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길 위에서 묻다

세상을 유심히 들여다 보자.

운산티앤씨 2018. 12. 6. 20:04




살다살다 저런 일 같지도 않은 일로 엄한 사람 두들겨 잡는 걸 보니 기가 딱 막힌다. 도대체가 남의 가정사를 파헤치다 못해 그걸 선거법과 연관지어 지사직을 내려놓네, 마네. 도대체 사시나 로스쿨을거치지 않은 법관이 왜 이리 많냐?

하지만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이다. 이 정도라면 뭔가 말이 나올 법한데 누구도 입을 열지를 않는다. 그러다 보니 극문들이 짠 프레임이라는 말이 돌면서 결국엔 그 나물에 그 밥이란 핀잔까지 등장했다.

그렇다면 타칭 극문이라는 측에서도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하는데 제대로 된 반박 하나 없고, 도대체 이런 집단이 있는지 조차도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반면 뒷배경으로 거론될 야당도 입을 다물고 있다. 이쯤이면 게거품을 물고 머리 끄댕이를 잡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텐데 너무 조용하다. 그리고 그런 비난에 대해 역시 이렇다 할 반박도 없고, 끽해야 탄핵된 전 대통령들을 이제 꺼내 주자는 정도이다.

이넘도 아니고, 저넘도 아니고 대체 누구냐? ㅎㅎ

베네딕트 킴버베치가 주연한 셜록 홈즈 시즌 1의 마지막인가? 영국 정부와 왕실에 위협이 될만한 정보를 쥔 자가 나타나고 홈즈가 독대한다. 그는, 으스대면서 모든 정보는 내 머리 속에 있으니 없앨 수 없다. 하지만 문서로 증거가 될 수 없는 내 머리 속 서재의 정보는 언제든지 반대편에 전달되어 파국을 일으킬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다.

홈즈는? 그의 머리에 총을 사정없이 갈겨버린다. 비상한 기억력에 대담함까지 갖춘 악당처럼 보이지만 실로 아둔하기 짝이 없다. 그 중요한 정보는 결국 혼자만 알고 있고 누구도 본 적도, 볼 수도 없다는 건 결국 그 입만 다물게 하면 만사 해결이란 뜻이지 않는가.

김형욱도 결국 그런 최후를 맞았다고 전해지는데 문젠 그들이 아무리 영특하다 한들, 그리고 내가 여기서 멍청하다고 비웃어도 그들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머리 속 저장 외엔 딱히 수가 없다는 점이다.

비밀의 가치는 아무도 모를 때 유지되는 법이고 그 유지를 위해선 누구에게도 발설하거나 문서로 돌아다녀선 곤란하지 않은가.

중국 고사에 어떤 군주는 전쟁에 임해, 곤경에 처한 적을 공격함은 군자의 도리가 아니니 개소리하다가 본인의 모가지가 날아갔고 결국 따르던 수하들마져 죽음으로 몰아 넣었다.

가장 덕망 높던 유비가 제갈량이란 천하기재를 거느리고도 결국 조조에게 무너진 이유는 달리 있지 않다. 대의명분과 체면, 그리고 죽음 앞에선 하등 쓸모 없는 군자의 도리 때문이다.

반명 한고조 유방은 명장 한신을 개 잡듯 잡았고 마누라를 앞세워 수많은 공신들을 도륙했다. 이뿐이랴? 명나라의 주원장도 그러했고 수많은 제국의 시조들이 그런 가혹한 처사를 통해 천년 왕국을 꿈꾸었다.

오늘 문득 뜻 깊을지도 모를 (?) 기사 하나가 떴다. 말많던 모 일간지 사장이 한 젊은 연예인의 자살과 관련하여 검찰에 출두한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건 그렇게 초장엔 가열차게 달라 붙더니 오늘은 비밀리에, 단 세시간 조사, 그리고 귀가였다.

후속 기사는 더 웃긴다. 적폐 언론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종편에서 503호의 협박을 받았다나? 물론 탄핵에 일익을 담당한 건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무려 8명이나 되는 기자를 해고하란 협박의 내용이, 시의도 적절하게, 하필이면 오늘 나올 이유는 뭔가. 기사가 얼마나 긴지 숨소리 하나까지 받아 적었더만. 쳇.

계명구도란 말이 있다. 군자의 입장에선 하찮고 저질스러운 재주라도 살기 위해선 반드시 있어야 하는 재주들이다. 하지만 스스로 만든 프레임때문에 전체가 무너지는 걸 보면서도, 그 하찮은 재주를 차용하지 못한다면 분명히 권력자로써 큰 결격 사유가 있음이다.

제갈량이 가진 천재적인 지략만으론 세상과 싸워 이길 수 없다. 지략에 모략과 술수가 더해지지 않으면 어떤 앗싸리판에서도, 누구도 버틸 재간이 없다는 뜻이지.

웬 이상한 뇬 하나가 미투한답시고 나서서 쟁쟁한 대권주자 모가지를 날렸다. 그리고 지금도 그가 심판받는 범원 앞엔 여자들이 진을 치고 정의를 구현하라 외친다.

별 시덥잖은 인터넷 카페 하나가 전도유망한 인재를 고층 아파트에서 밀었지만 분개하는 이들은 국민들 밖에 없었고 이젠 잊혀져 가고 있다.

철 지난 겨울옷처럼 초라한 퇴물 연예인 하나가 나불거린 근거 없는 주장에서 시작된 멍석 말이는, 서슬 퍼렇던 지난 8년 동안에도 캐지 못한 사소함을 침소봉대하여 개궉 이래 최고 역적이란 프레임으로 키우고 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무리들이 여론을 선동하며 너도 꺼져라를 소리 높여 외친다. 

하지만 정작 화를 내고 건물 앞에서 피켓 들고 시위라도 해야 할 어떤 젊은 여자의 죽음에는 미투도, 사회 정의도 침묵할 뿐이다. 이것이 난 참으로 신기하고 기이하다고만 느껴지는데 과연 나만 그런가.

문득 셜록 홈즈의 마지막 그 정면이야 말로 유일한 해결책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Platoon Soundtrack - Adagio for Str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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