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길 위에서 묻다

노노... 등촌동 피씨방 사건, 그건 아니올시다?

운산티앤씨 2018. 10. 25. 20:36




먼저 쓸데 없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아래 전제를 둡니다.

1. 이 사람은 차마 인간으로 할 순 없는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2. 고인이 된 청년에겐 명복을 빌고 또 안타깝게 생각한다.

10여 년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카트를 하나 샀다가 잃어버리는 바람에 구매했던 철물점에 다시 간 일이 있었습니다. 마침 가격을 깍아 주었던 사장은 없고 남녀 점원이 있더군요.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다시 달라고 하니 여자가 안된답니다. 무슨 소리냐, 너네 사장이 그리 팔았다. 그러자 이 씨발년이 사장님이 문제라네요?

헐... 하여 사장 오라고 해라, 왜 일하는 사람들이 가격을 정하냐. 옥신각신. 갑자기 젊은 놈이 튀어 나오더니 쌍욕을 하며 가라고 하더군요. 가만히 있을 내가 아니죠. 이런 개씨바랄.....

한참을 욕을 서로 퍼부으며 싸웠는데 레알 파이팅으로 번지지 않은 건, 나 역시 당시 복싱이나 기타 격투기를 하던 때라 잘못하면 콩밥 먹을까봐, 그넘도 보아하니 운동 좀 하는데다 손님을 쳤다간 밥그릇 날아가니.

해줄 수 있는 욕은 다 해 주었지만, 사는 곳이라 그곳을 볼 때마다 화가 치밀어 오르고 술 마실땐 부러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술 기운에 박살을 내버리자.

대단히 웃기죠? 그깟 안 깍아준다면 다른 곳에서 사면 그만이고 그들도 사장 불러 확인하면 그만이었을 일입니다.

어제 집사람이 하소연을 합디다. 동네에 무슨 또라이가 이리 많냐고. 왜 본인에게 주인 어디 갔냐고 물어 보냐고. 확 느낌이 오더군요.

이런 촌동네에선 알게 모르게 텃세틱한 감정이 퍼져 있습니다. 내 가게에도 가끔 뜬금포로 내가 누구네 하는 분들이 맨정신에, 혹은 술에 취해 들어 옵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합리적으로, 이성적으로 따질 일이 아닙니다. 그들은 새로운 얼굴에게 이 땅의 주인인 자신에 대해 합당한 존경심을 보여 달라고 주장하는 거죠. 인간적으론 아니꼽지만, 장사하는 입장에선 당연히 수용해야 하는 어처구니죠.

집사람 또 다른 주장은 난 일하러 간 사람이다. 맞죠. 하지만 그들 눈엔 사장 아래 일하는 점원이죠. 내가 사장하고 아는데 너 뭐냐? ㅎㅎㅎ 웃기지만 나 좀 알아 봐달라.

이건 꼭 촌이 아니라도 마찬가지. 그렇지 않나요?

이 친구 얼굴을 자세히 보십시오. 도저히 그 칼질을 상상할 수 없고, 지금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어안이 벙벙한 상태입니다. 일부 언론에선 자신이 한 일을 3인칭으로 묘사했다고 대번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라고 씨부리는데 참, 터진 아가리라고 함부로 잘도 놀립니다.

이 친구는 그 피씨방을 단골로 오랫동안 이용해 왔고 유난히 요구사항이 까탈스럽다, 그것만 해주면 조용히 놀다가는 사람이란 증언이 나왔습니다.

고인이 된 청년은 키가 190에 검도를 단련한 이라지요? 그날의 다툼도 앉을 자리를 치워 달라, 거절. 그리고 환불도 거절. 마지막으로 널 죽이겠다고 공언했다지요?

그림이 좀 그려 지십니까?

자리를 정리해 달란 요구에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환불해 달란 요구엔 또 어찌 반응했을까요? 경찰이 왔을 정도라면 둘다 엄청나게 격앙된 상태였을 겁니다.

여기서 말을 바꿔.

대리 운전하던 시절, 성남에 갔다고 곤욕을 치룬 적이 있었습니다. 원래 목적지와는 다른, 들어가선 안되는 지역으로 가자고 하더군요. 안된다, 해달라. 합의 본 건 근처 시내까지만. 그런데 새로 뽑은 렉서스에서 후진하다가 중앙 분리대에 설치된 플라스틱을 쳤네요? 당근 빠따로 범퍼에 기스가 났지요.

이때부터 사람들이 달라지더군요. 욕설을 내뱉더니 보험 처리해라, 반말 찍찍. 처음엔 미안하다 했지만 도가 지나치자 나도 야마가 확 돌더군요. 오밤 중에 근처 사람도 없고, 상대는 덩치 큰 셋이지만 눈알 돌아가니 뵈는게 없더군요.

속으론 좃됐다 싶었지만, 그 와중에 자존심이라니. 니미 씨팔 배째라. 난 모르겠다 개넘들아. 경찰 불러. 가서 따져보자고. 하두 서슬 퍼렇게 나오니 외려 주춤합디다. 요때다 싶어 경찰 볼렀지요.

우리, 순사 무서워하는 건 유전이죠? 넷 다, 차려 자세로 훈시 듣고 그 자리에서 서로 악수하고 빠이빠이.

하지만 이 둘 사이엔 그런 중재가 먹혀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감정이 극에 달했나 봅니다.

행위의 유발 원인이 감형의 요소로 작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너무 아쉽죠. 고인이 만약 조금이라도 그의 입장에서 들어주었더라면 이런 참극은 피할 수 있었을테니까요.

마지막으로 이미 경찰에서 조사를 마친, 동생의 공모 여부도 다시 도마에 오릅니다. 게다가 어미는 하지 않은 일을 어찌했다고 하느냐고 항변하지만 거센 여론에 묻혀 이젠 스마트폰까지 뒤진다지요?

다들 미친 거 아닙니까?

베스트 댓글 보면 이 사람은 이미 사형 당했더군요. 문젠 범죄자의 인권이나 인격이 아닙니다. 그 댓글러들, 주변까지 초토화를 시키던데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또 말하지만 이 일로 인해 그 어미나 다른 누군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면? 그런 애를 낳은 죄를 지었으니 혹은 한 배였으니 당연한 건가요?

다들 이젠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아야 할때가 아닐지요?