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어른들 잘못으로 또 엄한 애들 셋이나 저 세상으로 갔다. 그전엔 살고자 아둥바둥하던 젊은이가 희생되었고.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비록 아무 관계는 없지만, 볼 때마다 기성세대의 일인으로 참, 헐 말이 읎다.
난 세월호 기사는 뉴스에서 딱 두어번 보고 이후론 아예 보질 않았다. 마치 내 새끼들이 그런 일을 당한 양, 후속 기사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하고 속이 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세계 몇위 경제대국이면 뭐하나? 일어나는 사고는 후진국에서조차 보기 힘든 황당함, 그 자체인데. 다들 사고의 원인을 잘못된 법의 김시망이나 특정인의 부도덕과 태만으로 몰고 가려는데 난 전혀 아니라고 본다. 난 이 모든 황당한 사고의 원인은 빨리 빨리란 단어로 결집되는, 재촉하는 문화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다들 보신 기억은 있으리라. 어딜 가나 신속, 정확은 내걸고 죽어라 뛰지만 안전은 언제나 뒷전이거나 아예 없다. 신한편 신속하면서 정확이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해 보았나? 이는 보통 사람을 위험한 순간에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게 할 수 있다는 개연성 가득 찬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사실 그런 능력자는 그리 많지 않은데다, 무릇 세상만사 대부분이 타이밍이란 결정적인 요소를 갖고 있는데 우린 항상 신속, 정확이다. 짜장면이 늦어도 난리, 백반이 늦어도 난리. 수리가 늦어도 난리. 택배 하루만 늦으면 사기꾼 혹은 성실하지 못한 장사꾼으로 낙인 찍어 버린다.
대체 뭐가 그리 급하쇼? 그럴 때마다 내가 던지고 싶은 질문이다.
신호 하나 놓치면 숨이 넘어가나? 창문을 열면 F1 카레이서들 출발 직전처럼 부웅 부웅 공회전을 하질 않나, 신호가 바뀌기도 전에 냅따 질러 가고, 앞에서 조금 꾸물거리면 번쩍번쩍, 빵빵, 아주 가관이다. 아마 이 나라가 총기 소지를 허가했다면 멕시코나 중남미의 국가들을 능가하는 총기 사고들로 넘쳐날 것이다.
1-2년 전인가? 이곳 남양주 거리 곳곳에 슬로우 시티란 구호가 담긴 광고물들이 걸리기 시작했다. 슬로우 시티? 저게 뭐지?
슬로우시티 [ Slow City ]
공해 없는 자연 속에서 그 지역에 나는 음식을 먹고, 그 지역의 문화를 공유하며, 자유로운 옛날의 농경시대로 돌아가자는 느림의 삶을 추구하는 국제운동. 1986년 패스트푸드에 반대해 시작된 여유식(슬로푸드) 운동의 정신을 확대하면서 만들어진 개념이다. 2002년 7월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그레베의 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파울로 사투르니니씨가 마을 사람들과 세계를 향해 '느리게 살자'고 호소하면서부터 유럽 곳곳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전 세계 10개국 93개 도시가 가입되어 있는데, 아시아 지역은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전남 4곳(완도군 청산도, 신안군 증도, 담양군 창평면, 장흥군 유치면)이 슬로우 시티 국제연맹의 실사를 거쳐 2007년 12월 1일 슬로우 시티로 지정되었다.
아하... 느림의 철학을 통한 여유의 만끽이구만.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에 나가 낭패를 보는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다름 아닌 그 잘난 빨리빨리 문화때문이다. 그러니 만만다가 생활화된 중국에서 여기저기 충돌하다 못해 인종차별적인 언사도 서슴치 않았다. 그중 가장 골 때리는 멘트는 중국인은 하나를 시키면 하나만 한다는 것이었다.
이게 뭔 개소리여? 하나 시켰으니 하나만 하는 거지. 하나 더 하면 돈 더 줄건가? 그건 당연히 아니다.
즉 하나를 알려주면 그 다음은 알아서, 좀더 하더 (Harder) 워킹을 하란 뜻인데 이게 얼마나 난삽하게 사람 잡는 사고방식인가. 고전에 문일지십이라고 나온다. 하나를 물어 답을 얻으면 열을 안다는 건데 그건 무협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천하기재나 가능한 일이다. 더더구나 시스템에 처음 접하는 이들은 마치 아이 가르치듯, 달래가며 일을 배우게 하고 적응해 나가게 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거늘, 겉모습만 비슷할 뿐 사고방식 자체가 완전히 다른 이국 땅에서 우리의 문화를 강요하니 탈이 안나고 배기겠는가.
개인적으론 중국 동포들에 대한 그릇된 인식도 바로 이런 문화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강요하려는 습관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사고방식이 해외에서만 문제를 일으키는가. 따지고 보면 세월호 사고, 어제 강릉에서의 사고, 그리고 충청도 어디 발전소에서 생긴 사고 등등 모두가 이런 빨리빨리 문화에서 비롯된 터무니 없는 강박증때문이 아닌가.
또 해외를 이야기해서 죄송하지만, 일본만 가도 대번 안전에 대한 인식의 차원이 다름을 느낀다. 작업 중에 모자 벗는 이 없고 하나 같이 동일한 작업복을 입고 확실하게 공사 중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경부선 열차가 지나던 터널들, 그것들은 전부 일제 시대에 만들어진 구조물들이지만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선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강릉의 사건. 난 전혀 모르지만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개장을 하고자 했던 탓일 수도 있고, 혹은 이게 아니더라도 빨리 공사를 마무리하고 다른 일감을 따야하는 작업자 탓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얼마든지 그런 사고는 막을 기회는 있었다고 본다. 법적으로 소방서에서 이런 건축물까지 소방점검을 하도록 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법으로 강제되어 있었다면 얼마든지 걸러낼 수 있었을 것이고 설사 법의 테두리 안에 있지 않더라도 무릇 돈을 받고 남을 재워 주는 입장이라면 자기 나와바리에 돈 내고 들어온 이들의 안전 정도는 보장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난 내가 파는 기기에는 손을 대지 않으며 절대 내부를 임의로 수정 혹은 교정하지 않는다. 문제가 있다면 반드시 경험있는 전문가에게, 비용을 들여서라도 손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데 그건 다름 아닌 내가 판 기기때문에 불상사가 생기길 원치 않기 때문이다.
구매대행도 그렇다. 기회를 빌어 설명해볼까? 국내 고객에게 확인 받고 오더를 넣어도 바다 건너에선 내일이나 되어야 확인한다. 12시간 시차가 나니 당연하다. 그런데 주말이 끼면? 예를 들어 금요일 이야기했으면 오더가 들어가는 날은 우리로 치자면 다음 주 화요일인 셈이다.
그렇다면 오더 넣자 말자 바로 출발하는가? 아닌 경우가 더 많다. 그쪽 공급자도 다른 곳에서 물건을 받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벌써 1주일 가까이 잡아먹는 셈이다. 그리고 우리야 다음날 배송이지만 세상 어디에도 다음날 배송은 없다. 내가 장담한다. 독일도 도착까진 3-4일이고 영국도 48시간이 특급으로 아주 비싸다. 미국은 3-4일은 기본이고 일주일도 걸린다. 중국도 미국과 마찬가지.
이 대목에서 노하우 하나를 알려 드리자면, 직송하는 경우는 더 늦고 문제의 소지가 많다는 점이다. 하여 난 현지 검사를 대부분 의뢰를 하는데 이 일도 하루 만에 끝내기란 불가능하다. 내 물건만 있는게 아니거든. 또 여기서 비행기 기다리다 보면 2-3일 잡아먹고. 한국 도착까지 하루 또 걸린다.
물류를 아는 분은 잘 아시겠지만 해외 물품 그냥 들어올 수 없다. Manifest란 적하물의 목록이 세관에 제출되어야 하고 세관이 그것을 검사할 때까진 꼼짝마라다. 이게 빠르면 하루지만 보통 이틀은 걸린다고 봐야 한다. 난 우리나라 세관만큼 일처리를 신속. 정확하게 하는 세관을 본 적이 없다. 수둣물이 파이프 라인을 타고 내려가는 것처럼 모든 것이 전자 문서화되어 있어 그나마 하루나 이틀이 걸리는 것이다.
그리고 통관장을 거쳐 보세구역으로 빠지면서 국내 택배업체로 넘어가고 그 다음 날 각 지역 뮬류선테로 이동, 최종 배달을 하게 된다. 이게 2주 만에 가능하다고 보시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문 후 1주일이면 벌써 전화가 온다. 언제 오냐고. 미치고 환장한다. 어젠 명백한 내 실수로 2주를 넘긴 경우가 있었다. 사과를 몇번했는지 모를 정도.
여기서 빨리 빨리 해볼까? 공급자에게 빨리 보내라고 재촉하면 검품도 않고 포장도 대충하게 된다. 어떤 경우엔 창고에 쌓인 걸 겉포장만 보고 바로 배송한다. 하지만 그래봤자 하루 혹은 이틀 빠르다. 그렇다고 2배의 비용을 내고 특급 서비스를 이용하면? 어떻게 가격을 맞추나? 검수 없이 그대로 오면 빠르긴 하지. 도착해서 깨졌으면? 누구 책임인지조차도 불분명하게 된다. 고작해야 2-3일 더 빨리 받자고 하다가 낭패를 보고 서로 얼굴 붉히게 되는 것이다.
비록 나의 사례지만 글 읽는 분들은 동감하시기를 바란다. 이 모든 사고의 원인은 특정 개인이나 법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만사를 신속이라는 화두 아래 해석하고 해결하려는 문화, 이걸 뜯어 고치지 않는 한 생때 같은 자식 잃고 평생을 통한과 울분 속에서 고통 받아야 하는 억울한 부모들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원래 이런 캠페인은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식자층이나 기자도 마찬가지. 떠들라고 아가리 더 찢어 주었으면 밥값 좀 해라. 이 써글 넘들아. 엄한 집 딸래미 불러 찌찌 만질 생각 고마 하고.
하지만 그 전에! 나부터 빨리 빨리란 단어를 내 사전에서 지울란다.
독촉 하지마쇼. 독촉하면 거래 취소하고 반품 시켜버릴랑게. 아니면 깨지든 뽀그라지든 상관 않고 배달 시키고선 배째라 하든지. 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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