이건 여태까지 경제를 말아먹은 이들의 주메뉴였고 이제 와서 그걸 시도하는 건 일본의 버블 폭발 이상의 혼돈만 가져올 것입니다. 한편 미국에서도 아마존을 비롯한 초거대 IT 공룡들에 대한 칼을 뽑아 들었다고 하지요? 이곳 역시 소매상권이 엄청난 속도로 붕괴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너무도 빠르게 덮쳐오는 큰 파도를 잠깐 멈칫하게 하고 그 충격을 최소화하자는 미봉책에 불과할 뿐.
지금 동네 상권 보고 창업하시는 건 불을 지고 섶에, 아니 섶을 이고 불에 뛰어드는 형국입니다. 더더구나 백사장이 나오는 맛집 선전이나 돼지 새끼 같은 개그맨들이 처묵처묵하는 프로그램에 속아선 안됩니다.
정히 장사를 하고 싶다면 오프에 뿌리를 박고 온으로 향하는 스탠스를 취해야 하죠. 그게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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