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구경하실 스펜더 BC1, 그릴 미개봉, 개조나 수리 내용 없음. 시리얼 넘버 6000번대.
글에 들어가기 전에..
10여 년 전, 모 사이트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발광할 때 일입니다. 아침에 메일과 쪽지함엔 팬 레터가 (??) 수북이 쌓였지요. 재미있다부터 널 죽이겠다까지. 너무나 극단적인 반응이 나왔던 이유는 워낙 기상천외한 내용들로 가득 찬 다작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땐 블로그에 올리는 분량 정도의 글을 하루에 평균 10여 가지, 많게는 30 가지도 ㅎㅎㅎ 도배는 아니되, 같은 내용이 아니니까, 도배였던 셈입니다.
이곳도 낮에 일만 없다면 하루에 4-50 가지 글이 올라갔을 텐데. 왜 이리 하고 싶은 말이 많은겨? 그중 가장 욲꼈던 쪽지는 내 이름만 보면 가슴이 철렁한다던 어떤 여인이었습니다. 글을 볼 때마다 쇼킹한데 안보곤 도저히 배길 수가 없다나?
여하튼.
저 개소리를 지껄이다가 모 연극인 하나가 골로 갔지요. 복귀했나? 그러나 난 나오지도 않은 대학을 나왔다고 설레발치고 사기 때린 이 여자가 미운 게 아니죠. 그렇게 수십 년 사기질 치는 동안 침묵했던 그 학교 동문들이 난 더 웃기고, 사실이 드러나자 등을 돌리는 팬들은 인간 같잖더군요.
연기력은 있으되 지명도를 얻자니 후광이 필요했고 가짜 후광인 줄 알고서도 눈 감은 동문들은 우야둥둥 자기네 학교 이름 알리는 좋은 기회니 입을 다물었겠지. 그리고 지적인 이미지가 한꺼번에 무너지니 실망도 컸겠다만, 지들이 이 여자 서방도 아닌 주제에 조금은 과한 리액션이랄 밖에요.
요즘 미인하면, 비록 결혼은 했지만, 김태희죠. 한국의 스티븐 시걸 (??)이라는 악평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오랫동안 CF 퀸에, 각광을 받은 여자 연예인도 없을 겁니다.
허나.
이쁘긴 이쁩니다만, 우리가 그리도 개침을 질질 흘렸던 진짜 이유는 그 뒤의 병풍, 즉 학벌 아니겠습니까? 서울대 나온 미인. 아마도 우리 뇌리 속에 혹은 유전자 속엔 황진희나 신사임당이 깊숙이 박혀 있거나 정보로 대를 물려 이어 오고 있거나.
하지만 이건 우리만의 독특한 취향은 아닙니다. 일본도 같은 급이라도 도쿄대나 와세대를 나오면 대접이 달라지고 미쿡이나 영쿡도 아이비리그나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정돈 나와줘야 좀 더 각광을 받을 기회가 넓어집니다.
한편 가끔 보는 종편에선, 대단히 죄송하지만, 좋지도 않은 대가리 가지고 서로 도토리 키 재기 하는 프로그램들이 고소를 자아내죠. 이젠 서울대론 부족한지 멘사는 돼야 한답니다. 아이큐 150 정도론 명함도 못 내밀고 170 혹은 측정 불가는 되야죠. 나는 108이었던 것 같네요. ㅋ
내가 환장하는 건 그렇게 머리 좋은 새끼들이 고작 그따위 쓰레기 프로그램에 나와 동물원 원숭이 짓을 하고 있다는 거죠. 그렇게 머리가 좋다면 이름 날릴 기회는, 굳이 물리학이나 유전공학과 같은 노벨상 대상이 되는 분야가 아닌 곳에서도 얼마든지 얻을 수 있죠. 하지만 이 새끼들 보면 딱히 하는 일도 없습니다. 그냥 돈 안되는 장기나 바둑 두며 무용담 풀며 시간 때우는 파고다 공원 할배들 수준이랄까.
미안하다, 십새끼들아. 아무리 대가리가 좋다 해도 그 정도 밖에 못쓴다면 차라리 그 대가리로 호두를 까거나 못 박는데 쓰는 편이 낫지 싶다. ㅋ
(이미 이야기했지만) 나도 걱정이 많습니다. 아들이야 그나마 서울 시내 지잡대 (?)라도 들어갔지만 시방 한참 주무시고 계실 고퇴 딸님만 생각하면 아가미가 답답하고 부레가 터질 지경이죠. 하지만 정규 교육과정이 반드시 답이 아니라는 내 지론에 괘씸하게도 부응하면서 본인 희망이라 하니 마지못해 허락은 해주었다만.
그림 그리는 것이 목숨보다 좋다는데 말릴 수야 없죠. 그래, 그려라. 실컷 그리고 삶을 즐겨라. 한번 가면 오지 않은 시간이니. 하지만 다 좋은데 미대 가는 건 좀 고려해 주십사, 요거이 내 희망 사항이지만 곧 죽어도 가겠다는 건 정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대단히 죄송하지만 미대, 음대 다니는 이유를 난 내가 대학 가던 시절부터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대학에서만 배울 수 있는 특별한 그림 기술이 있나요? 대학을 다녀야 이해할 수 있는 연주법이 있나요?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 대학이란 건 말 그대로, 크게 배운다. 넓게 본다, 즉 생각의 폭을 넓혀 고차원의 정신세계를 각인별로 심거나 고딩 수준의 지적 능력으론 이해할 수 없는 항문 분야로 나가는 건데. 이 대목에서, 그래서 가야 한다면 할 말 없지만.
마눌님께선 한술 더 뜨십니다. 편의점 알바도 대학을 나와야 한다나요? 그리고 이왕이면 시집도 잘 간다나. 틀린 말 아니죠. 고퇴 여자애를 반길 시부모가 있겠습니까만 은 그건 시집갈 때 이바구고, 본인들이 알아서 판단할 일입니다.
이런 말 꺼냈다가 욕을 바가지로 먹었는데. 하루는 딸래미에게 시집갈 거냐고 물어봤죠.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우잉? 얼마 전까지 자긴 극도의 페미니스트라 결혼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하여 이르길 '니 어미 보고도 결혼 생각이 나냐? 그러지 말고 적당한 놈 골라 재미나게 놀다가 애 생기면 그 새끼한테 말하지 말고 데려와라. 아빠가 키워줄게. 괜시리 시집가서 남의 종살이 말고. 어떠냐?' 질알 질알을, 지 어미랑 세트로 ㅎㅎ.
하지만 나도 내 생각이 오로지 이상향이란 건 압니다. 말이야 미대 따위 가서 뭐 하냐, 시집 잘 가려고 대학 가냐라곤 하지만 사실 그건 반어법이지요. 자극해서 전투 의지를 돋워주려는 의도인데 여태까진 먹혀 들어갔습니다. 검정고시학원에 등록하겠다고 난리를 부려서 허락했더니 벌써 한 달이 지나가는데도 여전히 이 시간은 취침시간이네요.
사내자식들은 대학 가지 않아도 됩니다. 재능만 있다면 사업이란 길을 걸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딸래미들은 다릅니다. 사회로 진출해서 성공이란 답을 얻기 까진 분명히 보이지 않는 장벽들이 고졸 사내들보단 높고 험하니까.
왜 서두에 욕설부터 했는지 이해가 되실 겁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 간판이 좋지 않으면 개고생입니다.
하지만 이미 그런 세월을 살아온 내가, 그리고 그런 현상이 지속될 미래를 보는 내가, 딸래미에게 강권하지 않는 건, 아비로서의 안쓰러움때문입니다. 개같은 결혼 생활이니까.
한편으론 얄팍하지만 계산도 깔려 있습니다. 친구 중엔 딸래미가 미대 간 경우가 꽤 있습죠. 그것도 유명 대학으로. 하지만 벌써 졸업은 했건만 고작해야 월 150 받고 학원 강사 하거나 편의점 알바하거나 혹은 집에서 쉬거나.
미대, 음대 돈 많이 듭니다. 뭔 전시회 준비를 하니 어쩌니. 화방도구 값도 장난 아니고, 게다가 어찌나 갈롱을 부리는지 치장비도 만만찮게 쓰더만요. 그 돈이면 차라리 가게나 하나 차리지. 쩝.
대학 가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저대로 두고 나 죽을 때까지 책임지나.
아참, 아침부터 골 뽀개지는 난제입니다. 니미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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