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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난 이 영화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제목과 피날레를 장식하던 OST가 좋을 뿐이죠.
멋지지 않습니까? 옛날 옛적 서부에서... 그리고 이유도 모르게 가슴 한켠을 아프게 하는 음악.
사람들마다 이런 추억들이 있을 것이고 그건 나이가 들면 들수록 새록새록 솟아나는 법이죠.
그렇다고 해서 뜬금포로 나도 소싯적엔 뭐다 이런 이야기는 아니고, 더하여 갑자기 가을 되니 시인인양 하는 것도 아니죠.
그제 중국 거래처 아가씨와 업무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나온건데...
요약하면 내 나이 일흔 다섯이 되면, 발달된 과학과 기술때문에 세상이 뒤집혀 내 몸을 예전처럼 바꿀 수 있지 않는 한, 난 스웨덴으로 가겠다.
가서 뭘 하려고?
뭐하긴, 가서 조용하고 깨끗하게 삶을 마감하겠다.
미쳤다고 난리네요. 자기가 서른이 다 돼도록 미혼으로 살며 지독한 외로움과 절망을 느끼더라도 버틸 수 있는 건, 부모님때문이라고. 그런 든든한 버팀목에서 재충전과 다시 살아갈 동력을 얻는다고 하더군요. (헐... 그 나이가 되어도 내가 있어줘야 하냐? 아직도 의무가 남았다는 거냐?)
더 다퉈봐야 답도 없는 이야기니 알았다, 살아 있으마 하곤 대화를 종료했는데, 내심 불안한지 오늘 아침까지 잘 있냐고 물어보네요.
가시나. 내가 언제 지금 간다고 했나. 앞으로도 23년이나 남았구만. ㅉㅉ
모든 태어난 존재에게 원래부터 부여되는 목적은 없다고 봅니다. 성장하면서 자의식을 갖게 되고, 그 자의식이 가르키는 방향으로 살아가며 삶의 이유와 목표를 찾는 것이 생명의 본능이라고 믿는 편입니다.
여타 동물까진 언급하긴 그러니 사람으로만 한정하죠.
난 내가 살아 오며 만들거나 부여한 목표가 있다고 느낍니다. 참고로 목표는 목적의 상위 개념이고 그 목적들은 생물의 생존 방법이며 전투방식이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 목표는 뭐냐? 뭐긴...
아프지 않고 내가 퍼질러 놓은 똥무더기 냄새 나지 않게 치우는 거지. 그걸 위해서 아직도 이 지랄 맞은 각개 전투를 하는 거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피를 이어받은 가족이 그런 존재라는 건 아니지요. 다만 내가 살아오며 남긴 흔적들이 훗날 조금은 추하지 않게 기억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오늘 그렇게 정한 고비 중 큰 덩어리 하나를, 못마땅하기 짝이 없었던 아들 놈이 풀어 줍니다. 그리고 표는 나지 않았도, 딸 역시 보여주고 있고.
한편 목표를 달성한 존재는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나는 스스로 생을 미감하는 이들을 비난하지 않습니다.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건, 혹은 더이상 탈출구가 없어서였던, 그 혹은 그녀는 그 삶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수고했다.
내가 살아온 이유, 내가 찾아 헤메던 목표를 발견해서 최선을 다 했다면 무엇을 더 바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요? 내 눈엔 그 이후 남은 시간은 먹을 수 없는 빵부스러기처럼 보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삶과 시간이란 초의 길이는 내가 어떻게 쓰느냐에 달린게 아닙니다. 내가 존재할 이유를 충족하는 순간, 그 수명이 다하는 거죠, 아름다운 마감과 끝은 그것을 아는 순간에 찾아오는 것이고, 그래서 난 그 시간을 위해 전력투구를 다하는 거죠.
마누라야 알면, 질알하겠지만 그미에게도 물어보고 싶습니다.
마이 뭇따 아이가? 더 남았나? 그라모 더 놀다 오그래이.
이게 바로 내 삶에 대한 시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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