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잃으면 누군가 얻는다.
부동산으로 벌어 누군가에게 눈물 흘리게 했으니 이젠 그대 눈의 피눈물로 갚아야 할 때가 되었으니.
그러나 정작 눈물 흘려야 자들은 이미 손 털었고 뒤늦게 뛰어든 개미들만 피를 볼 모양입니다. 오늘 그동안 빈 채로 두었던 월세 보증금 문제로 집주인에게 내용증명을 보냈네요.
헬리오 시티발 전세 대란이 전방위로 퍼져 가고 있다곤 하지만 이는 진즉부터 염려와 우려와 원망의 대상이었습니다.
다들 10억 오르고 2-3억 내렸다고 그 난리냐. 아니죠. 1억 원의 종잣돈으로 전세 8천 짜리/매매가 1억짜리 집을 다섯 채 산 입장에선 고스란히 1억도 날리고 자칫 담보로 잡혀 있는 자신의 집까지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퍼지니 모두를 패닉에 빠지고, 결국 머잖아 여기저기 곡소리에 한강이 북적이겠군요.
고소하냐고요? 그럴 리가요. 나도 한때 부동산에 잘못 발 디뎠다가 혼쭐이 난 후론 얼씬도 하지 않지만, 보고 있자니 딱합니다. 어차피 이 판은 폭탄 돌리기였거든요. 주식 시장과 진배없었습니다. 다들 부나방처럼 뛰어들었지요.
즉 이 시장은 정상적인 시장이 원래부터 아니었습니다. 마치 다단계, 피라미드, 그리고 폰지 사기와 같은 반열에 올려놓아도 될 정도의 사기성 짙은 노름판이었습니다.
부동산 불패라. ㅎ. 그건 우리나라 땅에 항상 사람이 5천만 이상 살며 그리고 젊은 노동층이 잔돈 받아 어렵게 뒷받침할 때나 가능한 이야기지요. 그러나 이미 그 근간이 흔들리고 있음에도.
지난번 그로테스크한 아파트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오늘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요.
흠.. 합리성과 효율성 면에서 사실 아파트만 한 건 없습니다. 70년대 서울 봉천동 언덕의 주택지를 연상해 보십시오. 좁아터진 골목길엔 구루마 하나 지나기도 버거울 정도. 더럽고 냄새나며 난방 효율 낮고 관리도 힘들고. 낭비적인 요소만 다분하죠.
그러나 아파트는? 굳이 도시 계획이 아니더라도 단위 관리가 아주 쉽죠. 한편 건설업체 입장에서도 일반 주택보단 마진이 아주 크게 남아요. 그리고 대강 지으면 30년 후엔 재건축이란 꿀이 기다리고 있고. 우리나라에 대형이라 할만한 건설사가 몇이나 됩디까.
결국 이 아파트란 투기의 대상이자 도시 미관 파괴의 주범은 국토의 효율적 관리와 도심 정비, 그리고 우리도 모르는 힘을 위한 관리의 용이함이란, 지난 정부의 입장과 마진이 짭짤하다는 토건의 탐욕이 아삼륙으로 맞아떨어져 생긴 괴물이란 결론입니다.
그제 꿈에 난 우리 동네 아파트가 갑자기 흉가로 변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동네, 다산 신도시에 별내, 진접 신도시에 당첨 받은 이들이 팔려고 내놓은 집들이 꽤 많죠. 집 구경을 갔더니 태반이 이미 빈집이란 이야기를 했든가요?
헬리오 시티와 다세대 지하 방이랑 무슨 상관이 있느냐? 있죠. 아주 대단히. 헬리오 시티로 당참 받은 이들 중 상당수는 주변 구형 아파트 거주자들이 많죠. 아마 잔금은 세를 줘서 내려고 했었겠지요. 혹은 자신은 들어가지 않고 바로 임대를 놓아서 대출을 막으며 차익을 노렸거나.
한편 빌라에 살던 이들이 구형 아파트로 올라가겠지요? 그리고 그 빌라 상층부는 지하에 살던 이들이 들어가고. 그런데 일단 지하에 들어갈 이들이 이젠 없는 거죠. 그리고 이단으로, 전세가 갑자기 쏟아져 나오니 한정된 수요를 넘치고 있습니다.
이게 일시적이라면 다행이겠지만 해가 갈수록 그 수요가 줄어들 텐데 지금도 열나게 땅 파고 올리고 있지 않습니까?
일본처럼 신도시는 유령 같은 노인들만 일부 거주하고 주인 잃은 들개들이 돌아다니겠지요. 서울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일부 부유층이 거주하는 곳은 아닐 테지만 덩달아 올랐던 지역들은 신도시와 다를 바 없을 테지요. 아니라고요? 인천과 부산, 대구 등등을 가보시면 답이 나올 겁니다. 더하여 읍, 면, 리 단위 행정 구역들이 하나둘 사라져 가고. 그렇게 망하냐고요? 무슨 소릴.
그렇게 줄고, 줄고 또 줄어 20년 후쯤 되면 우리도 아주 살만하게 될 겁니다. 사람 구경할 수 없는 곳엔 들짐승들이 돌아다니고. 동물원이 필요 없겠지요? 다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며 거리는 활기를 띠겠지요.
난 연착륙이고 경착륙이고 간에, 우선 포화 상태의 인구를 유지하려고 하기보단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줄여 가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구가 국력이라니? 19세기에 사쇼?
너무 많습니다. 우리 땅 정도엔 1,500만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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